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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스트파이브 Nov 22. 2018

"혼자 너무 애쓰고 외롭게 고민하지 마세요."

패스트파이브 멤버 '듀오톤' 정다영 대표 인터뷰

'워킹맘'이라는 단어,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게까지 느껴지는 말입니다. 수많은 워킹맘들은 모두 잘해내고 있는데 나만 힘든 건지 궁금할 때도 있죠.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으러 세미나에 가면 다들 강철 체력과 의지를 지닌 딴 세상 사람 같아 더 힘이 빠지기도 합니다. 






이번 Humans of FASTFIVE에서 만나본 분은 '듀오톤'의 정다영 대표님입니다. 대표님은 디자인 전공자도 아니고, 모든 것을 다 잘해내는 슈퍼맨도 아니었지만 디자인을 좋아해서 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혼자라는 막막함이 한 겹씩 벗겨지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라는 생각에 든든해지는 정다영 대표님과의 인터뷰, 함께 보시죠.   



Q. 대표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및 회사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UX/UI 디자이너, 듀오톤의 Creative Director 정다영입니다. 저는 D’strict 라는 에이젼시에서 디자인 일을 시작해서 그 후로 NHN(네이버)과  CJ E&M에서 오랜기간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다 2015년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모바일 UX 쪽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디자이너로 일해오며 쌓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올해 듀오톤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비전공자로 처음 디자인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본적인 지식이나 경험도 부족했고, 스킬은 물론 프로세스나 용어들까지 모두 낯설고 막막하기만 했어요. 늘 갈증이 있는 상태였죠. 다행스럽게도 저는 좋은 사수분들과 회사를 통해 힘겹지만 이런 부분들을 채워나가고 차근차근 배워 나갈 수 있었는데요, 어느 정도 경험치가 쌓이고 나니까 제가 배워온 이 내용들을 오래전의 저처럼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회사라는 곳에 속해 있는 이상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죠.

 그리고 디자인 일을 하다 보니 막연하게나마 ‘내 디자인을 만들어보고 싶다’라던가, ‘좀더 재미있고 효율적인 디자인 프레임웍을 구축해 보고 싶다’는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다녔던 회사들에서도 효율적인 프레임웍을 통해 유의미한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지만, 다양한 시도를 해보거나 외부에 경험들을 공유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거든요. 그 점을 아쉬워하던 차에 지금 저와 공동대표를 맡고 계신 송병용 님이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해보자고 이야기하셨고, 그렇게 듀오톤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듀오톤은 디지털 전반의 UX/UI 를 다루는 회사입니다. 2018년 11월 현재는 17 명의 멤버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5 명은 BX 를 담당하고 나머지 11명은 모바일, 웹, 키오스크 쪽의 UX/UI 프로젝트를 주로 하고 있고요,  경험이 많은 프로덕트 매니저가 한 분 계셔서 소통을 도와주고 계세요.

다른 에이전시와 차이점이라면, 듀오톤에서는 프로젝트를 담당한 디자이너가 브랜딩부터 컨셉을 잡고 화면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프로토타이핑을 만들기까지 서비스 전반의 모든 경험들을 디자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런칭 직전, 그러니까 개발 구현까지의 모든 일이 담당 디자이너에게 맡겨지는 셈이죠. 게다가 이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면서 디자인 전반의 모든 과정들은 디테일하게 기록하여 추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듀오톤의 채용 모토가 ‘생각하는 디자이너’고, 추구하는 가치가 ‘공유’거든요. 논리 구조와 기획력을 갖추고 사람들과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디자이너를 찾고 있죠.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의 멤버들은 대부분 그런 성향을 가진 분들이에요. 

가끔 저희 디자이너 분들이 하시는 말이 ‘이렇게까지 하려니 정말 힘든데… 정말 재밌다’예요. 일반 에이전시나 인하우스에서는 탑-다운 방식으로 일을 하잖아요. 기획이 끝난 프로젝트가 위에서 떨어지면 디자인을 해서 옷만 입히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서는 디자이너가 하나하나 다 생각하고, 설계하고 디자인해야 하니까 이렇게 일하는 방식을 좋아하고 즐기는 분들은 날개를 달 수 있는 곳이에요. 그만큼 업무 강도가 세기는 하지만요.


