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치매가 오기 전 세워야 할 방패 – 성년후견
[제2회] 치매가 오기 전 세워야 할 방패 – 성년후견인으로 재산권 지키기
브런치 독자 여러분, <생활법률, 창과 방패> 법무사 박성기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유언장을 통해 내 사후의 평화를 설계하는 법을 알아봤지요. 오늘은 살아있으나 나의 의지를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때를 대비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바로 성년후견인 제도입니다.
1. 나를 대신할 '법적 대리인'이 필요한 이유
의술의 발달로 수명은 길어졌지만, 치매나 뇌혈관 질환 등으로 판단력이 흐려지는 시기를 피하기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내가 재산의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제약이 생기면 병원비를 내기 위한 예금 인출이나 거주 중인 집의 매매조차 스스로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때 나를 대신해 재산을 관리하고 신상 결정을 내려줄 '법적 방패'가 없다면, 가족들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2. 과거의 '낙인'에서 현재의 '보호'로: 2013년의 변화
과거에 들어보셨던 '금치산(禁治産)자'나 '한정치산(限定治産)자'라는 말, 기억하시나요? 재산 관리를 금지한다는 이 용어들은 본인의 권리 보호보다는 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권리를 '박탈'하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2013년 7월 1일부터 우리 민법은 이 낡은 제도들을 폐지하고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3. 성년후견제도, 무엇을 지켜주나?
"자식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시지만, 법적 권한이 없는 자녀는 부모님의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은행 업무를 대신하는 데 법률적 한계가 있습니다. 성년후견인은 법원의 감독 아래 다음과 같은 일을 수행하며 여러분을 지킵니다.
- 재산 관리: 예금 관리, 부동산 관리 및 처분, 각종 계약 체결
- 신상 보호: 치료, 입원, 요양시설 입소 등 복리에 관한 결정
4. 실무자가 전하는 핵심: '임의후견'의 힘
성년후견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미 판단력이 흐려진 뒤 법원이 정해주는 '법정후견'과, 아직 건강할 때 내가 직접 후견인과 계약 내용을 정해두는 '임의후견'입니다. 법무사로서 제가 단연 권해드리는 것은 임의후견입니다.
- 직접 선택: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배우자, 자녀, 전문가)을 미리 정할 수 있습니다.
- 내 의지 존중: 어떤 치료를 원하는지, 재산은 어떻게 관리되길 바라는지 미리 계약서에 적어둘 수 있습니다.
- 분쟁 예방: 생전의 재산 관리를 두고 자녀들끼리 다투는 불상사를 원천 차단합니다.
[박 법무사의 실전 팁: 의지가 흐려지기 전 '기록'하십시오]
부모님이 이미 중증 질환에 걸린 뒤에야 오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절차도 복잡하고 가족 간의 합의가 안 되어 법정 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금치산 선고가 가문의 수치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금의 성년후견은 내 삶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자기 방어입니다. 환경이 우리의 의지를 꺾기 전에 우리가 먼저 방패를 세워야 합니다. 건강할 때 기록해 둔 계약서 한 장이, 훗날 나를 가장 안전하게 지켜줄 것입니다.
[박 법무사의 실무 현장] 손자의 눈이 되어 재산을 지켜낸 공동후견의 기록
제가 직접 성년후견 업무를 수행했던 한 사례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할아버지께서 앞을 보지 못하는 손자에게 많은 재산을 상속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삼촌이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되어 재산을 관리했으나, 이후 생모의 간절한 요청이 있었습니다.
결국 법원의 결정을 통해 저와 생모가 '공동후견인'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일상과 복지를 세심하게 살피는 한편, 저(법무사)와 공동으로 재산이 투명하고 안전하게 손자를 위해 쓰이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 사례는 성년후견인이 단순히 재산을 통제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지키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특히 이해관계가 얽힌 가족들 사이에서 전문가가 공동후견인으로 참여할 때, 재산 관리에 대한 객관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어 불필요한 가족 간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제3회에서는 상속은 분쟁이 아닌 선물이어야 합니다라는 주제로 글을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