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오프닝에 숨겨진 비극 아는 척 하기

자, 이제 시작이야: 포켓몬스터 오프닝에 숨겨진 비극적 이야기

by 돈 없는 음대생



예견된 실패: 포켓몬스터 1기 오프닝 주제가에 나타난 한지우의 리그 우승 실패에 대한 음악·철학적 해석



목차


0. 서론


1. 가사 속 은유와 메타포


1.1. 기본 정보

1.2. 전체 가사

1.3. 가사의 줄거리

1.4. 가사의 분석


2. 음악 구조와 수사학적 뒷받침


2.1. 서곡과 오프닝의 기능

2.2. 곡 분석

2.3. 조성의 의미

2.4. 마디별 분석


3. 철학적·정치경제적·이데올로기적 분석


4. 포켓몬스터 원작자의 의도


5. 리메이크


5.1. 전체 가사 (2017 ver.)

5.2. 분석


6. 결론


7. 참고 문헌




0. 서론


본 연구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제1기 오프닝 주제가를 대상으로, 가사 속 은유와 음악 구조가 상호작용하여 은밀한 비극적 서사와 이데올로기적 메시지를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본 연구는 오프닝 주제가가 이미 한지우의 리그 우승 실패를 예견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 가설로 제시한다. 표면적으로는 모험과 우정, 성장을 노래하는 낙관적 주제곡처럼 들리지만, 그 내부에는 긴장과 불안, 반복과 좌절의 정서가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음악적, 수사학적 장치들은 단순한 서정적 요소를 넘어, 주인공의 운명과 서사 구조를 암시하는 상징적 기호로 작동한다.


본 분석은 실제 제작자나 작곡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오프닝 음악의 화성 구조, 리듬, 선율적 반복, 그리고 가사 수사학적 전략을 중심으로 한 음악적·철학적 해석에 기반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창작 의도보다 작품 자체의 내적 구성 원리와 상징체계에 주목하며, 해석의 타당성은 음악적 근거와 논리적 일관성을 통해 확보한다. 이러한 접근은 대중문화 텍스트를 해석적 대상으로 삼는 현대 인문학의 방법론과 궤를 같이한다.


본 연구는 포켓몬스터 1기 오프닝 주제가를 분석하기 위해 다층적 접근법을 적용한다.


가사 분석의 측면에서 “자, 이제 시작이야”와 같은 구절은 주인공의 결단과 도전 의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꿈과 도구화의 이중적 의미를 함축한다. 특히 삭제된 “하나가 되어 최고가 되는” 구절은 완성의 부재와 영원한 미완의 상태를 상징하며, 주체와 도구, 과정과 결과의 관계를 은밀히 드러낸다. 이러한 은유와 수사는 단순한 모험 서사가 아니라, 성취와 좌절의 변증법적 긴장을 내포한 메타서사로 작동한다.


음악 분석에서는 오프닝의 화성적, 구조적 장치를 중심으로, 감정과 서사를 형성하는 음악적 수사학을 고찰한다. 예를 들어 D단조, Passus Duriusculus나 장7도 도약과 같은 불안정한 화성은 긴장과 불안을 유발하며, 주인공의 모험과 고난을 음악적으로 표상한다. 또한 모차르트의 "돈 지오반니" 서곡과 유사한 화성 구조와 반복 패턴은, 오프닝의 리듬과 긴장감이 단순한 멜로디 기법이 아니라 비극적 서사의 예고 장치로 기능함을 시사한다.


철학적·정치경제적·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적용하면 주체와 세계의 관계를 ‘도구화된 존재’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피카츄와 지우의 관계가 상호 의존적이면서도 비대칭적인 권력 구조 속에서 작동함을 보여준다. 마르크스적 해석은 오프닝 서사에 내재한 계급 구조, 노동의 도구화와 상품화, 그리고 능력주의적 경쟁 서사를 드러낸다. 여기에 니체의 영원회귀 개념을 접목하면, 오프닝의 서사가 무한한 시도와 좌절의 순환을 구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푸코의 권력 개념을 차용하면, 지우와 피카츄의 관계는 단순한 우정이나 협력이 아니라, 규율과 통제를 내면화한 권력 작동의 미시적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포켓몬스터" 1기 오프닝 주제가를 단순한 어린이용 모험 노래가 아닌, 비극적 서사의 서곡이자 주인공의 실패를 이미 내포한 음악적·철학적 텍스트로 규정한다. 오프닝은 한지우의 여정이 궁극적으로 완결에 도달하지 못하는 운명임을 암시하며, 이는 작품의 표면적 낙관주의 아래에 잠재된 영원한 실패의 미학과 능력주의 서사의 자기 순환적 구조를 드러내는 핵심 단서로 기능한다.




1. 가사 속 은유와 메타포


1.1. 기본 정보


제목: 모험의 시작
작사: 김주희
작곡: 방용석
가수: 박응식, 방대식
방영: 1997년 TVA 오프닝


1.2. 전체 가사


자~ 이제 시작이야(내 꿈을)
내 꿈을 위한 여행(피카츄)

걱정따윈 없어(없어)
내 친구랑 함께니까(피카피카)

처음 시작은 어색할지도 몰라(몰라)
내 친구 피카츄

날 지켜줄 거라고 믿고 있어
누구라도 얕보다간 큰일 나

언제나 어디서나 피카츄가 옆에 있어
약할 때나 강할 때나 피카츄가 옆에 있어
너와 나 함께라면 우린 최고야

언제 언제까지나 진실한 마음으로
언제 언제까지나 그날을 위해
피카츄!


1.3. 가사의 줄거리


화자인 한지우는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한 꿈을 이루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는 친구인 피카츄와 함께 모험을 시작하며,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음을 선언한다.


여행 초반에는 약간의 어색함이 있을 수 있지만, 지우는 피카츄가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통해 그 누구도 자신들을 얕볼 수 없다는 자신감과, 피카츄와의 강한 유대감을 보여준다.


언제 어디서나, 약할 때나 강할 때나 피카츄가 항상 곁에 있다는 점이 강조되며, 둘이 함께일 때 최고임을 자부한다. 마지막으로 지우는 진실한 마음으로 꿈을 이루는 날을 위해 나아가겠다는 결심을 표현한다.