또, 보통 큰 규모의 에이전시는 유지/보수 업무에 많은 리소스를 할당합니다. **닷컴의 유지/보수에 일 년 동안 열 몇 명을 고정적으로 투입하거나, SNS 마케팅 채널이나 서비스를 유지, 관리해주기도 하죠. 물론 저도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고정적인 수입이 얼마나 간절한지 잘 알고는 있어요. 하지만 듀오톤은 아직까지는, 저희가 직접 설계해서 런칭한 서비스가 아닌 이상 단순한 형태의 유지 보수 업무는 되도록 안 하려고 하고 있어요. 멤버 전원의 의견을 물은 뒤, 우리의 경험과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면 아쉬워도 포기하는 편이죠. 매번 신규 구축을 하는 게 힘겨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니 어느 순간 저희가 패스트파이브 교대점 11층의 사우론을 담당하게 되었네요.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이거든요. (웃음)


Q. 대표님은 어떻게 듀오톤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에이전시와 인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일터를 두루두루 다녀본 편이에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의 집합체를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비 대외적인 이유로는, 제가 내년에 마흔이거든요. 대한민국에서 마흔이라는 나이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아요. 인하우스의 디자이너라면 디렉터가 되거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기점에 서 있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승진의 압박과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해요. 선발되고, 승진하기 위해서는 더 힘든 삶을 살아야 하겠죠. 그래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관리자가 되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계속 제자리에 머무를 수도 없는 것이 회사라는 곳의 현실이었거든요. 이렇게 막연한 상태로 회사에 남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싶었어요. 

관리자가 무조건 싫다는 건 아니에요. 저도 팀의 리더 역할을 하거나 프로젝트 리딩을 하는 일이 많았지만 관리자로 성장하고 회사에 남는다는 것은 제가 생각해온 디자이너의 삶과는 다른 결의 일이었거든요. 계속 현실이라는 땅에 발을 붙이고 살고 싶었죠.

또 답답한 점이 하나 있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어떤 가치나 경험을 외부에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죠.  물론 이해는 합니다. 대외비 성격의 프로젝트도 많고, 작업 프로세스나 방법도 어찌 보면 회사의 자산인데 그것을 외부에 공개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디자이너의 생태계가 성장하고 함께 발전해 나가려면 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업계에 처음 발을 내딛는 신입들에게는 작은 노하우, 경험 하나가 정말 절실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듀오톤은 교육 쪽 콘텐츠 사업을 같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에이전시로서는 독특한 점이죠. 저희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경험을 기록하고 나누는 ‘공유’에 가치를 두고 있기에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 경험을 선순환시키자는 모토로 만들어진 사업이에요. 이 사업은 경험을 공유하는 세미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아티클을 통해 어딘가에 연재가 될 수도 있겠죠. 구체적인 부분은 멤버들과 계속해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주로 세미나와 워크샵, 강연 등을 통해 듀오톤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과정을 소개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요즘 디자이너들을 위한 커뮤니티나 교육 등의 사업을 하는 곳이 꽤 많아지고 교류도 제법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는 해요.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죠. 만약 어떤 사람이 UX/UI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서 교육을 받을 만한 곳들을 찾는다면 주로 대학원이나 학원을 선택하게 되는데요, 학교는 많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부분이 많고, 전문 강사 위주로 구성된 학원에서는 현업에서 발을 뗀 지 오래된 강사들이 강의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최신 프로젝트의 동향을 살피기 어려운 점이 있죠. 최근에는 패스트캠퍼스처럼 현업 실무자가 강의하는 형태의 교육 기관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가장 현장 위주의 교육을 잘 하고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서울이라는 지역적 한계와 한 클래스당 받을 수 있는 수강 인원, 수강료 같은 현실적인 제약도 있고 현업을 체험하기 위한 리얼한 과제를 시도하기는 어렵죠. 


