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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meLee Dec 05. 2022

22년 11월의 창업 일지

스스로가 한 없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목차  
1. 높아지는 가설 검증 기준  
2. 창업가의 성장 딜레마  
3. 나만의 "성과"를 정의하기  
4. 불안감을 담금질하다.  
5. 소설의 매력, 인간을 이해하다.  


높아지는 가설 검증 기준

 요즘 들어, 가설 검증 방법론의 기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창업 초기에 유저 반응을 보기 위해 프로덕트의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도 일단 배포를 하라고 말한다. 이를 뒷받침 하는 사례로 언제나 에어비엔비, 토스의 MVP 페이지가 나온다.

에어비엔비와 토스의 MVP 페이지


 다만, 이러한 사례가 대중화 됐기에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져서, 갈수록 더 높은 수준의 방법론이 요구되는 듯 하다. 인간은 익숙함의 동물이다. 불과, 몇 년 전에는 (1) 프로덕트가 아직 없지만, (2) 어떤 기능이 제공될지를 보여주는 랜딩 페이지만 보고, 사람들은 기대하며 열광했다. 하지만, 이제 너무 많은 랜딩 페이지가 쏟아지고 있기에, 랜딩 페이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미지근해졌다. 심지어, "결국 프로덕트는 없는 거자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하며, 랜딩 페이지 실험 자체가 객관성을 잃고 있다.


 이렇게 로우한 수준의 실험에 냉소적인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날수록,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기 힘들어지며 결과적으로 실험 결과를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물론 랜딩 페이 등의 가설 검증 방법이 가장 빠르게 액션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이런 실험 자체를 안하는 것보다 훨씬 객관성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초기 창업 팀일수록, "빠른 실험"이란 명분 아래에 "실험의 퀄리티"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타협! 어림도 없다! 암! (출처 : <야인시대>)






창업가의 성장 딜레마

 창업가에게 성장은 개인의 책임이다. 기반이 잡힌 기업에 들어가면, 성장을 돕는 환경(ex. 사수, 시니어)가 있기에 성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창업을 한다면, 애초에 옆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없이 혼자서 문제를 헤쳐나가야 하기에 알아서 성장해야 한다. 야생에 던져진 느낌이랄까?


 세상은 냉정하다. 환경이 없는 상태에서 "나"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은 이를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을 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관점은 나름 타당하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동일하고, 성장을 위하 "나"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타인은 알지 못한다. 애초에 하루 24시간, 절대적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기에, 성장을 한 사람은 성장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창업가에게 하루 24시간은 적은 시간이다. 처리해야 하는 잡무도 너무 많고, 미래를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며, 가설 검증을 위해 실험을 기획하고, 서비스도 만들어야 한다. 업무에 치이기에, 성장에 투자할 시간을 챙기기가 힘들다. 나는 시간이 많다고 말하는 초기 창업가가 있다면... 정말 뛰어나거나 혹은 허수거나...


 위처럼 물리적인 이유도 있지만, 성장 시간을 챙기지 못하는데 심리적 이유도 있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내가 이걸 안하고 성장을 명분으로 공부를 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불안이 생긴다. 마치, 숙제를 하지 않으면 선생님에게 혼날 것 같은 어린 아이의 기분이랄까?


 심리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제적인 환경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애초에 성장을 강제하는 환경이 있다면, 심적으로 불안할지라도 결국 성장 시간을 투자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여러 업무 사이에서도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큰일아는 업무처럼 말이다.


 최근에 책을 거의 읽지 못했는데, 독서를 강제하기 위해 북 인증 스터디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매일, 자신이 설정한 시간 안에 책을 인증해야 하며, 이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는 구조다. 인증 시간을 강제했기에, 어쩔 수 없이(?) 책을 읽게 된다. 생각보다 효과는 좋은 듯하다.







나만의 "성과"를 정의하기

 창업 초기일수록, 스스로가 작고 초라해보인다. 이미 프로덕트가 잘 굴러가고 있는 기업이라면, 내 모든 액션이 당장의 지표로 눈에 보인다. 하지만, 초기 창업일수록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기에, 내 액션이 정말 유효한지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의구심이 쌓여갈수록, "나"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인간은 비교의 동물로서, 주변 친구들이 회사에 취업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의심은 한층 더 강해진다.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인식이 변화한다. 바꿔 말해, "성과"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다르게 보인다. 성과를 "눈에 보이는 지표의 변화"라고 정의 한다면, 초기 창업에서 "성과"를 냈다는 느낌을 갖기 힘들다. 반대로, 성과가 "어제와 오늘의 나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라 한다면, 앞선 예시보다 "성과"를 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불안감을 담금질하다.

 창업은 "나홀로 서기"라고 생각한다. 회사를 다니거나, 학교를 다닐 때는 "회사", "학교"라는 심리적인 울타리가 존재한다. 이 울타리 안에서는 내가 실패해도 큰 피해가 없으며,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방향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학교는 이번 학기에 강의를 통해 내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회사는 전사적 목표를 전달해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창업은 이러한 울타리 없이, 모든 걸 내가 생각하고 정의해야 한다.


 그렇기에, 창업을 하면 불안감은 필수 불가결하다. 애초에 내가 생각하고 정의 내린 게 답인지도 모르고, 이게 답이 아닐지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다. 인간은 미지의 영역에 두려움을 느끼는데, 창업만큼 미지의 영역이 있을까?

미지의 영역의 두려움 (출처 : <체인소맨>)


 불안감은 행동의 동력이 된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갑작스러운 위험에 빠르게 대처하고자, 불안감이란 장치를 마련했다. 불안한 감정이 들면, 생존하기 위해 빠른 액션을 취한다. 하지만, 이 불안이 하루 종일 이어지면, 자신을 좀 먹는 존재가 된다. 


 칼을 만들 때, 담금질이란 과정을 거친다. 담금질은 뜨거운 온도에서 달군 철을 급냉시켜, 경도를 높여주는 작업을 칭한다. 계속 뜨거운 온도에서 철을 달구면, 철은 형태를 잃고 무너진다. 반대로 급냉만 시키면, 경도는 변하지 않는다. 뜨거운 온도와 차가운 온도,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단단한 칼이 탄생한다. 불안감도 마찬가지아닐까? 

온도의 적절한 조화가 단단한 칼을 만든다. (출처 : <아웃도어뉴스>)






소설의 매력, 인간을 이해하다.

 책 중에서 특히 고전 소설을 좋아하는데, 인간의 미묘한 감정선을 잘 담아내기 때문이다. 문득, 다양한 소설을 접할수록, 좋은 프로덕트를 만드는 능력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프로덕트의 본질은 유저가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이를 녹여내는 것이다. 즉, 유저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기 위해서, 사람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 대화를 나눠야지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이 정보를 해석해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대화"란 단발적인 특징을 갖는다. 애초에 가족이나 동거인이 아닌 이상, 누군가를 매일 만나기란 어렵다. 그렇기에, 현실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경험, 자체를 갖는 게 힘들다.


 책을 읽는 순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에 몰입한다.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보고,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이어지면서, 등장인물을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대상을 이해하는 경험이다. 이런 견해라면, 책을 읽을수록 대상을 이해하는 경험이 반복되며, 결과적으로 대상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책을 "읽는다"가 아니라, "해석한다"가 메인인 경우만 해당된다.


책을 해석하기 위해, 매번 독후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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