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즐겨 하곤 했던 기차여행. 그때보다 열차도 빨라졌고, 세월의 속도도 빨라졌고, 배낭의 무게도 무거워졌고, 가장으로써의 무게도 무거워졌지만..
혼자였던 내 옆엔 이젠 훌쩍 커버린 아들이, 거울 속 흰머리에 침울해하던 아빠와 함께 하는 처음 기차여행에 마냥 신나 하며 앉아있다.
단둘이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며 설레는 마음은
첫 연애의 설렘처럼 새롭게 다가오고..
아이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추억놀이는
언제 떠나는 여행이든 새로운 마음일 테지.
벌써 8세..
또 이만큼 시간이 지나면 공부에 찌는 수험생이 되어있을 테고..
또 그만큼 시간이 지나면 군대를 갔다 온 어엿한 성인이 되어있을 테고..
또 그만큼 시간이 지나면 결혼을 한 가장이 되어있을 테지..
이번 여행에서 민재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적어본다.
‘기차 정말 빠르지?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하면 대한민국의
끝에서 끝까지 두 시간이면 도착할 정도로 우린 하루 동안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어.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테고, 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때라면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네가 살아가면서 겪을 세상에서 아빠가 간섭할 것은 딱 두 가지..
너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해가 되거나 네가 안전하지 못한 것.
그 외의 모든 것의 선택권은 네게 주고 싶어.
같은 시행착오라도 네가 겪어야 너의 것이 되기 때문에..
누구든 자신의 노트는 첫 페이지부터 자기가 쓸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네가 노트를 쓰는 동안 아빠의 노트를 강요하지 않을게.
항상 사랑으로 너를 대하고, 오늘이 끝인 것 같은 마음으로 너를
귀히 여기고, 마지막 여행인 것처럼 너와의 시간들을 헛됨으로
채우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