1.4. 가사의 분석


포켓몬스터 1기 오프닝 가사의 각 구절을 순차적으로 분석한다. 각 구절에 대해 표면적 의미를 밝히고, 그 이면에 내재된 은밀한 메타포나 비판적 해석을 제시하며, 필요에 따라 수사학적 장치도 함께 논의한다.


괄호 안에 표기된 부분은 음악적 코러스를 의미하며, 전체 서사는 화자인 한지우의 시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를 통해 오프닝 가사 속 서사 구조와 등장인물 간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감정·정서·권력 구조와 연결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가사 1

자~ 이제 시작이야(내 꿈을)
내 꿈을 위한 여행(피카츄)

표면적으로 이 구절은 한지우가 자신의 꿈을 향한 모험을 시작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꿈의 주체인 한지우와 그 꿈을 실행하는 도구인 피카츄가 괄호로 분리되어 제시됨으로써, 포켓몬이 단순한 도구이자 수단으로 격하되는 계급 구조가 드러난다.

즉, 한지우는 목표를 설정하지만, 실행과 성취는 도구에 의존하게 되며, 이는 책임 전가 구조를 형성한다.

더욱이 괄호 안의 "(내 꿈을)"은 코러스 역할을 수행하여 다른 목소리가 한지우의 꿈을 대신 이야기한다. 이는 출발이라는 영웅적 행위만 주체에게 할당하고, 목표 설정과 달성의 부담은 코러스에 전가되는 수사적 장치로 읽힐 수 있다. 결과적으로 주인공의 자발적 의지는 뒤로 밀린 채, 책임만이 전가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또한 도치법적 배열을 통해 “시작”이라는 표현이 먼저 제시되고, 목적어인 "내 꿈"은 뒤로 배치된다. 이 목적어는 먼저 코러스를 통해 언급된 후 한지우를 통해 반복됨으로써, 개인의 목표가 청자에게 일반화되고 보편화되는 효과를 낳는다. 즉, 한지우의 개인적 꿈이 듣는 모든 사람에게 강제되는 것처럼 제시되며, 이러한 구조는 능력주의적 목표와 청자의 은밀한 동의를 유도한다.


가사 2

걱정따윈 없어(없어)
내 친구랑 함께니까(피카피카)

위 구절은 표면적으로, 친구와의 우정을 통해 역경을 극복할 수 있으므로 걱정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보다 면밀히 보면, "친구"라는 단어 뒤에는 피카츄의 절대적인 능력에 대한 의존이 은폐되어 있다. 즉, 한지우는 자신의 걱정을 친구에게 전가함으로써 주체적 책임을 회피하는 서사 구조를 드러낸다. 이러한 구조는 철저히 분리된 계급과 관계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다른 존재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게다가 “내 친구”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코러스에서 반복되는 “피카피카”를 통해서만 드러난다. 이 점은 친구(피카츄)가 단순한 우정의 주체가 아니라, 주체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적 존재임을 강조하며, 관계의 도구화와 권력 불균형을 은밀히 드러내는 장치로 읽힌다.


가사 3

처음 시작은 어색할지도 몰라(몰라)
내 친구 피카츄

이 구절은 표면적으로 한지우와 피카츄 사이의 초기 어색함을 언급하며, 둘의 관계가 점차 친밀해질 것임을 암시한다.

‘어색함’이라는 표현은 포켓몬스터에서 드러나는 강제적 소유관계와, 몬스터볼에 들어가 트레이너의 소유가 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심각한 서사를 축소하고 완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특히 ‘어색함’과 ‘할지도 모른다’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은 초기 갈등의 심각성을 흐리며, 이러한 내용이 코러스를 통해 반복됨으로써 구조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이 구절에서 처음으로 "내 친구"가 "피카츄"라고 언급되지만, 음악적 분석에 따르면 괄호 표시와 같은 코러스 표시는 없으나, 실제로 "내 친구 피카츄"는 화음으로 다중 목소리에 의해 함께 불려진다. 즉, 지우의 당당한 선언이 아닌, 여러 목소리가 함께 ‘친구’ 개념을 강조하는 구조로, 주체적 선택보다는 코러스에 의한 간접적 언명이 부각된다.


가사 4

날 지켜줄 거라고 믿고 있어
누구라도 얕보다간 큰일나

이 구절은 피카츄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우를 보호할 것이라는 신뢰와, 자신들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면적으로 나타낸다.

그러나 면밀히 보면, ‘지켜줄 거라는 믿음’은 단순한 우정의 표현이 아니라, 피카츄의 전투 능력에 대한 맹목적 의존을 내포한다. 이는 지우 자신의 성장 노력이나 능력 개발보다는 포켓몬의 기능적 능력에 의존하는 성장 서사를 드러내며, 포켓몬이 주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도구적 존재로 종속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또한 “누구라도 얕보다간 큰일나”라는 위협적 어조는 단순한 신뢰를 넘어 도구의 강압적 기능까지 강조한다. 즉, 이 구절에서 강조되는 것은 주체적 능력이 아니라 도구적 자신감이다.


가사 5

언제나 어디서나 피카츄가 옆에 있어
약할 때나 강할 때나 피카츄가 옆에 있어
너와 나 함께라면 우린 최고야

표면적으로는 언제나 함께하며 변치 않는 우정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주인공 한지우의 약함은 항상 피카츄의 강력함으로 보완되며, 이는 협력이 아닌 일방적인 능력 의존을 나타낸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의 노력보다 가진 자원, 즉 포켓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결국 도구에 의존하는 관계의 성격과 자원의 불균형을 보여준다.


가사 6

언제 언제까지나 진실한 마음으로
언제 언제까지나 그날을 위해
피카츄!

