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파이브 멤버 '프로젝트 이음' 박현정 대표 인터뷰
고객이 의뢰하는 프로젝트가 늘 내 전문 분야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다양한 고객에게 그보다 다양한 주제의 프로젝트를 의뢰받다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운 문제들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그때마다 필요한 사람들을 불러모아 팀을 꾸리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면 정말 효율적이겠죠.
이번 Humans of FASTFIVE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직접 실험하는 분을 만나봤습니다. '프로젝트 이음'의 박현정 대표님이 그 주인공인데요, '프로젝트 이음'은 '이음'이라는 이름처럼 많은 프리랜서들을 클라이언트와 잇습니다. 고객에게는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고, 자신의 삶에는 책임을 지고 싶다는 박현정 대표님의 인터뷰를 함께 보시죠.
Q. 대표님 안녕하세요, '프로젝트 이음'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프로젝트 이음'은 온라인/디지털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실 프로젝트 이음의 멤버들은 문화와 관련된 일을 했거나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에요. 기획자도 있고, 저만 해도 공연 쪽 마케터로 오래 일해왔죠. 칼럼을 썼던 친구들도 있고 방송 작가 출신도 있어요. 우리끼리 할 수 있는 문화 사업을 기획하고 싶다는 생각도 항상 갖고 있죠. 그런데 조직을 꾸리다보면 수익을 창출해야 하니 어떻게 BM을 설정할지 고민하다가 일단 멤버들의 공통분모 업무 중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온라인/디지털 마케팅을 선택했습니다.
저희의 컨셉은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온라인마케팅 팀’이었어요. 소상공인이나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홍보나 마케팅을 시작하잖아요? 아무래도 자본 문제도 있으니까요. 저희는 그분들의 파트너가 되어드리는 포지션으로 시작했습니다. 정해진 업무만 하기보다 당장 클라이언트에게 우선시 되는 업무부터 해결해왔죠. 클라이언트마다 상황과 여건이 다르다보니 저희와 상담을 하고 ‘그래서 어디까지 해주실 수 있는 거죠?’라고 헷갈려 하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저희의 업무 방식은 프로젝트를 한 가지 설명드리면 더 이해가 쉬우실 것 같아요. 청담동의 어느 피부과 원장님이 제품 개발에 관심이 많아서 재생크림을 만드셨어요. 그 제품을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온라인 마케팅을 고민하는 상황이었는데, 우연히 저희와 연이 닿았죠. 제품은 단 하나뿐이고 브랜드도 없는 상황에서 전체적인 스토리부터 기획해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입소문이 잘 나서 성과가 났어요. 그후 업계에 소문이 나서 비슷한 의뢰를 많이 받았죠. 그런 의뢰들이 모여서 결국 이럴 거면 비슷한 상품들을 모아 관리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그렇게 저희가 직접 관리하는 화장품 온라인 쇼핑몰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운영 중이에요.
Q. 멤버들의 이력이 다양한데, 이 멤버들이 어떻게 모이게 되셨나요?
저는 클래식,뮤지컬,문화재단 등 공연문화 분야에서 온라인마케팅을 계속 해왔어요.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자체보다 온라인과 관련된 마케팅 업무에 더 관심이 많았죠. 축제처럼 다양한 전문분야가 혼합되어 나타나는 복합문화에도 관심이 있고, 궁극적으로는 축제를 하나 만들고 싶다는 꿈도 있어요. 그래서 약 3년 동안 개인 프로젝트로 작은 플리마켓을 진행하며 여러가지 실험들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플리마켓 행사를 축제로 끌어올리고 싶어서 관련 일을 배우려고 했는데 마침 어떤 축제에서 기획단을 모집하더라고요. '프로젝트 이음'의 멤버는 그 축제 기획단에서 만난 친구들이에요. 당시 2주 만에 신촌거리문화축제를 하나 기획하고 운영까지 해야 하는 불가능한 조건이었는데 기획단이 ‘그래도 한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하면서 결국 무사히 축제를 마쳤죠. 그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잘 컨트롤하면서 중심을 잡고 있었던 멤버를 눈여겨보다가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운이 좋았죠. 딱 마음에 드는 친구를 데려온 셈입니다.
Q. 대표님은 이 일을 시작하기 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사업은 2016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했어요. 이제 겨우 3년차입니다. 그 전에는 국내 최고라고 하는 클래식 전문기획사 크레디아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이후 마포문화재단, 뮤지컬전문마케팅기업 클립서비스, 일상예술창작센터에서 일하며 다양한 필드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웹서비스 기획, 온라인 마케팅, 신사업기획 등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포지션에서 줄곧 일해왔습니다.
Q. 이전까지 해왔던 일과 조금은 결이 다른 분야의 사업 운영을 결심하신 계기가 있나요?
이전에는 소위 이야기하는 ‘문화판’에 있었는데, 다른 시장과 비교하자면 근로 조건에 열악한 면들이 좀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을 감내할 만큼 좋은 면도 있었지만요. 사업 운영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언젠가부터 이곳에서 더는 성장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5년 전과 지금, 그리고 5년 후의 제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죠.
