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살인마] 선어부비취와 조온마난색기

by 김저녁꽃

김삿갓의 이런 욕설과 말장난은 21세기에 와서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한중일 합작 글로벌 명언’을 남기기도 한다.


① ‘善漁夫非取’(선어부비취. Son of bitch)


중국 원나라 때 어느 마을에 한 어부가 살았는데, 너무나도 착하고 어질어서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신망이 높아 따르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날, 마을에 아주 포악하고 시기심 많은 새 원님이 부임해 왔다. 원님은 어부 얘기를 들고 질투심이 하늘 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어부를 없애려고 마음먹은 원님은 대가리를 굴려 어부에게 누명을 씌워 죽일 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는 쌀 한 가마니를 가져다 놓았는데,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다음에는 고급 비단으로 유혹했으나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화가 난 원님은 마지막으로 커다란 금송아지 한 마리를 가져다 놓았다. 그러나 착하고 욕심 없는 그 어부가 미동도 하지 않자,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오른 원님은 이렇게 탄식을 했다고 한다.


"선어부비취!(善漁夫非取)."


즉, “착한 어부는 아무것도 가지려 하지 않는구나”가 원래 이 욕의 본 뜻이다. 이는 나중에 노자가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서로 다투지 않는 물과 같다) 사상을 정립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도 하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아무튼 어부에게 감동한 원님은 그를 해산물 관리를 담당하는 ‘선어부’(選魚部)에 배치(配置)해 선정을 펼쳤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 남부에서는 개새끼라는 말을 ‘선어부배치!’(選魚部配置)로 발음하기도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자, 암기를 위해 두 번씩 따라 하기 바란다. 선어부배치! 선어부배치!!. 악센트는 뒤에 있다.


② 조온마난색기(趙溫馬亂色期)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조 농사를 짓는 조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에게 만삭의 부인이 있었다. 어느 아침 부인이 "간밤 꿈에 말 한 마리가 나타나 함께 온천에서 목욕을 하는 꿈을 꾸었어요. 아마 말처럼 활기차고 발기 찬 아들을 얻게 될 태몽 같아요."라고 말했다. 남편 조가는 매우 기뻐했고, 며칠 뒤 부인은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았다. 조씨 부부는 태몽을 따라 아이의 이름을 ‘온마’(溫馬)라고 지었다.


세월이 흘러 조온마가 청년이 되자 조 농사는 안 짓고, 마을의 처녀란 처녀는 죄다 건드리는 천하의 난봉꾼 행세를 했다.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이 조온마를 관아에 고발해 판관 포경천 앞에 끌려가게 되었다. 판관 포경천이 대번에 "趙溫馬亂色期!"(조온마난색기)라고 그를 크게 꾸짖었다. 즉, 조온마가 색기로 마을의 풍기를 어지럽혔다는 뜻이다. 결국, 포경천은 조온마에게 고환을 자르는 궁형을 내려 후세 사람들에게 물건을 함부로 휘두르면 안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훗날 포경천이 퇴직을 앞두고 은근히 조온마의 소식이 궁금해서 포졸에게 물었다.


포경천: 온마 임마 요즘 뭐하더노


포졸: 조 농사를 아주 잘 지어서 매일 조 까고 있다 하옵니다


포경천: 이제 뉘우칠 만큼 충분히 죄를 받았으니, 더 이상 조 까지 말고 말을 키우는 곳에서 일하게 하라!


따라서 자기 분수를 모르고 버릇 없이 나대는 사람의 면전에 대고 하는 말이 바로 ‘조온마난색기’다. 이 격언은 진나라 때 쫓겨난 유학자들이 대거 우리나라로 옮겨오면서 삽시간에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시 “나라의 명령에도 시발현의 노비가 색깔 없는 깃발을 걸어 역병이 확산됐다”는 始發奴無色旗(시발노무색기)도 같이 들어와 지금까지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욕설계의 도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작가의 이전글[댓글 살인마] 욕설시의 끝판왕 '김삿갓의 개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