이 마지막 구절은 표면적으로 진실함과 목표 달성, 그리고 영원히 지속될 꿈을 향한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그러나 "진실한 마음"이라는 표현은 도덕적·이상적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그 구체적 실천 방식은 모호하게 남겨져 있다. 이는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현실적 어려움이나 구조적 문제를 단순히 ‘마음가짐’으로 치환하는 효과를 가지며, 동시에 책임의 구체성을 회피하게 만든다. 더불어 "언제 언제까지나", "그날"이라는 모호한 시간적 표현은 목표 달성에 대한 기한을 명확히 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 책임의 유예를 암시한다.

이러한 표현은 은연중에 지우의 영웅적 목표(리그 우승과 ‘최고’가 되는 경험)가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하며, 수레바퀴 같은 운명적 반복 속에서 지속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이 마지막 구절은 표면적 이상과 내재적 현실 사이의 긴장을 드러내며, 가사 전체에 내재된 주체와 도구 간 위계, 반복적 노동과 능력주의적 서사의 지속성을 최종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2. 음악 구조와 수사학적 뒷받침


2.1. 서곡과 오프닝의 기능


서곡은 전통적으로 오페라나 연극에서 이야기 전체의 줄거리를 음악적으로 압축하여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컨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에서는 마지막 결말 부분의 음악적 소재를 서곡 초반부에 재현함으로써, 관객에게 앞으로 전개될 서사의 핵심적 사건을 암시한다. 이러한 서곡적 기능은 단순한 분위기 조성이나 캐릭터 소개를 넘어, 음악적 언어를 통해 서사의 긴장과 결말을 미리 보여주는 장치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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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2. 모차르트 "돈 지오반니" 서곡. 각각의 색으로 표시된 곡의 마지막을 암시하는 모티브가 서곡에 이미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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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4. 모차르트 "돈 지오반니"의 2막 15장. 서곡에서 나온 모티브들이 다시 나온다.

포켓몬스터 1기 오프닝 또한 이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오프닝에서 사용되는 화성 진행, 멜로디 구조, 수사적 장치는 단순한 모험적 흥분이나 친근한 캐릭터 소개가 아니라, 음악적·서사적 장치를 통해 한지우가 리그 우승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이미 예견한다. 즉, 음악 구조 자체가 서사적 긴장과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며, 가사와 결합하여 시청자에게 은밀한 서사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2. 곡 구조 분석


박자, 조성: 4/4박자, D단조
총 마디 수: 33마디
구성: Intro (2마디) - Verse 1 (4+4마디) - Verse 2 (4+4마디) - Pre-Chorus (6마디) - Chorus (8마디) - Outro (1마디)


2.3. 조성의 의미


D단조는 전통적으로 슬픔, 비애, 고뇌를 표현하는 조성으로, 음악 수사학적 맥락에서 비극적 결단과 투쟁의 정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샤콘느"는 D단조로 인간이 고난, 특히 Passus Duriusculus와 상실에 맞서 싸우는 숭고한 투쟁을 표현하며, 음악학자들은 이를 ‘예수의 고난’에 대한 성찰로 해석한다.

00.jpg 그림 5.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샤콘느에 나오는 Passus Duriusculus.


모차르트 오페라 "돈 지오반니 서곡" 역시 D단조로 시작하여 운명적 심판과 파멸의 비극적 분위기를 선언하며, 주인공의 도덕적 파멸을 예고한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1악장은 D단조로 인간의 숙명적 고난과 투쟁을 표현하고, 4악장에서 장조(환희)로의 전환을 대비시키는 극적 긴장을 형성한다.


포켓몬스터 1기 오프닝에서는 이러한 D단조의 상징성이 지우의 모험과 맞닿는다. 그의 모험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끝없는 도전과 반복되는 실패를 특징으로 하며, Outro에서 다시 D단조로 회귀하는 구조는 고난의 반복과 지속을 음악적으로 강조한다. 이로써 오프닝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서도 전통적 음악 수사학의 비극적 정서와 서사적 메시지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4. 마디별 분석


오프닝 링크


01.jpg 그림 1. 모험의 시작 악보

1-2마디 (전주)

오프닝의 도입부는 '라–시♭–시–도#'로 상승하며 힘찬 전진의 에너지를 예고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이어져야 할 '레'음으로의 진행이 도달하자마자 일시적으로 차단되고, 예기치 않게 '도'가 등장하면서 상승 흐름이 갑작스럽게 중단된다. 즉, 도약의 에너지가 정점에 제대로 도달해 유지되기 전에 낙하하며, 청자는 ‘막혀버린 상승’을 경험하게 된다. 이어지는 '레'의 등장은 마치 억지로 복귀된 정상 진행처럼 들리지만, 그 과정은 이미 왜곡된 균형 위에서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오프닝은 시작부터 조성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출발하며, 수사학적으로는 비극의 서곡, 혹은 실패로 예정된 시작을 암시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02.jpg 그림 2. 1-2마디. 초록색으로 표시된 상승 멜로디의 에너지가 빨간색 '도'에 의해 중단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첫마디의 진행이 사실상 엔딩 직전의 두 번째 마디와 동일한 구조를 취한다는 것이다. 즉, 곡의 처음과 끝이 순환적으로 맞물리며, 오프닝 자체가 이미 비극적 결말의 반복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대칭은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형식적 안정처럼 들리지만, 내적으로는 ‘시작과 끝이 동일하다’는 영원 회귀의 기호로 기능한다. 따라서 한지우의 여정은 출발 전부터 이미 그 결말, 즉 리그 우승의 실패를 예고받고 있었던 것이다.


03.jpg 그림 3. 1마디와 32마디의 비교.

3-4마디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무엇인가?

엄밀히 말하면 "(내 꿈을)"이 문법적·서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단어이다. 그러나 이 구절의 "(내 꿈을)"은 코러스(타자)에 의해 발화되며, 주체의 직접적 언어가 아니다. 더구나 이 구절 이후 동일한 어구가 반복되어 완전한 의미를 획득하기 때문에, 이 시점의 "(내 꿈을)"은 예고적 기능을 가진 타자의 발화로 남는다.


또한, "(내 꿈을)"은 문법적으로 도치법 구조를 띠고 있어 목적어가 문장 뒤로 이동하며 강조된다. 그러나 강조의 발화자가 주체 자신이 아닌 타자라는 점에서, 주체의 욕망이 이미 타자화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즉, 주체의 꿈은 스스로의 언어로 발화되지 못하고, 외부의 목소리에 의해 예고된다.

