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줄로 조경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아주 예전에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참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이제는 기성세대가 된 입장에서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바른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도 마음은 따뜻한 사람.
그래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믿음을 전해주고,
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어른 말입니다.
이 드라마는
내용 자체도 좋았지만,
중간중간 짧은 대사에 담긴 여운과 분위기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들로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조경이라는 전공을
좀 더 가볍고 유연하게 전하고 싶은 저에게
유난히 인상 깊은 장면 하나가 있었습니다.
극 중, 주인공 이선균(박동훈 역)의 직업은 "건축구조기술사"입니다.
어느 날 상대역인 아이유(이지안 역)가 묻습니다.
"(건축과) 비슷한 거 아닌가?"
박동훈은 잠시 머뭇이다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달라. 건축사는 디자인하는 사람이고,
구조기술사는 그 디자인대로 건물이 나오려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야 안전한가를 계산하고
또 계산하는 사람이고, "
이 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자신의 전문 분야를 아주 편안하고 쉽게,
대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차분히 설명을 이어갑니다.
복잡한 전문성을,
거추장스러운 용어나 긴 설명 없이도
차분하고 단정하게 풀어내는 그 장면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참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제 전공 분야를
그렇게 담백하게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경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
그렇게 쉽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대중이 쉽게 접하는 드라마라는 매체 속에서
자신의 전공을 어렵지 않게 풀어낸 그 장면은,
조경을 소개하는 방식에 대한
제 고민에 하나의 힌트를 준 순간이었습니다.
일반인의 편견과 선입견을 해소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쉽게 말하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 준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조금은 엉뚱하지만,
문득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드라마처럼,
누군가의 질문을 통해
조경을 설명하는 장면 말입니다.
만약 주인공의 직업이 "조경기술사"였다면?
그리고 아이유가 이렇게 물었다면요
"조경은... 뭐 하는 건가요?"
그 질문에,
조경인은 과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드라마 주인공처럼,
솔직하고도 정확하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그런 한 줄의 대답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조경이라는 일을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딱 한 줄짜리 대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한 줄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이 글을 한 편씩 써보려 합니다.
회차마다 달라질지도 모를 그 짧은 대답이
어쩌면 이 연재의 또 다른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우가 대사를 던지는 그 자연스러운 상황처럼,
언젠가 저도 조경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한 줄의 말로
담아낼 수 있기를 조용히 기대해 봅니다.
그 말 한 줄이,
조경을 처음 접하는 누군가에겐 새로운 인식의 시작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스쳐 지나치던 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새로운 시선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그 말 한 줄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정리해 주는,
조용한 결론이자
또 다른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야,
이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
조심스럽게나마 길이 그려진 것 같습니다.
짧고 조용한 이 한 걸음이
"조경"이라는 이름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길의 끝에서,
제가 오래도록 마음 깊이 그려왔던
<나의 아저씨> 속 그 “바른 어른”의 모습에
조금 더 가까워져 있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