그래서 현장의 경험에 목마른 디자이너들은 세미나나 컨퍼런스를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업계의 알려져 있는 실력자 분들이 많이 나와 강연하는 세미나들은 정말 금방금방 마감되더라고요. 하지만 세미나의 한계도 분명해 보여요. 워낙 짧은 시간에 다수를 대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대부분 좋은 결과 위주고 그 안에 숨은 수많은 과정들에 대해 디테일하게 나눌 기회는 적지요. 

듀오톤은 다양한 교육 형태의 제약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토론 중이며, 듀오톤 스튜디오를 통해 얻은 리얼한 현장의 경험들을 별도의 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전파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작년에 디자인 스펙트럼과 Practical Studies 라는 프로그램으로 몇 가지 시도를 해보았는데 호응이 좋았어요. 수강생들이 현업 과제를 해볼 수 있는 형태의 시도였고, 정말 열심히 하실 만한 분들을 선발해서 뽑았었죠. 여러모로 좋은 결과가 나와서 저 역시 무척 뿌듯했어요.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2019 년에는 완성된 형태의 교육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Q. 원하던 일을 차곡차곡 실행하시는 중인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사업을 꾸려나가면서 특별히 힘든 점이나 어려운 부분도 있으신가요?


저는 사업 쪽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굉장히 힘들어요. HR, 인사 쪽이 특히 어렵더라고요. 디자인도 하고 싶고 교육 프로젝트도 하고 싶어서 시작한 사업인데 실제로는 생각지도 못한 행정 업무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어서 그 부분이 어려웠습니다. 

업무공간 관리도 큰 문제였어요.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하기 전에는 일반 사무실의 룸을 잠깐 빌려 썼었는데 정말 사소한 것에 많은 시간과 신경을 뺏기더라고요. 분리수거라던가, 청소는 누가 할지, 전기세, 수도세 등을 나누는 일, 인터넷 연결 등등이 모두 신경쓸 문제죠. 전기세가 걱정되어서 에어컨이나 히터도 잘 켜지 못했었어요. 그런 일들에 하루를 다 뺏기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것도 다 일이니까 하기는 해야 하지만, 정말 사소한 일들이 정작 중요한 프로젝트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사람과의 관계도 괜히 눈치보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걱정을 덜어내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공유오피스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결심한 순간부터 저희는 W**, H**, D** 등등 웬만한 공유 오피스는 다 알아보고 투어도 했어요. 지나치게 가격이 비싸기도 했고, 화려한 라운지에 비해 협소하고 답답한 업무공간에 실망하기도 해서 고민에 빠져있었는데 지인이 패스트파이브를 소개해주셨죠. 그 뒤로 패스트파이브 여러 지점을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교대점을 방문하는 순간, 사랑에 빠졌어요! 

소박하고 따뜻한 작은 라운지와 탁 트인 전망이 우선 마음에 쏙 들었는데, 업무공간을 확인하는 순간 지영 매니저 님을 붙잡고 ‘저희 여기 할래요!’라고 눈을 빛내며 말씀드렸어요. (교대점이 다른 곳보다 업무공간이 크게 디자인되어 있고, 뷰가 엄청나게 좋다는 건 비밀입니다.) 늘 유쾌한 라운지 분위기도 좋았고, 교대역은 2,3호선이 함께 있어서 멤버 모두가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는 편리한 곳이라는 점도 좋았어요. 



Q. 패스트파이브에 첫인상만큼 만족하고 계신가요?


그럼요! 특히 올해 여름에 정말 좋았어요. 에어컨을 마음껏 틀 수 있었거든요. 예전 사무실은 다른 분들과 함께 사용했기 때문에 에어컨을 트는 것도 꽤 신경이 쓰였어요. 퇴근 때 껐는지 안 껐는지, 온도를 24도로 할지 26도로 할지... 이런 작은 것에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고요. 커피머신도 너무 좋아요. 심지어 두 가지 다른 맛! 맥주 애호가들은 맥주 탭이 있는 것도 좋아해요.