감탄사 "자~"는 못갖춘마디로 시작하여 당김음을 통해 리듬적 긴장감을 형성하지만, 역설적으로 의미 없는 감탄사에 청자의 주목을 집중시킨다.


결국 가장 의미심장한 단어는 "시작"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시작"은 멜로디 상에서 가장 낮은 음으로 배치되어 있다. 음악적으로 "시작"은 상승의 출발이 아니라, 이미 하강과 침잠의 기운 속에서 발화된다. 즉, 오프닝의 "시작”은 희망의 출발이 아닌, 실패가 예정된 출발, 혹은 낙하하는 시작으로 구현되며, 한지우가 자신의 꿈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운명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04.jpg 그림 4. 3-4마디의 멜로디 높낮이의 흐름.

5-6마디

6마디의 "(피카츄)" 부분에서 나타나는 장7도 도약은 오프닝 전체의 정서 구조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수사학적 장치로 작용한다.

바로 앞의 "행" 음(B♭)으로부터 장7도 도약하여 "(피카츄)"의 멜로디(라–파–솔)로 이어지는데, 고전 음악 수사학에서 장7도는 ‘격렬한 고통, 갈망, 혹은 해결되지 않은 열망’을 상징한다. 따라서 이 도약은 단순한 감정의 고조가 아니라, 지우와 피카츄의 관계가 불균형한 채 긴장 속에서 결속되는 장면을 음악적으로 표상한다.

더구나, 이 외침은 지우의 직접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코러스, 즉 타인의 목소리를 통해 제시된다. 이는 주체가 스스로 피카츄를 호출하지 못하고 외부의 목소리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이미 주체의 의지와 도구의 실행이 분리된 상태를 암시한다.


05.jpg 그림 5. 장7도 도약.

흥미로운 점은 "행"과 "피카츄" 사이의 비정상적 간격이 음향적으로는 긴장된 불협화음을, 서사적으로는 ‘노동의 강요’와 ‘도구적 개입’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즉, 주체(지우)의 행위가 피카츄의 등장에 의해 비로소 완결되지만, 그 연결은 자연스럽거나 유기적이지 않고 억지로 이어 붙여진 서사적 단절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로써 피카츄는 감정적 동반자가 아닌, 주체의 욕망을 대신 수행하는 대리적 도구로 기능한다.


베이스 라인 역시 두 마디 단위로 3–8마디까지 동일한 패턴을 세 차례 반복하지만, "(피카츄)" 구절에서만 진행이 달라진다. 즉, 6마디의 세 번째와 네 번째 박자에서 베이스가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B♭–C' 진행 대신, 'C–C♯'로 치환되어 나타난다.

06.jpg 그림 6. 2마디 단위로 반복되는 보라색의 베이스 라인과 파란색 원형으로 표시된 변형.

이 변화는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화성 진행으로 인한 기능의 변화를 의미한다.

결국 마지막 "츄"에서 형성된 'C–C♯'의 반음계적 상승은 일시적으로 도미넌트7(V7) 화음을 구성하며, 이어지는 마디로의 음악적 해결을 이끈다. 그러나 이 해결은 주체의 무능과 타자 의존, 노동의 대리 수행과 종속 구조의 내면화를 상징한다. 즉, 'C–C♯' 진행은 지우가 피카츄의 노동에 의존해야만 하는 구조적 모순을 음악적으로 구현한 기호라 할 수 있다.


7-8 마디

"(없어)" 구절의 단3도 도약(레–파)은 G단조 화성 위에서, 레가 5음, 파가 7음에 해당한다. 단조에서 7음은 불안정하고 미완결된 느낌을 주어 긴장과 갈등, 불확실성을 상징한다. 비록 당김음으로 일시적인 7도 효과가 나타나지만, 단조에서의 단3도 도약 또한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수사학적 장치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 도약은 단순한 음정 이동이 아니라, 주인공의 내적 불안과 서사적 위기, 운명적 실패를 음악적으로 예고하는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


07.jpg 그림 7. 빨간색의 단3도 도약과 초록색의 일시적 7도. 둘 다 불확실성을 상징한다.

9-10 마디

처음으로 피카츄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피카피카)" 마디에서 나타나는 'F♯' 화성은 기본 조성인 D단조와 부조화를 이루는 비조성적 음이다. D단조에서 'F♯'은 일반적인 단조 화성 구조에서는 사용되지 않으며, 즉시 음악적 긴장과 불안을 생성한다.

08.jpg 그림 8., 위의 D단조와 밑의 F#장조. 겹치는 음이 하나도 없는 서로 연관성이 없는 조성이다.

이 순간은 이전까지 서사의 주체였던 지우 중심의 내레이션이 잠시 피카츄로 전환됨을 상징한다. 피카츄가 단순한 도구적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 주체적 행동을 수행하는 장면이 음악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서사적으로, 이는 주종 관계의 일시적 전환을 의미하며, 피카츄가 지우의 목표 달성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함을 보여준다.


한편, D단조의 안정적 음계에서 벗어난 'F♯'은 예상치 못한 개입과 긴장, 그리고 미완의 해결을 나타낸다. 결론적으로, D단조에서 돌연 등장하는 'F♯' 화성은 단순한 화성적 장식이 아니라, 피카츄의 역할 전환, 권력과 주체 구조의 변화, 그리고 긴장된 감정적 수사학을 음악적으로 구현한 핵심 장치로 평가할 수 있다.


11-14 마디

지우는 "내 친구와 함께니까"라고 선언하지만, 이 구절에서 자신의 친구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곧이어 등장하는 "(피카피카)"는 피카츄의 발화이지만, "처음 시작" 구절이 피카츄의 첫마디를 사실상 덮어버린다. 이는 주종 관계의 서사적 재확인으로, 피카츄에게 발언권을 부여하지 않고 지우 중심으로 서사가 계속 진행됨을 음악적으로 보여준다.

