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일상적인 조경 이야기(2)

딱 한 줄로 조경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by 초록아이

아주 예전에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참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이제는 기성세대가 된 입장에서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바른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도 마음은 따뜻한 사람.

그래서 곁에 있는 이들에게 믿음을 전해주고,

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어른 말입니다.


이 드라마는

내용 자체도 좋았지만,

중간중간 짧은 대사에 담긴 여운과 분위기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 장면들로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조경이라는 전공을

좀 더 가볍고 유연하게 전하고 싶은 저에게

유난히 인상 깊은 장면 하나가 있었습니다.


극 중, 주인공 이선균(박동훈 역)의 직업은 "건축구조기술사"입니다.

어느 날 상대역인 아이유(이지안 역)가 묻습니다.

"(건축과) 비슷한 거 아닌가?"


박동훈은 잠시 머뭇이다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달라. 건축사는 디자인하는 사람이고,
구조기술사는 그 디자인대로 건물이 나오려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야 안전한가를 계산하고
또 계산하는 사람이고, "


이 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자신의 전문 분야를 아주 편안하고 쉽게,

대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차분히 설명을 이어갑니다.


복잡한 전문성을,

거추장스러운 용어나 긴 설명 없이도

차분하고 단정하게 풀어내는 그 장면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참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제 전공 분야를

그렇게 담백하게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경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

그렇게 쉽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대중이 쉽게 접하는 드라마라는 매체 속에서

자신의 전공을 어렵지 않게 풀어낸 그 장면은,

조경을 소개하는 방식에 대한

제 고민에 하나의 힌트를 준 순간이었습니다.


일반인의 편견과 선입견을 해소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쉽게 말하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 준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조금은 엉뚱하지만,

문득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드라마처럼,

누군가의 질문을 통해

조경을 설명하는 장면 말입니다.


만약 주인공의 직업이 "조경기술사"였다면?

그리고 아이유가 이렇게 물었다면요

"조경은... 뭐 하는 건가요?"


그 질문에,

조경인은 과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드라마 주인공처럼,

솔직하고도 정확하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그런 한 줄의 대답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조경이라는 일을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딱 한 줄짜리 대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한 줄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이 글을 한 편씩 써보려 합니다.


회차마다 달라질지도 모를 그 짧은 대답이

어쩌면 이 연재의 또 다른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배우가 대사를 던지는 그 자연스러운 상황처럼,

언젠가 저도 조경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한 줄의 말로

담아낼 수 있기를 조용히 기대해 봅니다.


그 말 한 줄이,

조경을 처음 접하는 누군가에겐 새로운 인식의 시작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스쳐 지나치던 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새로운 시선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그 말 한 줄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정리해 주는,

조용한 결론이자

또 다른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야,

이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

조심스럽게나마 길이 그려진 것 같습니다.


짧고 조용한 이 한 걸음이

"조경"이라는 이름을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길의 끝에서,

제가 오래도록 마음 깊이 그려왔던

<나의 아저씨> 속 그 “바른 어른”의 모습

조금 더 가까워져 있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이미지 출처 : tvN <나의 아저씨 8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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