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귀나무
싹튼 나무는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제피나무(1m내외의 관목, 향신료)와 비슷하다. 성목은 수고 10m 정도 자라는 교목이다. 자라면서 줄기에 온통 가시를 표출한다. 무심코 손으로 잡다가 손바닥에 가시가 박힌다. 늙은 나무는 줄기에 있던 가시가 사라진다. 그때까지 기다려 줄 이유는 없다. 장미처럼 꽃이 이쁜 것도 아니고.
뿌리를 깊이 내리기 전에 보이는 즉시 뽑아버려야 한다. 내 정원에서는. 차일피일 내버려 두면 밤에도 자라서 뽑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다행히 1년생 이하는 쉽게 뽑힌다.
사람을 만나고 신뢰하고, 상처도 주고받고, 배신도 하고, 당하고 사는 게 인생이다. 사람의 본성을 처음부터 알기는 쉽지 않다. 결과를 셀 수 없이 보고 난 뒤에 공통점을 깨닫고 구분하게 된다. 그렇다 해도 수백만 가지 식물이 있듯이 사람들도 천차만별이니 다 알 수가 없다. 나이테를 더 할수록 판단이 속도를 내고 조심성이 더 해지는 것 일 뿐이다. 오래 지켜보면 알게 된다. 말과 행동의 일치 여부를. 달콤한 말을 하는 자, 의도적으로 잘 보이려 애쓰는 자는 더 조심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당신에게 해를 가하려는 늑대형 인간이기 쉽다. 바꾸어 생각하면 내가 아무나 친절과 감정과 시간을, 돈을 쓰는 게 쉽지 않음을 알면 된다. 매사에 서둘면 탈이 나듯 관계도 천천히 가는 게 큰 실수를 줄일 수 있겠다. 조급한 성미에 실수투성이였던 지난날들의 뼈아픈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