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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Dec 01. 2020

나를 위한 선행

엄마와 나는 생김새도, 풍기는 이미지도, 성격도 다르다.

첫 줄을 쓰고 나니 문득 '나 우리 엄마 딸 아닌 거 아니야?'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빠를 너무 닮았기 때문에 난 엄마 딸이 맞는 것으로....

엄마는 모든 면에서 나보다 더 우월한 쪽이다. (첫째 딸은 아빠 판박이라는 사실이 슬프다.)


엄마는 한 번 보면 기억할 수밖에 없는 비주얼 소유자다.

엄마 시절에는 나오기 힘든 무려 173cm라는 키, 이국적인 외모와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어딜 가나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반겨준다.

심지어 마트에서 한 번 뵌 아주머니도 엄마가 다음번에 오면 어떻게 기억하시고 말을 걸어주신다.

'이번엔 딸이랑 같이 오셨네요. 너무 인상이 좋으셔서 기억해요.'                                              

                                                                                                                                                           

주변 사람들도 엄마에겐 늘 호의적이다.

항상 엄마에겐 다정하게 대해주고, 챙겨준다.

어릴 적부터 이런 광경을 자주 접하면서 난 엄마가 예뻐서 사람들이 늘 반겨준다고 생각했다.

그에 비해 난 아빠를 닮아서 눈꼬리가 찍 올라갔고, 엄마와 같이 편안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도 없었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불만이 한 가지 있었다.

'엄마는 바보 같아.'

엄마는 남에게 선행을 늘 베풀었고, 그런 엄마가 항상 손해 보는 것 같아서 싫었다.


몇 년 전에는 누군가에게서 주차하다가 차를 긁었다고 연락이 왔다. 그때 우린 일본에 계신 할머니 댁에 있었던 터라 한국에 있는 차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엄마는 연락을 준 사람에게 차가 많이 긁혔냐고 물어본 뒤, 많이 긁히지 않은 것 같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오히려 전화를 줘서 고맙다고 하고는 끊었다.

내가 답답함을 느꼈던 상황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늘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가 좀 손해 봐야 편하게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거야.'였다.

저들은 손해 안 보고도 두 다리 뻗고 잘 잘 것 같았는데 말이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저 말의 의미는 다 엄마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차 사건이 있고 한참 후에 부모님 댁에 갔다 왔는데, 거실에 못 보던 카펫이 놓여있었다.

무슨 카펫이냐고 여쭸더니 지난번에 차를 긁은 차주가 선물한 것이라 했다.

차주가 다시 연락이 와서 한국 오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인이 우리 아파트에 살아서 방문하느라 주차장에 주차를 하다 차를 긁었는데, 한 번 뵙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연락을 주고받고는 우리 집까지 초대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외국에서 알파카 카펫을 들여와 한국에서 크게 사업을 하시는 여성 CEO였다. 감사의 인사로 엄마에게 카펫을 선물한 것이다.

                                                                                                                                                     

엄마가 무엇을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엄마는 마음속에 우러나오는 행동을 한 것뿐이라는 걸. 엄마는 항상 스스로가 더 풍요로워지기 위해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원해서 남들에게 따뜻하고 밝게 대해주셨다.

그렇게 하면 자신이 더 밝아진다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내가 손해 보지 않을까,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을까 긴장하며 살면 내 얼굴도, 인상도, 생각과 마음도 결핍이 되는 것이다.


수많은 자기 계발 서적들을 읽어보면, 남에게 베푸는 호의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곧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말한다. 부와 행복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속이 좁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 드문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

우리 엄마는 부유하고 성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남에게 베푸는 선행으로 인해 늘 좋은 것들이 따라오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편한 인상을 풍기게 되고,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니 당연히 엄마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예전에 내가 진심으로 타인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선행을 하지 않았을 때는 내 기분만 더 상했다.

'이것 봐, 내가 아무리 마음을 곱게 먹어도 못된 사람은 못됐어. 착하게 굴면 손해 봐.'

나에게 무언가 좋은 일이 돌아올 거라 기대했던 것 자체가 진심으로 타인을 위한 선행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후로는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도, 서먹한 사이였던 사람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고자 노력했고 그 마음이 전해지도록 행동했다.

그렇게 내 주변을 더 밝고 환하게, 좋은 것들만 끌어당기고자 나를 위한 선행을 했다.

평소에 인사 한 번 한적 없었던 분들에게는 먼저 밝게 인사했더니 처음에는 머뭇머뭇하시며 인사할 타이밍을 놓치셨는데, 다음번 볼 때는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주셨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었는데 왜 이걸 몰랐을까.                                              

                                                                                                                                                              

내가 마음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된 후로, 사람들은 나에게 말했다.

'요즘 갈수록 더 예뻐지는 것 같아. 무슨 좋은 일 있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법한 일이 떠오르지 않아 딱히 없다고 대답은 했지만, 내 글엔 마음속 대답을 써 본다.



네.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 있죠.
아무 일 없이도 나의 변화된 행동으로
하루하루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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