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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스트파이브 Jul 24. 2019

"단순한 일자리 창출에서 나아가 인생을 바꾸는 활동"

패스트파이브 선릉점 멤버 '세이글로벌' 조연정 대표 인터뷰

세상이 더 좋은 곳이었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죠. 더구나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활동을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사업으로 확장시키려면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질 겁니다. 

 




이번 패스트파이브 Member Interview에서 만나본 '세이글로벌'의 조연정 대표님은 이런 불안에 대해 "그냥 시작하라"고 대답해주셨는데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시장의 수요가 맞아떨어진다면 더 고민할 것 없이 시작하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지만 대표님의 설명을 듣다보니 점차 그 확신에 전염되는 기분이었죠. 많은 시니어들의 인생을 바꾸고 있는 젊은 팀, 세이글로벌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Q. 대표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운영 중이신 기업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세이글로벌’의 CEO 조연정입니다. 세이글로벌은 한국의 은퇴한 시니어를 한국어 튜터로 양성해서 한국어 학습자와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입니다. 

한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막상 시니어를 위한 지원이 별로 없더라고요. 은퇴한 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분들, 마땅히 활동이나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고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세이글로벌은 처음부터 창업을 하려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시작한 경우죠. 저희 공동 창업자 셋은 모두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그중 한 명이 저와 동문이에요. 한국어 수업을 담당하시는 교수님께 한국에 있는 시니어와 미국의 외국인 학생을 연결해서 수업을 진행하면 윈-윈이지 않겠냐고 제안드렸더니 좋은 생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약 2년 반 정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다가 양쪽의 수요가 점점 많아지며 프로젝트가 커졌고, 이 프로젝트를 스타트업으로 전환할지 아니면 각자 다니고 있던 직장 일에 전념할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세 사람의 공동 창업자 모두 이 프로젝트에 애정이 있었고 확실한 수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스타트업으로 발전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봉사활동에서 본격적인 스타트업으로 전환한 셈이죠. 지금은 실질적으로 시니어를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이 되어서 사회적 영향력도 조금 더 커진 것 같습니다.  



Q. 세이글로벌의 자세한 운영 방식이 궁금합니다. 시니어 튜터는 어떤 분들로 이루어져 있나요?


현재 세이글로벌에서 활동 중인 시니어 튜터는 25분, 학생은 400명 정도입니다. 직원은 파트타임까지 합쳐서 7명이고요. 우선 시니어 튜터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들은 저희와 면접을 보고, 세이글로벌만의 양성 과정을 거칩니다. 2주 정도 교육을 받고 나면 실제 수업을 진행하시게 되죠. 그후 1:1 화상채팅을 통해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세이글로벌의 학생들은 주로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한국 기업에 취직하고 싶어하는 외국인,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는 교포나 입양된 분들, 케이팝 등 한국 문화의 팬, 네 부류로 나뉩니다. 학생들의 반 이상이 외국에 살고 있고요.  

튜터분들의 배경은 매우 다양합니다. 세이글로벌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죠. 학생들이 그 부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한국어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일을 한다는 것, 다양한 산업에 대한 경험과 이해, 한국 문화에 대한 지식도 쌓을 수 있거든요. 시니어 튜터는 아침부터 밤까지 다양한 시간대에 수업이 가능하시기 때문에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시간대가 다양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Q. 커리큘럼과 튜터 양성 과정도 궁금합니다. 


연세대 어학당에서 10년 정도 강사로 일하셨던 분이 저희의 미션을 좋게 생각해주셔서 처음 봉사 프로젝트로 시작했을 때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세이글로벌이 스타트업으로 전환하면서 한국어 교육 및 커리큘럼 전문가를 찾고 있을 때 마침 ‘내가 그 일을 해봐도 되겠냐’고 제안해주셨죠. 저희로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었고요. 요즘 10-20대가 좋아할 만한 트렌디하면서 일상적인 토픽들로 커리큘럼을 구성해주셨고, 튜터를 교육시키기 위한 커리큘럼 역시 그분이 담당해주셨습니다. 