09.jpg 그림 9. 10마디. "(피카피카)"의 "카"와 "처음 시작은"의 "처"가 겹쳐진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 "어색", "몰라"와 같은 단어들이 음악적으로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 단어 모두 부정적 의미를 지닌 단어이며, "처음"과 "어색"은 당김음으로 처리되어 리듬적 긴장감을 높인다.

10.jpg 그림 10. 11-14마디의 당김음들.


"(몰라) 내 친구 피"는 피카츄를 제외하고 곡에서 가장 높은음인 '솔(G)'로 설정되어 있다. 이 '솔'은 도미넌트 화성에서 7도를 담당하고 있어, 화성적으로는 불안과 불확실성을 극대화한다. 통상적으로 이 '솔'은 '파(F)'로 해결되어야 하지만, 계속 반복됨으로써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 결국 피카츄가 등장할 때 화성적으로 해결된다. 곡 전체에서 ‘피카츄’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는 가장 높은음인 '라(A)'가 나오는데, 이는 피카츄에게 특별한 서사적·음악적 의미가 부여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11.jpg 그림 11. 12-14마디의 해결되지 않은 '솔'
12.jpg 그림 12. 6마디와 14마디의 비교. '피카츄'가 나오면 곡의 제일 높은음인 '라'가 나온다.

또한 "내 친구 피카츄"는 괄호 없이 표기되지만, 화음 진행 속 다른 목소리들과 함께 처리되어, 지우가 독립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아닌 보조적·간접적 표현으로 나타난다. 이는 피카츄가 지우와 동등한 주체로 존재해야 하는 순간에도, 지우가 이를 명확히 인정하지 않는 소극적 태도를 음악적으로 드러낸다.


15-16 마디

"날 지켜줄 거라고 믿고 있어"에서 ‘믿음’은 당김음을 통해 청자의 주목을 끌지만, 멜로디 상 가장 낮은음으로 배치되어 감정적 고조보다는 침잠된 안정감을 준다. 동시에 도미넌트 화음(A) 내 3음(C♯) 사용으로 화성적 안정이 확보된다.


13.jpg 그림 13. 15-16마디의 빨간색으로 표시된 당김음과 초록색으로 표시된 도미넌트 화음(A) 내 3음(C♯)


이 배치는 단순한 신뢰 표현이 아니라, ‘피카츄가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전제를 내포한다. 즉, 신뢰가 선택적 감정이라기보다 주종 관계 속 의무화된 역할 수행임을 음악적으로 보여준다.


17-18 마디

지우가 "누구라도 얕보다간 큰일 나"라고 말하는 장면은 겉으로는 자신감과 위협을 드러내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내적 불안과 긴장을 암시한다. 화성적 분석에서, 갑작스러운 'A♯dim → Bm' 진행과 베이스 'F♯–G'의 불협화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두려움과 긴장을 음악적으로 표출한다.


또한 D단조에서 일반적인 도미넌트(A장조) 화성은 안정적 결말(D단조)로 이어져야 하지만, 여기서는 'A♯dim'을 거쳐 B단조로 진행하며 일시적 전조가 나타난다. 이는 안정적 결말을 회피하고, 불안정과 미완의 상태를 강조하는 장치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가사와 화성은 상반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14.jpg 그림 14. D단조에서의 A → A♯dim → Bm → A(!)의 진행.

19-24 마디

"언제나 어디서나, 약할 때나 강할 때나" 구절은 화성적으로 A장조와 D단조의 1음과 3음으로 안정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안정된 화음은 일반적으로 안전함과 확실함을 상징한다.


15.jpg 그림 15. 19, 21마디의 1, 3도로만 이루어진 안정적인 화성 구성.


그러나 "피카츄가 옆에 있어" 구절은 말하듯이 불러지며 정확한 음정이 부여되지 않았다. 이전 구간에서 피카츄는 곡 전체에서 가장 높은음을 통해 최소한의 독립적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 순간에는 음정조차 부여되지 않아 화성 속에 묻히는 존재가 된다.

이는 서사적으로 피카츄의 주체성이 희석되고, 안정적 화음 속 반복되는 구조에서 지우의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도구적 존재로 전락했음을 음악적으로 보여준다. 즉, 피카츄는 주종관계 속 당연히 수행되는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 표상된다.


베이스 진행 'D–C–B–B♭–A'는 Lamento Bass(애도적 하행)와 Passus Duriusculus(반음 하행) 패턴이 혼합되어 고난과 슬픔을 암시하며, 안정된 화성과 대비되어 서사적 모순을 강조한다.

16.jpg 그림 16. 22-24마디의 하행 베이스 진행.

구절 마지막의 "우린 최고야"에서는 곡 전체에서 피카츄를 상징하는 최고음 "우"(라)가 다시 등장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멜로디가 한 음씩 순차적으로 'A–G–F–E–D'로 하행하며, 음악적·서사적으로 '최고'라는 동력이 점차 소진됨을 드러낸다. 동시에 중요 단어가 ‘우리’로 전환되면서, 곡의 클라이맥스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더욱이 ‘우린 최고야’ 구절의 베이스 진행 A–B♭–B–C♯는, 곡의 처음에서 보았듯 상승 진행이 확신과 힘을 상징하지만, 이번 구간에서는 하행 멜로디와 맞물리며 실질적 실패와 좌절 속에 그 의미가 퇴색된다.

17.jpg 그림 17. 하행하는 빨간색 멜로디와 상승하는 파란색 베이스.

결국 이 구절은 표면적으로 협력과 우정을 강조하지만, 하행 멜로디와 화성적 장치를 통해 주종 관계와 불균등한 권력 구조, 그리고 이상이 실현되지 못함을 정서적·수사학적으로 예견한다. 이러한 음악적 장치가 바로 지우의 리그 우승 실패를 예견하는 핵심적 단서가 된다.


25-33 마디

"우린 최고야"가 끝나기도 전에, "언제 언제까지나"라는 구절이 등장하며 비극적 운명의 시작을 암시한다. 최고의 선언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앞으로 전개될 예견된 수레바퀴 같은 운명이 튀어나오는 장면은 극도로 비극적이다.


