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서평단을 신청할 때는 'AI시대에 문학이 살아남는 방법을 논한 걸까?' 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펼치니 1부부터 SF 소설이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2부부터 주요 글감이 된다. 나는 SF 소설을 잘 찾아 읽는 편은 아니어서 '응?' 싶었다. SF 소설에 대해 어딘가 거리감을 느껴 왔기 때문이다. 잘 때 꾸는 꿈도 제법 현실적으로 꾸는(물론 일어난 후에 곱씹어보면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지만, 아무 도구 없이 하늘을 날아다닌다던가, 사물이 말한다던가 하는 꿈은 거의 꾼 적이 없다) 입장에서, 먼 미래에 최첨단 기술이 작동하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룰 것만 같은 SF소설은 읽으면서 몰입이 깨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SF 소설'이 다루는 지평은 생각보다 매우! 넓었고,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생각은 편견임을 깨달았다.
현재의 SF 소설은 '서구 백인 남성'이 개척해 가는 '다 잘 될 거야'식의 개척정신 관점이 표준처럼 여겨지던 과거의 세계관을 부정하고 깨뜨려 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SF 소설이 주목하는 대상은 단순히 인간에서 끝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동물들이 과거에는 '미물'마냥 서사를 위한 부수적인 장치로만 소비되었으나, 이제는 중요한 존재감을 차지하는 존재가 된다. 왜 갑자기 반려동물 이야기가 나오냐고? 우리는 '존중할 대상'으로 인간 외의 것을 점점 더 많이 포함시키고 있다. '애완동물'이 '반려동물'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사이보그나 로봇은 우리의 삶에서 무서울 정도로 존재감을 조금씩 키워 가고 있다. 우리는 이들과 어떤 식으로 공존해야 하는가? 이 책은, 그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태'를 다양한 SF 소설이 제시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SF 소설 마니아라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소설이 반가울 것이고, SF 소설 새내기라면 '이렇게 많은 SF 소설이 있구나', 혹은 '이런 것도 SF 소설이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포스트휴먼(이 용어의 구체적인 뜻은 책을 읽어 보시길 추천)"에 대한 생각의 씨앗을 얻어 갈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문학의 역할 중 하나는, 주류가 주목하지 않는 주변부에 시선을 두는 것이다. 주류의 시각에서 소외되어 '주변'에 있고, 그렇기에 덜 중요하게 여겨지는 대상을 작품에 등장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그들이 되어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고양이나 사이보그 같은 특정 대상에 국한되지 않으며, '발달한 기술이 가져오는 생활상' 같은 세계관에도 적용된다. 문학을 짝사랑하는 입장에서 SF 소설에 색안경을 낀 채로 보고 있었던 게 미안해졌다.
*이런 분들이라면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SF 소설에 관심이 많으신 분
- SF 소설에 손이 잘 안 가는 분, 하지만 한 권 정도는 읽어 보고 싶기는 한 분
- AI의 존재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공존하는 게 좋을 지 궁금하신 분
#소설쓰는로봇 #노대원비평연구서 #소설쓰는로봇_서평단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