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과 이데올로기는 사회에 속한 인간의 생활의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인간들은 청동기 시대를 전후로 혈연 중심의 부족사회에서 공식적이고 강제적인 대규모 집단에 소속되기 시작한다. 국가의 시적이다. 이 과정은 필요한 자원을 생산되면 바로 소비되는 단순한 경제구조에 과잉과 부족이라는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일어났다. 이 문제는 이웃 부족과의 힘겨루기로 발전하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어떤 형태로건 자원(무력을 포함)을 많이 소유한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을 대표하고 통제하는 국가의 형태로 변했다.
인류가 국가라는 정치형태 아래에서 일상을 살아가게 되면서 각 개인의 삶은 국가 내부의 권력구조, 국가가 다른 국가와 유지하는 권력구조 또 권력층의 신념이나 국가운영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고대사회의 경우에는 이 권력구조는 다양한 형태를 띠기는 하지만 지배층과 피 지배자층이라는 이분법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근대국가에 와서는 개인의 이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이 사조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강조하면서 다양한 욕구의 표출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이야 말로 인류의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 혼란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절정에 이른다.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더욱 혼란스러운 사조 아래 놓이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 즉 모든 분야에서 다양성이 인정되고 보편적인 기준이 없는 현대에 사회 전체를 양분하는 두 가지 가치관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고 이런 관점의 차이가 사회복지 정책에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두 관점에 대해 간략하게 나마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보수주의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보수주의[Conservatism , 保守主義] :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현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태도 - 출처 : 두산백과 doopedia 라고 정의한다.
보수주의는 근대의 시민사회 생성기에는 진보적인 혁명세력인 시민들과의 대척점에서 귀족들의 가치관이나 정치적 입장을 설명하는 개념이었다. 현대에 와서도 기존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경제적, 정치적)을 고수하려는 가치관을 보수주의라고 부른다. 다만 근대에서 보수주의가 사회 권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던 세력의 보편적인 가치관이었다면 현대에 와서는 권력과 경제력에서 지배적이지 않더라도 변화를 두려워 하는 이유로 보수적 성향을 보인다고 판단한다.
진보주의 [進步主義, Progressivism] : 현재까지 일반적 가치로 인정되어 오던 전통적 가치나 정책ㆍ체제 등에 반박하여 그 틀 자체를 허물고 새로운 가치나 정책의 창조를 주장하는 사상 또는 태도를 말한다- 출처 : 두산백과 doopedia 라고 정의한다.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정의에서 보듯이 이 두 가치관은 서로 대립이라는 상호작용을 한다. 물론 현대 포스트모더니즘 사조 아래에서는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사이에 중도라는 완충지역을 두고 있고 실제로 현대인들의 삶에서는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이 일상에서 또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안을 대립으로 보는 것은 문제있다.
그러나 정치나 정책의 형성에서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최근 몇 년간 복지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부분에서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라는 두가지 방식을 두고 대립이 심각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진보적인 입장에서는 모든(긴급하고 특별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영역은 제외) 국민에게 현재 수준 이상의 복지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수주의 영역에서는 요보호 대상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복지 이데올로기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확대를 주장한다.
이 대립에서 보수주의 입장에서 보편적인 복지정책을 문제 삼았던 이유는 재원 마련이었고 보편적인 무상복지의 확대가 개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데 그 중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제활동에 대한 개인의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이성적이고 설득력있어 보이는 주장이지만 이것에는 다른 의도가 포함되어있다. 그들은 겉으론 보수주의를 표방하면서 실상은 경제에 대한 자유주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즉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수단에 대해 무한에 가까운 자유를 주장하는 것으로 실상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가진 파이가 늘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이것은 저소득층에도 주장되는데 그들 역시 소시민적 발상으로 자기가 가진 현재의 이익이 복지확대로 인해 줄어들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보수주의 입장을 취한다.
이 격렬한 대립을 통해서 두 다른 시각이 인간의 본성, 인간의 행동을 완전히 다르게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그것을 살펴보자.
앞에서 예로든 보편적 복지에 대한 대립에서 보듯이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는 상당한 견해 차이를 보인다. 보수주의는 사회는 경쟁을 통해 발전한다는 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신자유주의라는 최신 사조에서는 재분배정책을 통해 복지정책의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보완적인 개념으로 도입된 것이지 가난하고 능력 없는(게으른) 이들에 대한 이해에 기인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진보주의 입장을 살펴보면 이들은 기본적으로 정체된 사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재한 문제가 확대되고 고착화된다고 보기 때문에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한국 사회의 부의 불균형 문제는 이데올로기의 차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위험한 문제로 인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수주의자들은 점진적인 해결를 원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점진적이라는 것은 사실은 현상 유지를 하려는 것이다.
진보주의는 인간은 기본적인 조건만 충족하면 사회의 구성원으로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인간의 본성과 개인의 행동에 대한 이런 시선은 개인뿐 아니라 가족 또 나아가 사회 전체를 역동성에 의거해서 바라보기 때문에 보수주의가 비용 효율성의 입장에서 요보호자 중심의 사회복지를 주장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취한다. 즉 효율성의 문제만 생각하면 당연히 선택적 복지가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사회구성원들은 특별한 외부 요인이 개입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역동성에 의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미리 고려해야 한다. 진보적 입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선택적 복지 시행시 사회 각 구성원들 간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낙인효과다.
인간의 본성과 행동 그리고 모든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같은 문제나 현상을 해석하는 것이 전혀 다르다. 보수주의도 사회복지의 확대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항상 재원 부족을 이유로 소극적인 정책을 제시한다. 하지만 새로운 세원을 개발하고 기존에 지출 중에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보다는 현재 상태의 재원 문제만을 주장한다. 이것은 앞에서 계속 언급했듯이 이들이 원하는 것이 현상유지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진보주의 입장에서는 조세의 수입과 지출의 문제 또는 민간부분의 자원까지를 고려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 그 차이가 드러난다.
이 차이는 자연스럽게 극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수주의 입장에서는 현상 유지를 위해 계속 힘을 기울일 것이고 진보주의는 이런 보수주의가 가진 근본적인 성격을 사회악의 하나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은 정책의 소비자인 국민들의 몫이고 이에 대한 개인의 입장 차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본질적 차이와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나타나는 각각의 특징은 잘 알고 있어야 일방적인 수용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과 각 개인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을 조금이나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