"언제 언제까지나" 구간의 멜로디 주요음은 'D–C#–C–B–A'로, 반음 하행하는 Passus duriusculus 패턴을 따른다. 이는 도달하지 못할 미래를 위한 희망의 고문처럼 느껴지며, 한 음씩 한 마디씩 천천히 내려가는 진행은 기나긴 여정과 고난을 음악적으로 상기시킨다.

18.jpg 그림 18. 멜로디의 하향 패턴.

‘그날을 위해’ 구절은 명확한 마무리를 하지 않고 도미넌트에서 멈춘다. 반주에서는 곡 초반의 상승 진행 'A–B♭–B–C#'가 반복되지만, 역시 D단조로 바로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 피카츄의 외침이 끼어든다. 반면에 베이스 진행은 'A–G–F#–E'로 하행하며, D단조의 'F' 대신 D장조의 'F#'이 삽입된다. 이는 단조의 우울함 속에서 조롱처럼 불현듯 밝은 음을 끼워 넣는 것으로, 음악적 긴장과 서사적 아이러니를 극대화한다.

19.jpg 그림 19. 빨간색으로 표시된 도미넌트 화음, 초록색으로 표시된 1마디와 같은 상승 진행 패턴, 그리고 파란색의 'F#'.


마지막 피카츄의 외침 마디가 홀수 한 마디로 끝나는 것은, 전주 2마디와 대부분 가사의 4~6마디 단위 진행과 달리 예측 불가능성과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이 홀수 마디의 외침은 단순 장치가 아니라, 피카츄의 독립적 주체성을 드러낸다. 특히 이번에는 “피카츄!”가 괄호에서 벗어나, 코러스가 아닌 독립된 발화로 등장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외침은 엔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이전까지 지우 중심으로 진행되던 서사에서 주종 관계의 완전한 전환을 암시한다. 음악적 불규칙성과 홀수 마디 구조는 피카츄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만의 의지와 역할을 행사하는 존재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 철학적·정치경제적·이데올로기적 분석


포켓몬스터 1기 오프닝은 표면적으로 한지우의 모험과 성장, 우정을 강조하지만, 비판적으로 분석하면 능력주의적·자본주의적·철학적 문제들이 은연중에 내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지우와 피카츄의 관계는 표면적으로 우정이라는 감성적 수사로 포장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주체-객체 구분이 명확한 노동 도구 구조를 형성한다. 오프닝 가사 속 “날 지켜줄 거라고 믿고 있어”라는 표현은 피카츄에게 숭고한 희생을 요구하는 중세 기사도 문학적 수사를 내포하며, 피카츄를 주인공의 안전을 위한 도구적 존재로 종속화한다. 한지우는 자신의 꿈과 모험을 설정하는 주체로 기능하지만, 실제 실행과 성취 과정에서는 피카츄라는 도구적 능력에 의존하며, 책임과 노력을 전가하는 구조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이러한 관계 구조는 아도르노적 관점에서의 관계의 상품화(Verdinglichung von Beziehungen)와 혹실드의 감정 노동(Emotional Labor)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피카츄의 존재 가치는 한지우의 능력주의적 목표 달성과 포켓몬스터라는 상업적 브랜드 유지라는 목적에 종속되며, 오프닝은 이를 숭고한 파트너십으로 포장함으로써 시청자가 권력 불균형과 감정 노동 구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이러한 구조는 시청자에게 우정과 협력의 미덕으로 포장되어 전달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체와 객체 간 권력 불균형, 그리고 감정 노동의 내면화를 동시에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애니미즘과 소유권 문제의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켓몬은 의식과 감정을 지닌 애니미즘적 존재로 설정되어 있으나, 하이데거의 기술론(Gestell/Bestand)적 관점에서는 그 존재가 단순한 수단 및 자원으로 전락한다. 오프닝 가사에서 피카츄를 친구로 선언하지 않는 구조는 주체적 의지와 도구적 존재 사이의 경계를 은연중에 강조하며, 존재의 기술적 착취를 드러낸다.


마르크스적 소외된 노동(Entfremdung der Arbeit)의 관점에서도 이 관계를 분석할 수 있다. 피카츄는 능동적 주체가 아니라 생산 수단으로 전락하며, 수행하는 노동의 목적은 전적으로 한지우의 목표 달성에 종속된다. 이는 노동자가 자신이 창출한 가치와 활동으로부터 소외되는 전형적 구조를 보여주며, 피카츄의 존재가 도구화되는 과정을 명확히 드러낸다.


한편, 오프닝 가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책임 전가 구조는 푸코의 규율 권력(Pouvoir disciplinaire)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피카츄가 외치는 “피카츄!”라는 외침은 외부의 명령 없이도 스스로 도구적 존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을 확인하는 행위로, 규율 권력이 자발적 복종을 통해 복종적 주체를 형성하는 방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우정 서사가 아니라, 체계적 권력 구조가 내면화되어 주체가 스스로 도구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과정을 드러낸다.


오프닝의 반복적 서사 구조(“언제 언제까지나”의 반복)는 니체의 영원 회귀(Ewige Wiederkunft) 개념과 결합하여 해석될 수 있다. “언제 언제까지나 그날을 위해”라는 가사와 음악적 Passus Duriusculus는 지우의 목표 달성, 즉 리그 우승을 영구적으로 유예시키는 동시에, 캐릭터 상품 판매의 지속이라는 자본주의적 의도를 은연중에 드러낸다.


지우의 '여행'은 중세 기사도 문학의 ‘고난을 통한 성스러운 탐색’이라는 숭고한 이상을 모방하지만, 오프닝 주제가의 D단조 숙명과 Passus Duriusculus가 암시하는 고난의 수사적 장치는 이 탐색이 종결이나 구원을 갖지 못하는 영원한 노동으로 변질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중세 기사 서사나 돈키호테적 모험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례로서 십자군 원정에서도 나타나는 목적의 상실 또는 변질과 유사하다. 즉, 확실한 목적 없이 방황하거나, 당초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과정처럼, 지우의 리그 우승 또한 실현 불가능하며, 그의 여정은 결과 없는 반복적 시도로 귀결됨을 상징한다.