튜터 분들을 교육할 때는 한국어 교수법뿐만 아니라 외국인 학생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지, 다른 문화권을 어떻게 이해할지, 심지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이용하는 방법까지 알려드립니다. 한번 배우면 어려운 건 아닌데 익숙하지 않아서 잘 사용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가르쳐드리고 나니 잘 사용하시더라고요. 자연히 다른 앱 같은 것도 잘 사용하시게 되고요. 

튜터를 모집하는 경로는, 처음에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협업해서 리쿠르팅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시에서 후보를 추천하면 저희가 면접을 보는 방식을 통해 선발했죠. 지금은 세이글로벌 웹사이트를 통해 지원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희가 미디어에 소개된 것을 보고 연락을 주시기도 해요.  



Q. 기업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힘든 점이라기보다 관점을 바꾸는 일이 도전으로 느껴졌습니다. 2014년에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2016년 가을쯤 스타트업으로 전환을 결심했는데, 기업으로 전환하고 나니 아예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졌습니다. 

세이가 단순한 봉사활동 프로젝트였을 때는 모든 사람이 좋은 마음으로 참여했고 부담도 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죠. 튜터 입장에서도 이전에는 ‘알고 있는 지식들을 전달해주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재미있는 활동’이라는 편안한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학생들이 돈을 내고 듣는 수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과 책임감을 많이 느끼십니다. 자연히 준비도 훨씬 꼼꼼하게 하시고요. 회사 차원에서도 커리큘럼을 더 꼼꼼하게 짜야 하고 튜터 트레이닝도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바꾸어야 했습니다. 

지금도 세이글로벌이 이 시장 안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이전에는 이 활동의 규모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세이글로벌의 확장과 새로운 지역으로의 진출을 항상 숙제처럼 고민합니다.  



Q. 반대로 가장 기쁘고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학생과 선생님이 친해져서 한국에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합니다. 선생님들은 ‘세이글로벌을 만나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해주세요. 그런데 학생 쪽에서도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고, 친구처럼 편지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단순한 일자리 창출에서 나아가 인생을 바꾸는 활동이라는 걸 느낍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한국에 놀러와서 선생님들을 만나요. 회사 차원에서도 저희의 고객인 학생들과 교류를 많이 하기 때문에 저희 사무실에 놀러올 때도 있고, 선생님들이 저희에게 학생이 한국에 놀러와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알려주기도 합니다. 같이 경복궁에도 가고 친구처럼 교류하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죠. 



Q. 세이글로벌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 목표는 동남아 진출입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에 많이 진출하는데, 자연히 현지 직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려는 수요가 많아요. 반면 아직 교육 콘텐츠의 공급은 부족하니 세이글로벌이 선구자가 되어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고자 합니다. 

장기 목표는 한국어 교육의 1인자가 되는 것이죠. 한국어 교육 측면에서 저희의 자리를 충분히 확보하고 나서는 이 모델을 다른 언어로도 가져갈 수 있을 테고요. 



Q. 대표님의 개인적인 목표도 궁금합니다. 


저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래서 원래는 의사가 되고 싶었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니 저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 기업에 소속되어 진행하는 일에 더 맞는 사람이더라고요. 지금 세이글로벌에서는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피드백을 받으니 힘들어도 힘들지 않고 모든 게 재미있게 느껴져요. 앞으로도 무엇을 하든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대표님은 이 일을 통해 어떤 가치를 이루고 싶으신가요?


소외된 이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시니어와 젊은이들 사이의 관계에서 소통이 늘었으면 해요.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노년층을 일종의 ‘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반면 시니어들은 사회의 도움을 받기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 등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세이글로벌의 사업을 통해 이 두 그룹이 더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세대간의 벽을 허물 수 있었으면 해요. 

꼭 시니어 계층이 아니더라도, 예를 들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튜터로 양성하려는 계획도 있습니다. 30-40대 경력 단절 여성들 중 영어 능력이 뛰어난 분들은 다른 형태의 한국어 교육을 시도하실 수도 있겠고요.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구상 중입니다. 더 많은 분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드리고 싶어요. 