특히 교대점의 정지영 매니저 님은 천사세요. 힘든 부분이 있으면 다 도와주시고, 먼저 물어봐주시고, 멤버들과도 친하세요. 아침에 출근하다 보면 가끔 커뮤니티 데스크 앞에 저희 멤버들이 매니저 님과 대화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게 돼요. 듀오톤은 입주한 뒤로 반년 동안 인원이 계속 늘어나서 공간을 3번이나 옮기고 확장 공사에 페인트칠 등 한 달도 그냥 넘어간 적이 없이 늘 시끌시끌한 변화를 겪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 멤버들이 겪을 불편에 대해 많은 부분 배려를 해주셨죠. 정말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패스트파이브에 입주할 때는 인원이 4명뿐이어서 4인실을 봤는데 입주하기 직전에 인원이 늘어서 7인실로 들어왔고, 한 달만에 10인실로, 또 두 달 후에는 10인실 두개를 터서 확장 공사를 하고 20인실로 옮기게 되었거든요. 일이 많아지고 멤버도 많아지니 이렇게 되더라고요. 이 부분이 패스트파이브의 최고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가 회사 운영에 뭐가 필요한지, 몇 명의 인원이 최적인지 등을 가늠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요. 올해 4월에 듀오톤을 시작했으니 고작 반 년 동안 이사를 세 번이나 하며 그 난리를 겪은 셈인데, 일반 오피스였다면 상상하기도 어렵네요. 



Q. 칭찬 감사합니다. 그럼 반대로, 사업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어떤 때인가요?


매 순간 즐거워요. 좋아서 하는 일이라 우선 마음이 편안하고 프로젝트도 멤버들과 상의해서 진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감사하게도 의뢰가 많이 들어와서 이번에 어떤 프로젝트를 해볼까 고를 수 있었죠. 저희가 프로젝트를 고르는 기준은 ‘이 일이 우리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우리에게 유의미한 가치가 있는가?’예요. 돈이 아니라 가치를 따져가며 일을 고르니까 더 의미가 있고, 그래서 멤버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듀오톤은 멤버들을 위한 교육에 시간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누구나 자신이 아는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데 적극적이에요. 스케치는 이렇게 하는거고, 아이디어는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좋고, 컨셉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 나가는 거고... 

먼저 입사한 디자이너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트레이닝하면 자연스럽게 그 멤버가 다음 멤버에게 그런 내용들을 가르쳐 주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볼 때 정말 뿌듯합니다. 이런 교육의 형태가 좋은 사례들을 만들고, 전파하면 선순환이 되겠다는 가능성을 새삼 깨닫게 되고요. 그래서 더욱 교육 쪽 사업을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실 듯합니다. 대표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요?


매일이 너무 다르긴 한데요, 저의 하루는 크게 두 종류가 있어요. 회사에 있는 날과 강의가 있는 날. 회사에 오는 날은 10 시에 출근해서 오늘의 할일을 확인하고, 메일 회신이나 행정 처리등 기본적으로 해둘 수 있는 일을 해요. 업체 미팅이나 프로젝트 리뷰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점심은 다 같이 회사 비용으로 먹고 있어요. 사람이 많아서 유일하게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점심시간이거든요.

오후 2시부터 3~4시까지는 좀 집중해서 밀린 업무를 챙깁니다. 주로 커뮤니케이션과 프로젝트 매니징, 디자인 진행 상황을 체크하거나 크리틱하는 일을 진행하죠. 늦은 오후에는 프로젝트마다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다같이 풀어보는 워크샵을 하기도 하는데요, 듀오톤은 워크샵을 정말 많이 해요. ‘이번 디자인 컨셉을 뭘로 할까?’ 이런 큰 주제들은 혼자서 생각하기 어렵거든요. 시간이 되는 멤버들은 모두 모여서 아이디어 발전을 돕거나 함께 스케치를 합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어싸인 회의를 통해 모두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쭉 살펴봅니다. 저녁시간이 되면 비로소 제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살펴볼 시간이 확보돼요. 