한편, TV 방영판에서는 “언제 언제까지나 하나가 되어”와 “언제 언제까지나 최고가 되는” 구절이 삭제되었다. 이러한 삭제는 단순한 가사 편집을 넘어, 서사적 완결과 윤리적 해방이라는 상업적·윤리적 위협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상업적 통제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즉, 주종 관계의 종식과 서사의 조기 종결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오프닝의 비극적 메시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이 삭제는 오프닝에서의 능력주의의 기만을 드러낸다. 표면적으로는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신화적 메시지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최고가 되는" 등의 결과는 사라져, 서사가 결코 완결되지 않음을 암시한다.


오프닝의 마지막 부분, 피카츄의 최종 외침은 사실상 자본주의적 자기 선언으로 귀결된다. 이는 엔딩의 단순 반복적 암시, 예컨대 “피카츄 라이츄로 시작해서 피카피카피카츄 피카피카피카츄”와 연결된다. 이러한 반복은 유아 콘텐츠에서 흔히 관찰되는 상업적 반복 구호 전략과 기능적으로 일치하며, 뽀로로 주제가의 “뽀롱뽀롱뽀롱뽀롱… 뽀로로” 구호와 유사한 효과를 나타낸다. 두 경우 모두 서사적 의미와 무관하게 캐릭터 이름을 반복함으로써 상업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시청자에게 각인시키는 전략을 보여준다. 결국, 오프닝의 복잡한 비극적 구조는 유아 콘텐츠 산업 전반에 걸쳐 공유되는 상업화 전략으로 이어지며, 이는 일종의 자기 상품화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포켓몬스터 오프닝은 단순한 성장·우정 서사가 아니라, 권력과 규율의 내면화, 관계의 상품화, 노동 소외, 철학적 숙명론, 기술 문명에 의한 도구화 등을 동시에 드러내는 복합적 문화산물로 이해될 수 있다.




4. 포켓몬스터 원작자의 의도


포켓몬스터의 각본가 슈도 타케시는 자신이 연재하던 ‘애니메 스타일’ 칼럼에서, 처음에는 포켓몬이 이렇게 장기 시리즈가 될지 몰랐기에 최종화까지 구상해 두었다고 밝혔다. 놀라운 내용은, 원래 계획에서는 포켓몬들이 자신들이 인간에게 이용당하고 있음을 깨닫고 반역을 한다는 것이었다.


슈도는 사실상 포켓몬 게임의 핵심인 포켓몬 배틀을 즐기지 않았으며, 배틀을 투견이나 야만 같은 과격한 표현으로 묘사했다. 그는 아이들이 승리에 집착할 것을 우려하여, 공존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했다. 슈도가 각본을 담당한 부분에서는 리그 우승 역시 먼 미래의 이야기로 연출했다. 즉, 슈도는 애초부터 지우의 리그 우승을 계획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게임프리크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 자료에 따르면, 슈도의 친구인 유야마 쿠니히코 감독이 지우의 리그 우승을 지속적으로 막았다고 한다. 유야마는 평소 슈도를 전적으로 따랐으며, 슈도가 사망한 이후에도 그의 의지를 계속 유지했다. 이 때문에 지우는 20년 넘게 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결국 포켓몬스터 오프닝은, 원작자의 숨겨진 의도와 자본주의적 상업 전략, 주종관계와 도구화된 캐릭터 구조를 모두 반영한 복합적 서사 장치로 기능하며, 지우가 리그 우승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설정된 구조적 기반을 음악과 서사 속에 효과적으로 녹여냈다고 볼 수 있다.




5. 리메이크


18년이 지난 포켓몬스터 썬&문의 두 번째 오프닝 리메이크 버전은 원판 TVA판과 비교했을 때 여러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준다.


5.1. 전체 가사 (2017 ver.)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내 꿈을 위한 여행 (피카츄)

걱정 따윈 없어 (없어~)
내 친구랑 함께니까 (피카피카)

처음 시작은 어색할지도 몰라 (몰라~ 내 친구 피카츄)

날 지켜 줄 거라고 믿고 있어
누구라도 얕보다간 큰일나

언제나 어디서나 (피카츄가 옆에 있어)
약할 때나 강할 때나 (피카츄가 옆에 있어)
너와 나 함께라면 우린 최고야

언제 언제까지나 진실한 마음으로
언제 언제까지나 하나가 되어
언제 언제까지나 최고가 되는
언제 언제까지나 그날을 위해 (피카츄!)


5.2. 분석


리메이크 버전 링크


전주가 4마디로 확장되었으며, 원판에서 특징적이었던 'A–B♭–B–C#' 상승 진행이 사라지고, 대신 D단조를 기반으로 한 다짐과 결의가 강조된다.


원판에서 피카츄의 첫 발언으로 등장했던 “(피카피카)”는 삭제되어, 피카츄가 무시당하는 서사적 문제를 제거하고 오프닝에서 직접적으로 발언하지 않는다. 또한 “(몰라~ 내 친구 피카츄)”와 “(피카츄가 옆에 있어)” 부분이 모두 코러스에 포함되면서, 지우의 소심한 친구 선언과 피카츄의 독립적 발언이 사라지고, 주체적 선언이 코러스에 의해 간접적으로 처리된다.


클라이맥스 구절 “너와 나 함께라면 우린 최고야”에서는 원판의 'D–C–B–B♭–A' 하행 베이스 진행(Lamento Bass, Passus Duriusculus 혼합 패턴)이 삭제되어, 이전에 강조되던 고난과 슬픔, 서사적 모순이 완화되었다. 또한 “우린 최고야”의 마지막 음 “야”는 원판에서 점차 줄어들던 것과 달리, 3박자를 끝까지 유지하여 주체적 선언이 명확히 강조된다.


그동안 삭제되었던 후렴의 두 줄이 추가되어, “진실한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최고가 되는 그날을 위해”라는 긍정적 메시지가 대단원의 서사를 완결 짓는다. 마지막 후주는 피카츄의 외침을 포함한 2마디에서 7마디로 확장되었으며, A장조 7화음을 4마디 동안 차곡차곡 쌓고 2마디를 극적으로 끌어올린 뒤, 마지막 마디에서 D단조로 돌아와 음악적 긴장과 해소를 동시에 제공한다.