Q. 사무실로 이곳 패스트파이브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성수동의 카우앤독, 신촌의 르호봇 등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펀드레이징 뒤 공유오피스로 사무실을 옮겼죠. 패스트파이브 선릉점에는 올해 3월에 들어왔습니다. 굉장히 편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처음에는 유한킴벌리의 ‘함께 일하는 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다음으로 펀드레이징을 할 곳을 찾던 중 까르띠에의 여성창업어워드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여성 대표가 있어야 하고 소셜 미션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대회였어요. 세이글로벌과 매우 잘 맞는 대회여서 오래 준비하고 참가했습니다. 세이글로벌은 애초에 소셜 미션에서 출발한 기업이라서 이 대회를 위해 따로 포장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이 대회가 아직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3-4개월의 코칭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는 데다가 우승하면 상금 10만 달러와 함께 코칭을 1년 연장해주는 혜택도 있습니다. 8월 말까지 지원서를 받고 있으니 패스트파이브에 계신 다른 여성 창업가나 C-level들이 지원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업계의, 혹은 일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친구, 선후배들이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느냐고 많이 물어봐요. 저는 그때마다 ‘그냥 시작하라’고 대답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오래 고민하고 생각하다보면 챙길 부분이 너무 많거든요. 세금 문제부터, 사람을 새로 뽑을 때의 4대 보험 등… 저는 이런 부분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나하나 보면 다 일이죠. 어떻게 처음부터 이런 세세한 부분을 모두 완벽하게 준비하겠어요. 그냥 큼지막하게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런 것이고 이런 시장이 존재한다는 테스트를 빨리 해보는 게 좋습니다. 

저에게 비결(?)을 물어보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디어와 생각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공부를 너무 많이 하니까 오히려 막막해하더라고요. 내가 할 수 없는 일들, 너무 어려워 보이는 과제들이 많으니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야 되면 한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죠. 

조금 더 구체적인 조언을 해드리자면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들을 찾으세요. 저는 두 명의 공동 창업자와 생각하는 게 굉장히 비슷하고 이 일을 해야하는 목적이 맞아서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 사이의 문제들 때문에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두는 게 정말 든든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이 분들이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외부인들과는 이야기할 수 없는 디테일한 부분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줄 수 있고 빠르게 아이디어를 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든든하고요. 펀딩을 받는 등의 중요한 문제도 함께 고민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도 적게 받습니다. 혼자 끙끙 앓는 대신 고민을 털어놓고 나눌 수 있으니까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이글로벌에서는 마케팅세일즈 쪽의 주니어와 CTO급 개발자를 찾고 있습니다. 개발자는 현재 인하우스 개발자가 없기 때문에 코파운더 레벨로 모시려고 해요. 저희의 비전을 함께 세울 수 있는 분이셨으면 합니다. ‘이런 기능이 있는 플랫폼을 원하니 만들어달라’는 식의 요청은 드리지 않을 계획이거든요. 에듀테크로 사업을 확장시키려 하기 때문에 데이터 관리를 통해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방식 등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아무래도 경력이 있고 다른 팀원을 매니징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죠. 

마케터의 경우에는 CMO를 도와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고, 학생들을 케어하는 역할을 맡으실 것 같습니다. 경력은 없으셔도 괜찮습니다. 본인이 의지가 있고 세이글로벌과 잘 맞는 분이면 될 듯해요. 

직장으로서의 세이글로벌을 홍보하자면,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겠지만 저희는 정말 친구처럼 편한 분위기입니다. CMO가 외국인이고 CEO와 COO는 외국에서 인생의 반 이상을 살았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영어도 쉽게 접할 수 있고 흔히 말하는 눈치 보는 문화 등이 전혀 없습니다. 글로벌한 분위기의, 젊은 팀에서 일하실 수 있죠. 

저희는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나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사업이 확장될지 모르고, 어떤 분과 연결되어 도움을 주고받을지 모르니까요. 실제로 세이글로벌은 지금까지 주위의 좋은 분들 덕분에 정말 많이 커왔습니다. ‘잘나가는’ 스타트업 대표님들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저희도 미약하나마 최대한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하거든요. 서로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도 주고받고, 사람도 소개시켜 드리죠.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 중 비슷한 마음이신 분들이라면 연락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어느새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고 있습니다. 세이글로벌을 만나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일자리와 보람을 동시에 얻은 튜터들이 이야기를 들으며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력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패스트파이브는 곳곳에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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