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면서 홍삼이 어디에 있느냐며 찾는다. 시댁에서 받아왔던 홍삼 액기스인데 그 비용이 비싸지만 효과는 있어서 매일 먹는 대신, 진짜 피곤할 때 챙겨 먹곤 했었다. 예를 들면 일요일 아침 8시에 나가서 밤 10시 퇴장할 때까지 에버랜드에서 놀 때, 중간에 틈이 나면 먹었다. 그런데 그걸 남편이 아침부터 부은 눈으로 찾는다.
회사 동료가 나가면서 남편은 승진 아닌 승진을 하게 됐고, 사장은 월급을 올려주고 동료가 했던 일들을 가지쳐 줄테니 같이 감당하자 했었다. 처음엔 크게 달라진 게 없었고 월급 인상은 가계에 큰 도움이 됐기에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남편의 야근이 이어진다. 이번주만 벌써 사흘째 8시에 나가서 밤 10시 반쯤 집에 온다. 나는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드는 경우가 많아서 들어오는 걸 못보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먹다 버린 과자 비닐을 쓰레기통에서 발견할 때면, 퇴근 후 요깃거리라도 먹게 챙겨주지 못한 게 미안해 지기도 한다.
8월 말.
아직도 짝을 찾지 못한 숫컷 매미는 더욱더 강렬한 소리로 맹렬히 울어대고, 처서가 지나고 나니 아침 저녁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기도 하지만, 아직도 낮엔 한여름 날씨다.
오늘도 남편은 야근을 예고했고, 주말에도 출근으로 벌초하러 가지 못한다고 했다. 회사가 경영악화로 망했던 경험을 했던 나는 "회사가 바쁜 건 좋은거지,," 라는 말은 더이상 하지 못할 것 같다.
오늘따라 날은 뜨겁지만 하늘은 가을날씨 마냥 이쁜데, 남편이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