TVA판에서는 “(피카피카)”라는 피카츄의 주체적 발언이 주체(지우)의 서사에 의해 억압된 상태였다. 즉, 피카츄는 옆에 있음에도 도구화된 존재처럼 다뤄졌고, 지우의 친구 선언은 코러스에 묻히면서 주체-도구 구조를 드러냈다.


반면 리메이크에서는 피카츄의 발언이 아예 삭제되어 주체-도구 간 갈등과 긴장 요소가 제거되었다. 지우의 친구 선언과 피카츄의 존재는 코러스에 의해 간접적·보조적 방식으로 처리된다. 그 결과, 지우가 친구라고 선언할 필요가 없고, 발언권 경쟁도 발생하지 않는다. 즉, 주종관계 자체가 사라지고, 우정과 협력은 이상적·완결적 형태로 표현된다.


또한 원판에서 나타난 영원회귀 개념과 Passus Duriusculus 등 비극적 장치, 그리고 이데올로기적 요소들도 리메이크에서 상당 부분 삭제되어, 한지우의 리그 우승을 가로막던 음악적·수사적 요인이 크게 완화되었다. 그 결과, 리메이크 버전은 포켓몬스터 썬&문에서 지우가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달성할 수 있는 서사적 기반과 정당성을 마련하였다.




6. 결론


포켓몬스터 1기 오프닝 주제가 분석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모험과 우정, 성장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음악적·화성적 장치와 가사 수사학 속에는 주체와 도구의 위계, 반복적 노동, 능력주의적 서사의 내재적 비극이 숨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화성적 긴장, 멜로디 구조, 코러스와 괄호 표기 등은 한지우의 리그 우승 실패를 단순히 예견하는 수준을 넘어, 시청자에게 그대로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서도 철학적·정치경제적이데·올로기적 메시지가 음악적·서사적 장치를 통해 복합적으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TVA판과 썬&문 리메이크 비교를 통해, 오프닝에서의 음악적·서사적 장치가 서사적 긴장과 비극성을 어떻게 조절하며, 상업적·윤리적 통제와 결합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원판에서는 주체-도구 관계, 반복적 실패, 영원회귀적 구조가 내재했지만, 리메이크에서는 이러한 비극적 요소가 상당 부분 제거되어, 지우의 우정과 모험이 이상적·완결적 서사로 재구성되었다. 따라서 포켓몬스터 오프닝은 단순한 어린이용 모험곡이 아니라, 음악·가사·서사·이데올로기가 교차하는 복합적 문화산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7. 참고 문헌



Adorno, Theodor W., & Horkheimer, Max. (1947/2006). Dialektik der Aufklärung: Philosophische Fragmente (16. Aufl.). Frankfurt am Main: S. Fischer Verlag.

Bartel, Dietrich. (1997). Musica poetica: Musical-rhetorical figures in German Baroque music. Lincoln & London: University of Nebraska Press.

Burmeister, Joachim. (1606). Musica Poetica. Rostock.

Cervantes, Miguel de. (1605/1615). Don Quixote. Madrid: Francisco de Robles.

Foucault, Michel. (1975). Surveiller et punir: Naissance de la prison. Paris: Éditions Gallimard.

Heidegger, Martin. (1954/2000). Die Frage nach der Technik. In Vorträge und Aufsätze. Gesamtausgabe, I. Abteilung: Veröffentlichte Schriften 1910–1976, Band 7 (pp. 5–36). Frankfurt am Main: Vittorio Klostermann.

Hochschild, Arlie Russell. (1982/2003). The Managed Heart: Commercialization of Human Feeling (2nd ed.). Berkeley, 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Marx, Karl. (1844/1968). Ökonomisch-philosophische Manuskripte aus dem Jahre 1844. In Karl Marx & Friedrich Engels, Werke. Ergänzungsband: Schriften, Manuskripte, Briefe bis 1844. Erster Teil (pp. 465–588). Berlin: Dietz Verlag.

Mattheson, Johann. (1739). Der vollkommene Capellmeister. Hamburg: Herold.

Nietzsche, Friedrich. (1882/1887). Die fröhliche Wissenschaft (2. Aufl.). Leipzig: Verlag von Ernst Schmeitzner.

Riley-Smith, Jonathan. (1987/2023). The Crusades: A History (4th ed.). London: Bloomsbury Academic.


비디오

포켓몬스터 오프닝 - 모험의 시작. YouTube. https://youtu.be/NZzc_Vdg-SY (열람일: 2025년 10월 21일)

포켓몬스터 썬&문 오프닝 - 모험의 시작 (2017 ver.). YouTube. https://youtu.be/zKIk7TVkixo (열람일: 2025년 10월 21일)

포켓몬스터 엔딩 - 우리는 모두 친구. YouTube. https://youtu.be/d9TnW7VQRPk?t=40 (열람일: 2025년 10월 21일)

뽀로로 오프닝 - 노는게 제일 좋아. YouTube. https://youtu.be/E0W5sJZ2d64?t=48 (열람일: 2025년 10월 21일)


악보

[그림 1-4]. Mozart, Wolfgang Amadeus. (1787/1959). Don Giovanni K.527 (Piano reduction by Maffeo Zanon). Milan: Ricordi.

[그림 5]. Bach, Johann Sebastian. (1720). Ciaconna, in: 6 Violin Sonatas and Partitas, BWV 1001–1006, BWV1004, holograph manuscript, Sei Solo à Violino senza Basso accompagnato Libro Primo da Joh. Seb. Bach. (Public Domain)

[그림 6–24]. Author’s transcription based on listening (unpublished manuscript).


웹사이트

首藤剛志. (2009). 「シナリオえーだば創作術――だれでもできる脚本家」第184回 『ミュウツーの逆襲』のその先へ. STYLE.fm. http://www.style.fm/as/05_column/shudo184.shtml (열람일: 2025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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