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나 반려묘들은 각 품종이나 크기, 기원에 따른 다양한 성질을 지니며 개성을 보여주는 흔한 반려동물들이다. 그러나 수족관에서만 볼 수 있는 물고기들도 각자 성격이 다르고 다양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면?
관상용으로 인기가 많은 이 물고기는 연구 대상으로도 꽤 가치가 높다. 바로 위험에 처했을 때의 반응이 서로 제각각이기 때문인데, 일상생활에서도 재빠르게 행동하는 구피들이 있는가 하면 느린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구피들이 있다.
특히 포식 위험과 연관된 환경 스트레스 요인과 관련해 이미 동물 연구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대체로 수중이나 공중의 포식 동물의 공격 위험에 강한 행동 반응을 보인다.
야생에서의 진화를 연구하는데 있어서도 최고의 연구 모델 중 하나다. 한 예로 서인도 제도에 서식하는 구피들의 경우 포식자로부터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폭포 밑의 수컷 구피들은 자신의 몸 색깔을 모호하게 만들며 위험을 피한다. 반면 폭포 위의 환경은 정 반대다. 일단 포식자들의 몸집이 작고 이들은 성체의 구피들을 먹지 못해, 수컷의 성체 구피들은 눈에 띄는 밝은 색상으로 무장하며 암컷들을 유혹하고 자유롭게 진화과정을 밟는다.
이들의 성향과 개성을 실험하기 위해 영국 엑서터대학의 연구진들은 플라스틱으로 포식자인 새 모형을 만들어 구피들의 개별 수조에 접근시켰다. 이들의 수조 위에서 빙빙 맴돌게 하다 이후엔 다른 간격으로 새의 머리를 수조 안으로 떨어뜨렸다.
실험에 사용된 구피들은 무작위로 포획된 128마리의 성체들로, 연구팀은 한 달 동안 이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새 모형이 탱크 안으로 불쑥 나타날 때마다 구피들은 몸을 숨긴다던가 정반대로 행동했는데 연구팀은 이들의 행동에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일부 구피들은 가짜의 포식자를 발견하고 두려움을 표시하기도 했지만 다른 일부는 용감하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각각의 구피들을 구별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들을 마취해 진정시킨 후 컬러 앨라스토머로 태그를 붙여 표식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구피들은 8개의 성별 그룹으로 나뉘어졌으며 하루에 두 번, 오전 8시와 10시 그리고 오후 4시와 6시 사이에 먹이를 공급받았다. 먹이는 상업용으로 판매되는 사료 조각들과 알테미아 유생 등이었다.
연구팀은 또 새 모형 외에도 두 번째 포식자로 바로 옆에 수족관을 배치해 시클리드를 넣어 반응을 관찰했다.
시클리드는 가정에서 관상용으로 길러지는 큰 민물고기로 자신과 같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이처럼 구피들은 4주 동안 총 4번씩 이 두 포식자들에게 노출됐는데, 포식자들은 번갈아 가며 등장했다.
새의 경우 머리를 수족관 안으로 던지며 물과 충돌할 수 있도록 했다. 물과 충돌하며 수족관 내에 물리적인 교란을 일으킨 것인데, 이후 바로 새의 머리를 치웠다. 시클리드는 구피와 시클리드와의 시각적인 구분선을 제거하는 방식을 택했다.
엑서터대학의 진화 생태학자 토마스 하우스레이(Thomas Houslay) 박사는 이와 관련, 구피들이 익숙치 않은 환경에 놓이게 됐을 때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전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대다수는 몸을 피했고 일부는 탈출을 시도했으며, 나머지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탐사하는 반응을 보였다. 박사는 구피들의 이런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고 다른 환경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행동과 연관된 DNA를 조사하는 연구로 옮겨갈 예정이다. 연구팀은 구피의 유전자가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들과 어느정도의 유사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하고있다.
구피말고도 개성을 지닌 물고기들이 존재한다. 복어 종류와 가재, 베타 스플렌덴스(Betta splendens), 오스카(Oscar), 크라운 로치(Clown loach), 그리고 난주 금붕어(Fancy goldfish) 등 6종이다.
복어는 마치 강아지와 같은 성격을 지녔다. 처음에는 수줍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얼마후엔 자신의 보호자를 인식하고 알아차린다. 이에 보호자가 들어올 때마다 복어는 먹이를 얻기 위해 활발하게 행동한다. 만일 복어를 키울 예정이라면 이런 성향을 고려해 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데코레이션이 많은 단일 수족관을 마련해주면 된다.
반면 가재는 방어에 강한 생물체다. 이에 인간이 가깝게 다가오면 특유의 집게발을 높이 들어올리며 상대방과 대치각을 세운다. 이 종은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특성이 있어 역시 단일 수족관에 넣어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