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하야 이름 없는 배우의 살아남기 프로젝트
무명 : 이름이 없는 것.
무명배우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음에 이름이 없는 사람이 된다.
나는 예고를 나오고 예술대학을 나와 연기를 하고 있다. 도합 연기공부를 시작한 지 13년이 되었다.
한때 영화의 주인공을 하기도 하고 이름을 들으면 알법한 넷플릭스 시리즈에 나오기도 한 내가.
그런 내가 왜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고 있냐고?
일이 없으니까!!!
아니 물론 간간이 일이 있긴 하다. 또 연기를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남는다. 너어무 많이 남는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 젊은이인데.
연기하는 게 아니라고 이렇게 집에 처박혀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집에서 하릴없이 침대에 누워 릴스만 보던 날이었다.
이런 내가 너무도 밉고 미워서 어찌할 수 없으나 몸을 이르킬 수도 없는 나의 현상태를 보고야 말았다.
영어로 리얼라이즈.
루저야. 루저가 따로 없어. 버러지야 이건. 너의 원대한 꿈을 잊었니? 그 원대한 포부는 어디 가고 3평 남짓한 방에 누워서 하루종인 핸드폰만 쳐다보는데?
몸을 일으켜 세웠다. 책상에 앉았다. 아무 노트를 펼쳤다. 글을 적어 내려갔다.
1. 아침 9시 기상
2. 응가할 때 책 읽기
3. 오전 공부 -영어, 연극심리 자격증
4. 점심 먹기
5. 근력운동
6. 연기연습 (목표 영어독백 만들기)
7. 반성으로 아침 시작, 감사로 하루 마무리
그래, 며칠은 이 "건강한 습관 챌린지"가 잘 이루어졌다.
하지만 작심삼일. 그 말에서 나는 그리 멀리 가지 않았다.
반복되는 패턴, 새벽마다 찾아오는 불안감.
언제까지 이런 불안한 삶을 계속할까? 꿈을 좇으려면 현실의 나는 살아남기 위해, 꿈을 좇는 나를 먹이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알바몬, 잡코리아, 알바천국, 당근알바. 새벽마다 인터넷 세상을 헤맸다. 너무나 막막해서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나는 한 번도 카페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데뷔를 한 후로 나를 풍족하게 해 줬던 피팅모델일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소속사에서는 나의 이미지가 싼 가격에 돌아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광고를 찍을 때마다 내 시급은 피팅모델의 시급에서 10배는 뛰었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그럴 순 없다. 운명은 지금은 나의 편이 아니다.
그 후로 나는 고깃집, 행사운영 등등 일용직 같은 계약직을 전전했다.
그러다 스타벅스에서 올라온 공고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야 본론이 나온다. (그래 나는 사족이 많다. 길치인 나에겐 어쩌면 어울리는 행동일 수도. 딴 길로 새는 나를 여러분이 잘 내비게이터 해주시길 바란다.)
스타벅스에 취직하면 좋은 점을 또 써 내려간다.
1. 4대 보험 가입
나는 과거 한 달에 약 천만 원의 출연료가 꽂힌 적 있어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료를 어마어마하게 내고 있다. 그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2. 어학연수 혹은 워킹홀리데이
영어를 공부하러 해외로 가고 싶은데 워홀을 갈 시에 스타벅스에서 일한 경력은 좀 쳐준다는 어떤 블로그를 본 적이 있다 (?
3. 집 앞에 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으니 편리하다.
많은 이유는 아니지만 적절한 이유들로 인해 나는 스타벅스에 취직을 하러 간다?!
마음을 먹으면 바로 움직여야 하는 나로선 지원서를 쓰고 나서도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는 것이었다.
내가 지원한 지점 말고 다른 지점에서 전화가 와서 면접일정을 잡았다.
면접일정을 잡긴 했으나 더 가까운 지점에서 일하고 싶은 나머지 나는.
어느 오디션을 보고 온 날, 샵에서 풀메이컵을 하고 온 그날, 들썩이는 엉덩이로 무작정 일하고 싶은 스타벅스 문을 열고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