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피해자, 공정한 수사를 위한 3단계 대처법
이 사진은 글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여러 해 전에 지금은 정치를 하고 있는 어떤 검사가 출신 변호사가 한겨레 신문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연재하여 파장이 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관련 기사는 보지 못했으나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많은 조언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필자는 1986년부터 검찰수사관을 하면서 많은 형사사건을 취급하였다. 그때는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였고, 경찰은 수사 보조기관이라 혹시 경찰에서 수사를 잘못한 경우가 있어도 검사가 다시 수사하여 바로 잡을 기회가 있었다. 검찰은 사법경찰관 교양자료를 만들어 경찰교육용으로 활용하였는데, 필자도 많은 내용의 콘텐츠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환경이 다르기에 경찰의 조사가 아주 중요하다. 최근 폭행의 피해자를 만나 상담하면서 쌍방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었는데 그것을 정리하여 브런치에 올린다.
<폭행 피해자, 공정한 수사를 위한 3단계 대처법>
사소한 폭행 사건의 피해자일지라도, 가해자가 쌍방폭행을 주장하면, 불리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해자의 정당한 처벌 및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수사 초기부터 현명하고 신속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1단계: 사건 직후, 피해사실을 보존하라 (증거 확보)
현장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공정한 수사에 필요한 첫걸음입니다.
1) 폭행당한 증거 확보: 폭행사실을 목격한 목격자를 찾아야 합니다. 목격자가 피해자와 무관한 제삼자일수록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이 높아 좋습니다.
2) 병원 진단 및 진단서 발급: 폭행당한 직후 병원(응급실 포함)을 방문하여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만약, 상처가 있으면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그러면 피해자는 폭행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 폭행치상 또는 상해사건의 피해자가 됩니다.
3) 피해 사진 촬영: 폭행으로 인한 멍, 상처, 옷의 찢어짐 등을 날짜와 시간이 명확히 확인되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상세히 촬영해 둡니다.
4) 현장 증거 확보: 사건 발생 장소 주변의 CCTV(상가, 차량 블랙박스 등) 유무를 확인하고, 수사기관에 해당 영상의 신속한 확보 및 분석을 요청해야 합니다. 영상은 가해자의 선제 폭행과 나의 소극적 방어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5) 목격자 연락처 확보: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의 연락처와 이름을 확보하여, 이후 수사기관에 객관적인 제삼자의 진술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2단계: 일관되고 명확한 진술을 하라 (법적 논리)
경찰 조사(피해자 진술)는 사건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우리는 폭행죄의 피해자이면, 경찰에 피해사실을 신고하거나 고소한 사람이면 경찰이 내 편일 것으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경찰은 우리가 피해자로 확정되었을 때만 내 편입니다. 특히 상대방이 폭행과정에서 나도 맞았다는 등의 쌍방폭행을 주장하게 되면 피해자도 입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해자 진술이 중요합니다. 진술 시 폭행죄의 법리적 핵심을 관통하는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1) '고의' 없음 강조: 가해자가 쌍방폭행을 주장하더라도, 자신의 행동(발을 뻗거나 밀치는 행위 등)은 '부당한 폭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소극적·본능적 방어 행위'였을 뿐, 상대방을 공격하겠다는 '고의'는 전혀 없었음을 진술해야 합니다. 고의가 없는 신체 접촉은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고의가 없으면 과실인데, 과실범은 처벌규정이 있을 때만 처벌합니다. 과실폭행죄는 처벌규정이 없어 처벌하지 않습니다.
2) 선제 공격자 명시: 상대방이 먼저 폭행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시간 순서대로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게 설명하여, 사건의 시발점과 자신의 방위 목적을 명확히 합니다.
3) 상식적 논리 호소: "내가 상대방을 제압할 힘이 없는 상태에서 의미 없는 발길질을 해 상대방 폭행의 정도를 강하게 할 이유가 없다"는 등, 상식적인 판단에 비추어 자신의 행위가 공격이 아닌 방어였음을 호소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3단계: 수사기관에 공정성을 요구하라 (적극적 대응)
가해자의 주장에 휘둘리지 않도록 수사기관에 피해자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해야 합니다.
1) 진단서 비교 요청: 가해자가 쌍방폭행을 주장한다면, "진단서를 보여달라"라고 요구하거나 "입은 상해와 내가 입은 상해를 비교하여 피해의 일방성을 공정하게 판단해 달라"라고 요청하세요. 피해 정도의 차이가 클수록 일방적인 피해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합의는 신중하게: 가해자가 처벌을 면하기 위해 합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합의를 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해자는 나도 피해를 당했다고 하면서 동시에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폭행을 한 결과 상처를 입었으면 폭행치상이 됩니다. 그럴 때는 반의사불벌죄는 아니지만, 합의는 가해자의 처벌 수위를 낮추는 요소이므로, 정당한 배상 금액(치료비, 위자료, 일실수입 등)으로 합의하여야 합니다.
3) 필요시 법률 조력: 쌍방폭행 주장이 강하게 대립하거나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정당방위 법리를 체계적으로 주장하고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함께 준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대처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