그때부터 회사 밖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시도하기 시작했어요. 플리마켓도 그때 시작했습니다. 재능 있는 개개인이 같은 시공간에 모여서 시장을 형성하고, 흩어지는 모습이 독특하고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그런 시장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다가 정기적으로 끌어가보고, 공간을 옮겨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었죠. 그런 과정에서 일정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멀티샵 같은 문화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추진했었어요. 투자자의 사정으로 사업이 엎어지면서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당시 협동조합의 형태로 제가 믿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조합을 운영했는데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있더라고요. 이상적이고 민주적인 조직의 한계를 실감했다고 할까요? 생각보다 책임과 의무가 각 구성원에게 골고루 분산되지 않았어요. 업무는 몇몇 사람에게 몰리는 반면 의견 수렴은 매우 느려서 조직이 빠르게 상황에 대응하거나 의사결정을 하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가 가장 컸죠. 그래서 차라리 의사 결정이 쉽고, 저 스스로 상황에 책임질 수 있는 가벼운 조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프로젝트 이음'입니다.
Q.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으로는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일적으로 힘들다기보다 조직 운영 자체가 힘들었어요. 저의 경험과 한계에 의한 문제도 있었지만 회사 대표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직장 생활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압박감이 상당히 컸죠. '프로젝트 이음'은 처음부터 마이크로 컴퍼니를 지향했고 저 스스로도 ‘내 꿈은 프리랜서다’라는 이야기를 계속 했어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적당한 때가 되면 직원이 아니라 파트너로 협업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했고요.
실제로 작년 12월에 직원 두 명을 독립시켰는데, 이 이야기를 꺼내기가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3개월 정도 시간을 갖고 고민했지만 이때가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Q. 반대로 가장 기쁘고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일용직 형태로 일하던 친구들과 정식으로 고용 계약을 했을 때가 가장 뿌듯했어요. 가볍게 시작했다가 정식고용까지 간 경우죠. 만난 지 오래된 지인이 아니라 프로젝트에 대한 흥미와 기대감으로 모인 사이라서 오히려 함께 하나씩 이루어가는 성취감을 더 느꼈던 것 같아요.
Q. '프로젝트 이음'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로는 시스템의 변화를 꾀하는 중입니다. 프리랜서들이 모여서 그룹을 이루고 필요한 프로젝트마다 최적의 구성원이 모여서 일하는 방식이 가능할지, 현실성이 있는지 실험해보려고 해요. 장기적으로는 실험을 통해 구축된 시스템을 테스트하면서 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에는 컨설팅 의뢰를 받아서 잠실 한강 수영장, 난지캠핑장 등 외부 공간 사업을 기획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저희는 공간 전문 팀이 아니라서 도시재생에 경험이 많은 팀과 협업했죠. 이런 식으로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살려가며 함께 일하는 방식을 목표로 합니다.
Q. 대표님의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마케터, 기획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디지털노마드를 꿈꾸기 때문입니다. 노력하고 투자한 부분에 대해 인정받기를 원하는 만큼 자기 자신에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해요. 그래서 부족한 실력을 채워나가기 위해 뭔가를 계속해서 공부하는 것 같아요.
올해도 1월이 되자마자 뭔가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기본적으로 디지털마케팅에 관심이 많아서 최근 핫한 그로스해킹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또 디지털페인팅도 배우는데, 그림도 배우면서 최신 기술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Q. 사무실로 이곳 패스트파이브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패스트파이브에는 2017년 8월쯤 들어왔습니다. 직원이 생기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때 지인 소개로 이곳을 알게 됐죠. 당시는 회사의 미래가 너무 불투명했을 때라 3개월 동안만 있어보기로 했어요. 그러다 이곳 역삼1호점을 방문했는데 정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이곳으로 사무실을 정했습니다. 또 역삼1호점의 이혜수 매니저 님이 늘 저희의 고민도 잘 들어주시고 일상에서 마주칠 때마다 힘을 주세요. 그래서 자꾸 저희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Q. 오랜 시간 일을 해오면서, 여성으로서 힘든 점이 있으셨나요?
말씀드렸듯 저는 ‘여초’ 조직에서 오래 일했어요. 자연히 여성으로써 불합리한 대우라고 생각한 경험은 다른 직장에 비해 적었던 것 같아요. 일 잘하고 일 욕심이 많은 여성 직원들을 많이 봐온 한편 가정을 이루면서 급격히 달라지는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 동료와 선배들도 많이 봤죠. 가정을 챙겨야 하는 여러 상황에 힘들어 하고, 예전만큼 업무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어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말 워킹맘은 만만치 않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30대 중반이던 시절만 해도 주위에 실력 좋은 친구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들이 가정을 이루면서 겪는 혼란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것 같아요. 저는 언제나 그랬듯 제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제가 선택한 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테니까요.
Q. 마지막으로 업계의, 혹은 일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정답은 없겠죠. 하지만 삶의 큰 부분인 직장 생활에 있어서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것을 선택하든 본인 선택의 결과이거나 과정일 뿐 답과 한계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를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프로젝트 이음'에 다양한 제안이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일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이 중에 선택하세요’가 아니라 ‘저희가 어떤 부분을 도와드리면 좋을까요?’라고 질문하고, 함께 의논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거든요. 여러 분야에서 마케팅이나 기획으로 고민 중인 분들과 더욱 터놓고 협의할 수 있으니 언제든 연락 주세요!
자신이 선택한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박현정 대표님의 인터뷰, 재미있게 보셨나요?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동료들과 함께라면 언젠가는 축제를 열고 싶다는 대표님의 꿈도 현실이 될 것 같습니다. 분명한 건 이곳에서 보낼 5년은 성장과 변화로 가득할 거라는 점이죠.
그럼 저희는 다음 인터뷰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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