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생갈비 김치찌개
생갈비와 갈빗살, 모듬 부위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시어머니께서 커다란 비닐봉지를 갖고 부엌으로 오시더니
에미야, 오늘 저녁엔 김치찌개나 해 먹자!
라고 말씀하셨다.
시부모님은 평소에도 이렇게 그날의 먹거리를 던져주시는 편인데 오늘은 좀 달랐다.
동네에서 다 같이 돼지를 사서 도축했다고 한다.
삼형제가 있는 집이라 그런지 갈빗대가 3개나 들어있었다.
고기가 얼마나 연하고 부드러운지 살이 잘 발라졌다.
아이들한테 뜯어먹게 하려고 붙어있는 살을 여유 있게 남겼다.
오늘은 이만큼으로 끓였는데
세 덩어리가 더 남았다.
우리 집은 식구가 많으니까 이 정도면 한 번 더 먹을 수 있겠다.(보통 다른 집들은 두세 번 먹을 수 있는 양)
잘 싸서 냉장고로!
김장김치도 새로 꺼내왔다.
언제나 요리하기 전에 꺼내야 맛이 좋으니까.
먹기 좋게 썬 김치와 살을 바른 돼지고기를 넣고 집고추장과 다진 마늘도 곁들여 볶았다.
고기와 김치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끓였다.
(김치국물도 적당히 넣어주는 것, 중요합니다.)
참치액젓과 조선간장(국간장)으로 감칠맛을 살려주고
두부나 버섯 이런 게 있으면 좋은데 장을 안 봐서 넣을게 마땅치 않았다.
집에 있는 것은 양파와 대파뿐이라서 두 가지 만이라도 듬뿍 넣었다. 양파는 저온저장고에서 가져오면 되고 대파는 비닐하우스에서 뽑아다 쓰면 되니 요즘 물가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지…
마지막으로 고춧가루를 넣고 한 번 더 팔팔 끓여서 친청엄마가 늘 해주시던 것처럼 깊은 맛 살아있는 김치찌개를 완성했다.
식당에서처럼 버섯과 두부, 그 외 야채가 푸짐하게 곁들여지지는 않아 조금은 밋밋해 보이지만 맛은 보장한다.
김치찌개에서 가장 중요한 잘 익은 김치와 생고기가 진짜 아낌없이 들어갔고 고추장과 고춧가루 또한 직접 농사지은 것으로 만든 거니까.
게다가 고기가 그냥 고기가 아니지 않은가!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잡아 잘 숙성시킨 신선한 돼지고기. 그리고 갈비와 갈빗살. 맛을 보면 안다.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느끼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얼큰하며
깊고 시원한 맛이 나는 핸드메이드 김치찌개
삼형제가 갈비 뜯느라 신났다. 갈빗대가 커서 한 개를 먹어도 제대로 먹은 것 같았다.
갈비에 붙어있는 살도 연해서 아이들이 뜯어먹기에도 좋고 너무너무 맛있다고 했다. 시부모님께서는 맛있다는 표현을 “참 달다”라고 하시는데 고기가 부드부들 하면서도 쫄깃쫄깃한게 진짜 맛난다고 하시며 잡수셨다.
집고추장과 고춧가루가 매운 편인데도 아이들은 잘 먹었다. 매우면 매운 만큼 밥을 더 먹으라고도 했다. 매운 것도 먹어 버릇해야 잘 먹을 수 있고 면역력도 길러져 더 튼튼해진다고 늘 말한다. 그래서 초딩 삼형제는 매워도 집밥을 잘 먹고 엄마 밥을 좋아한다.
우리 집에서 입이 짧은 막내도 고기와 김치가 아주 환상적이라며 밥을 두 번이나 퍼서 먹었다. 참새처럼 조그마한 입으로 고기와 김치를 연거푸 먹는데 잘 먹으니 너무 예쁘다. 맵다고 물도 밥만큼이나 많이 마셨는데 그러면서도 열심히 맛있게 먹는 모습이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과일과 채소는 물론이고 한돈, 한우, 양계로 유명하고 해산물도 풍부한 우리 지역에서 신선한 먹거리로 만든 그날그날의 한 끼는 정말 보약이다.
식구들이 바깥 음식이 아닌 집밥 위주로 먹고 잘 먹어주니, 우리 집 끼니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고맙고 요리하는 보람과 자부심이 넘친다.
고로 여러분들의 댁에도
오늘 저녁 식탁엔 김치찌개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