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써보는 리뷰 2탄
11. 알베르 카뮈 - 페스트
이방인을 읽어서 큰 기대감을 가져서인지 페스트의 전개는 생각보다 많이 지루하고 뻔했다. 아니면 우리가 코로나 시국에 겪었던 일들과 비슷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알베르 카뮈의 실존주의 면모가 페스트에서는 크게 담기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에 읽었으면 좀 더 공감하면서 읽었을 것 같긴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크게 와닿는 내용은 아니었다. 다른 분들이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는데 발제 모임에 못 가서 아쉬웠다.
12. 아리스토텔레스 - 니코마코스 윤리학
고대 철학자 중에서는 가장 지금과도 연결된 생각을 가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의 평생 숙제인 행복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가장 공감되었던 부분은 관계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바라기만 하는 것은 이미 상대와의 사이에서 밑을 자처하는 방법이다. 우위를 점령하고 싶다면 먼저 아량을 베푸는 것이 맞다. 사랑을 주는 게 사랑의 진정한 기술이라는 에리히 프롬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어쩐지 니체도 소크라테스, 플라톤만큼 아리스토텔레스를 싫어하지 않을 것을 보니 아리스토텔레스는 좀 더 실존주의 철학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13. 정희원 -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책도 재밌었지만 발제 모임이 유익하고 즐거웠던 책. 인간의 수명은 늘어났고 우리는 위 세대들 보다는 젊게 살고 있다. 그러나 몸의 나이도 과연 그럴까? 안 좋은 것을 많이 먹고 환경 호르몬에 노출된 이상 젊게 사려면 스스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 읽어보면 딱 좋은 책이다. 특히 4M이라 정의한 내용이 굉장히 유익하니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14. 프란츠 카프카 - 변신
짧고 강렬하다. 요새 밈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만약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키울래, 말래?"의 원조. 갑자기 눈을 떴을 때 벌레가 되어있던 주인공. 카프카는 왜 이렇게 설정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카프카의 삶을 들여다보면 나온다. 한평생 아버지의 기에 눌려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던 자신을 반영해서 쓴 자전적 소설 느낌이 강했다. 벌레가 된 듯한 묘사에 살짝 징그럽기도 하지만, 처절해 보이는 삶과 오히려 벌레 라이프를 즐기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왠지 모르겠으나 공감이 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피로에 절여진 모습이 처절하게 느껴진다.
15. 한나 아렌트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상반기 읽을 책 중에서 독해 난도가 높았던 편. 그 이유는 법정에서의 공방을 지켜본 저자가 그에 행동에 대한 분석을 했기 때문에 큰 재미가 없고, 같은 내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가 주장하는 '악의 평범성'(유시민 작가는 '악의 비속함'으로 번역하는 게 맞다고 하지만)은 인간 자체가 선 그리고 악으로 규정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우리는 선하고 악한 것이 아니라 사유를 하고 안 하고의 차이이다. 어떤 행동을 할 때 우리는 그 행동으로 나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하고 행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든 말든 당장 내 앞에 이득이 생기는 것만 생각한다면 우리도 아이히만처럼 큰 죄를 저지를 수 있다. 언제든 내 행동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그걸 깨달았다면 굳이 이 책을 읽어볼 필요는 없다. 단지 다른 책들에서 굉장히 많은 언급이 되니 나처럼 지적 허영심이 넘치는 사람에게는 필수템이다.
16. 빌 브라이슨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읽을 때 정말 노잼이었다.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노잼 구간이 조금 더 많았다. 난 내가 과학을 재밌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 멍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특히 공룡이나 고생대 중생대 하는 지구과학 파트를 읽으며 고등학교 때도 이 부분을 싫어했다는 뜻밖에 과거만 생각이 났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정말 흥미로웠다. 한결같이 어딘가 이상한 과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독을 주워 먹지 않나. 자신의 눈을 바늘로 찌르질 않나. 영화에서 과학자들을 괴짜로 묘사하는 이유가 다 있다. 진짜 그들은 독특하다. 그리고 이 책의 미생물 파트를 읽고 어쩌면 미생물이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조금의 의심이 생겼다. 그리고 그 파트를 읽고 침구 청소기를 구입했다. 베개를 버릴까 고민했다.