그리고 현재는 일주일에 두세 번 대학 출강도 하고 있는데, 그런 날은 6 시에나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서 일을 시작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일이 이렇게 많을 줄 모르고 강의를 잡았어요.



Q. 이제 막 반 년이 된 듀오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한 명 한 명 사람을 뽑는 게 참 어려워요. 저희는 새 멤버를 채용할 때 기존 멤버 중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뽑지 않거든요. 면접도 전원이 다 보고요. 같이 일할 사람은 같이 일할 사람이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올해는 채용을 클로즈하려고 해요. 이렇게 힘들게 한 명씩 멤버들을 만났으니 이제는 내실을 다질 때인 것 같아요. 

게다가 갑자기 프로젝트가 몰리는 바람에 초기의 결심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어요. 돌이켜 보니 교육이나 퀄리티, 프로세스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쳐내는 현상이 발생하더라고요. 정말 크게 반성했죠. 그래서 조금 무리해서 경력과 경험이 많은 시니어 멤버들을 어렵사리 채용했어요. 이제 조금씩 안정화가 되는 중인데, 곧 경험치가 쌓이고 모두가 안정을 찾게 되면 워크샵이나 세미나도 좀더 많이 열고 교육 커리큘럼도 만들어서 우리의 경험들을 본격적으로 사회에 뿌리려고 합니다.


 

Q. 일을 하는 회사는 많지만 그 경험을 나누려는 곳은 많지 않은데, 혹시 롤모델로 삼은 회사가 있으신가요?


생뚱맞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 ‘The Joy of Painting’이라는 곳이에요. 이곳은 밥 로스로 잘 알려진 분의 회사입니다.  <그림을 그립시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참 쉽죠?’ 하면서 그림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주던 뽀글머리 화가, 밥 로스를 알고 계시나요? 사실 밥 로스는 저의 롤모델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방송을 보셨을 거예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사람들은 그 분의 영상을 지금도 보고 있어요. 심지어 유튜브 조회수도 굉장히 높고요. 저는 그 이유가 밥 로스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얼마나 쉽고 즐겁고 행복한지 이야기해준다는 점, 그리고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쉬운 언어로 공유해주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도 그런 회사가 되고 싶어요. ‘우리 그림 잘 그려’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건 정말 즐거워, 같이 해보자’라고 말할 수 있는 회사요. 업계의 신입들도 듀오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렇게 해보니 어렵지 않네?’라고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듀오톤의 슬로건이 ‘연어처럼 디자인하자’ 거든요. 듀오톤에서는 팀원들을 살몬이라고 불러요. 연어들이라고요. 공동대표 송병용 님이 스펙트럼콘에서 ‘연어처럼 디자인하자’라는 스피치를 한 영상이 있어요. 연어는 바다로 나갔다가 산란기가 되면 태어난 곳으로 힘겨운 길을 돌아오잖아요. 저희도 어찌보면 에이전시에서부터 인하우스까지 먼 길을 갔다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온 케이스거든요. 연어처럼 힘겹지만 어려운 길을, 남들은 가지 않는 길을 가보자 라는 의미도 있고 바다까지 가서 쌓은 경험을 돌려주라는 의미도 있어요. 그래서 명함도 투명한 PET소재에 살몬색이에요. 연어와 물을 컨셉으로 해서 만든 명함입니다.


Q. 그럼 대표님의 개인적인 목표도 배운 것들을 업계, 사회에 돌려주는 사람이 되는 것인가요?


말씀드렸듯 저는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에요. 그래서 같은 비전공자 출신 디자이너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비전공자도 디자인을 할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이랄까요? 원래 전공은 영상, 그중에서도 기술 분야에 가까웠어요. 조명이나 촬영 장비, 기기, 콘솔 만지는 일을 주로 배웠죠. 저는 영화판에도 있었는데, 지미집 같은 장비를 들고 다니기 힘드니까 편집을 시키시더라고요. 영상 CG 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디자인으로 넘어오게 됐어요.