17.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지하철 독서템으로 선정한 책. 읽기도 쉽고 이해도 잘 가고 예시도 쉬워서 경제 멍청이인 내게 딱이었다. 작년에 벤 버냉키 책을 읽고 좌절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을 먼저 읽었어야 했다. 은행이 생긴 기원은 정말 흥미로웠고, 우리는 사실 가상 화폐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또한 교과서에서 보던 보이지 않는 손의 주인공 아담 스미스가 사실을 서민을 위해 내놓은 경제 정책이었단 사실은 새삼스러웠다. 경제를 공부하고 싶은데 어려운 분들에게는 무조건 추천하는 책이다
18. 카렌 라드너 - 바빌론의 역사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어서 약간 실망했다. 기독교 문화에서 거의 죄악 도시로 여겨지는 바빌론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서 찾아본 건데 크게 알게 된 것은 없었다. 다만 바빌론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바빌론 사람들의 성향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이 나의 빅데이터가 되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때 잘 활용되었으면 좋겠다고 욕심 내본다.
19. 도스토옙스키 - 지하생활자의 수기(재독)
도스토옙스키 책답게 1부가 진입 장벽이 높다. 그리고 어쩌라고 싶을 만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2부로 가면 1부에 했던 찌질한 말들을 이해할 수 있다. 2부를 읽고 1부를 되새기면 아주 재밌는 책이다. 물론 취향이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나의 내면에 꽁꽁 감추고 싶었던 찌질한 면모를 주인공을 통해서 굳이 보여주고 있다. 2부에서 주인공의 행동은 모두 이불킥 각이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의 공감성 수치심을 꽤나 자극한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재밌다는 느낌이 든다.
20. 칼 세이건 - 코스모스(재독)
칼 세이건 그는 천재다. 과학 책을 읽는데 웬 문학 작품을 읽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내가 믿고 있는 어떤 것들이 사실이 아님을 알았을 때 과학자들은 어땠을까? 만약 나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인류가 우주를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을 벗어나게 된다. 이오니아인들 부분에서는 요즘의 유행어를 덧붙여 "이오니아적 사고"라고 정의 내리고 싶다. 다른 것들과 동떨어져 있어, 어떤 편견 없이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오니아 인들의 사고를 본받고 싶었다. 이 책은 재독을 한 책들 중 가장 새로웠다. 마치 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기분으로 보았다. 그 정도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튀어나온다. 기회가 되면 또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21. 유시민 -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제목이 참 센스 있다. 정치라는 것이 관심 갖고 나면 굉장히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외면해 왔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내가 흐린 눈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는 언론이 좁혀놓은 프레임에서만 모든 것을 접하게 된다. 레거시 미디어는 과거에도 공정성을 갖추지 못했지만 이제는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이 무시하는 유튜브 속 미디어는 레거시 미디어의 역할을 대신한다. 언제까지 고고한 척 진정한 언론인 코스프레를 하면서 수많은 사건을 외면할 것인가?(개인적으로 유시민 작가가 출연한 MBC 질문들을 보면 현 미디어에 대한 상황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22. 유시민 - 유럽 도시 기행 2
유럽 도시 기행 1에서 다룬 모든 곳은 내가 가봤던 장소였다. 2는 드레스덴을 제외하고는 내가 다 가본 곳들이라 반가웠다. 그중 비엔나라는 도시를 다룰 때 마리아 테레지아에 대한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유럽 왕들 중에 가장 훌륭한 정치를 했다고 평가한다. 마리아 테레지아 덕분에 합스부르크 왕가는 그 이후로도 150년간 명목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잘 언급이 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고 한다. 나도 제대로 알려고 한 적은 없었는데, 조만간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