그래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정말 많이 힘들었었는데, 그때마다 업계 선배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일면식도 없는 분들에게 메일을 보내서 질문을 해도 대부분은 답변을 보내주셨어요. 새벽까지 혼자 끙끙대고 있으면 사수분들나 커뮤니티의 멤버분들이 새벽 늦게까지 도와주시는 일도 많았죠.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받았던 그런 도움을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후배들, 특히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성 후배들에게는, 슬프게도 할 말이 아주 많죠. 특히 우리 여성들은 넘어야 할 허들이 많잖아요. 저도 같이 출발한 많은 동료들이 허들을 넘는 단계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자주 봤어요. 가장 대표적인 허들은 결혼, 임신, 출산, 육아이고, 거기까지 간신히 버틴 친구들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부모가 되면 그만두고 사춘기가 되면 그만두고... 저도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두 아이가 있어요. 학부모의 허들까지는 겨우겨우 넘었는데 그 뒤의 일들이 좀 두렵네요. (웃음)

그 허들을 상상만 해도 정말 힘들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못 할 건 없거든요. 그리고 혼자 너무 애쓰고 외롭게 고민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용기내어 도움을 많이 요청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성 커뮤니티도 많고, 먼저 그 허들을 넘은 선배들이 시작하는 여성 디자이너분들을 위한 여러 장치들도 고민하고 계시고, 정말 많이 도와주려고 애쓰고 있거든요. 모두 응원하고 있으니까 힘내서 넘어와주셨으면 좋겠어요.



Q. 대표님은 그 많은 허들을 어떻게 넘으셨나요?


어떻게든,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걸 계속 떠올렸어요. 이 고비를 넘으면 된다는 걸 되뇌었죠. 가끔은 게임을 하듯 '이번엔 조금 어려운 미션을 받았군, 대신에 얻는 경험치가 많겠는걸?' 이라고 상상해 보기도 했어요. 너무 많이 힘들 때는 많이 위로가 되더라고요. 

또 디자인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하나가 <그릿>인데요, 그릿이란 재능과 열정을 뛰어넘는 끈기, 지구력등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실력이나 재능보다도 중요한 어떤 가치에 대한 책이죠. 제가 디자인을 처음 시작했을때는 너무 못해서 '나처럼 재능도 없는데 지식도 경험도 없는애가 과연 디자이너로 계속 일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까지 했었지만 애정과 관심, 고집,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 시작도 늦었고, 진급도 늦었어요.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한다고 쉰 기간도 있었고요. 성공한 워킹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끔 씁쓸할 때가 있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출산휴가도 포기한 상태로 복직을 했다거나, 누군가 아이를 돌보아 주는 것을 전제로 프로젝트에 전념한 이야기 등을 듣다보면 '워킹맘으로, 디자이너로 살기 위해서는 꼭 저래야 하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았어요. 

실제로 제 주변에는 출산 휴가가 꼭 필요하지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시 일터로 복직하면서 매일 눈물로 하루를 시작하는 여성분들이 많았어요. 베이비 시터 월급과 생활비 등 이것저것 따져보면 매달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게 보통이고요. 죽을 듯이 열심히 일하는데 정작 아이를 돌볼 시간도 없고, 수익은 매달 마이너스이고, 일과 집안일과 육아에 치이다 보면  '정말 이렇게까지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되죠. 이 시기에 방황 한 번 안 해본 워킹맘은 아마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큰 용기를 내서 작년에 한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여성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것에 대한 주제였는데 그 세미나에 나간 이후 참가자 분들이 메일과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어요.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울었다는 분도 계시고, 그런 난관을 헤쳐나간 이야기가 와닿고 도움이 되었다는 메시지,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는 피드백을 주셨죠. 저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다는 게 기뻤습니다. 여성 후배들에게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앞으로도 용기를 내서 이야기하려고 해요.






가끔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힘이 차오를 때가 있습니다. 정다영 대표님의 조근조근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선배가 있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막막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표님께 디자인이 그렇듯 독자 여러분도 사랑하는 일을 발견하게 되기를, 그리고 함께 그 길을 걸어갈 동료를 만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 인터뷰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패스트파이브 마케팅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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