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늘이 되었네.

새해가 안녕하고 손을 잡는 그 시간.

by nenun

새해가 되었다고 한다.

일을 끝마치고 집에 와서 조금 있으니 11시 반이었고,

씻고 잘 준비하니 11시 59분이었다.

일 끝나고 선잠을 자던 아이들이 그 시점에서는 눈이 말똥 해져서 카운트 다운을 함께 하자고 했다. 숫자로 거꾸로 세었는데 솔직히 마지막에는 밖에서 폭죽 소리라도 크게 들릴 줄 알았는데

진짜 멀리서 아주 작게 폭... 폭...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도시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모든 잔잔하고 스케일이 작다.

평화롭고 조용하다. 기대할 것이 없었다.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본질적인 것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세상이 복잡하고 이에 반응하는 내 생각이 복잡하니 명상을 하고 미니멀을 추구하고 불필요한 것은 가지 치는 것이 능력이자 생존의 방식 중 하나가 되어 가는 느낌인데, 그러다 보니 단순하고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복잡한 것으로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복잡한 것이 단순한 것보다 낫다는 것 같은 흑백 논리는 아니고, 내가 지금 처한 인생의 단계에서는 약간의 복잡한 것들이 어떻게 보면 내 삶을 조금 더 끌어 주는 역할 을 하는 것 같다. 귀찮다는 것에서 한번 해 볼까로 , 어렵겠는데 에서 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하는 등의 긍정적 생각을 하게 해 주는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조차 이제는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마음을 비우기보다는 그 비운 마음에 스멀스멀 들어오니 죄책감이나 기분 나쁜 상대의 행동, 후회들, 그런 묘하게 내 에너지를 한층 다운시키는 것들이 들어왔다 나갔다가 금세 다시 들어오곤 한다. 머리를 흔들어 보고 심장을 가만히 느껴 보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어떻게 해야 이 감정이 없어지지를 몇 초 동안 고민하다가 다시 일상이란 파도에 휩쓸려 정처 없이 한번 돌고 오면 그 사이 잠잠했던 것 같은 감정들에 더해서 그날의 또 나를 피곤하게 했던 것들 미래 현재 과거를 스펙터클 하게 넘나들었던 나의 생각들이 나를 먼지로 만드는 기분이다.


회색지대를 찾아다니는 중이다. 회색 지대라고 해서 기준이 없다기보다는 이런 입장 저런 입장 모두가 맞는 말 같다. 다만 , 왜?라는 질문은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마지막에는 모르겠다로 끝난다. 모르겠는 일들이 많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게 왜?라는 말 밖에 못하겠다. 요즘 사람들은 욕도 잘하던데 ,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욕을 하시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배운 적도 해 본 적도 없다. 그래서 욕 대신 "왜?"라는 것을 끊임없이 내뱉으면서, 그 대상에 대해 이해하려고 에너지를 많이 쏟아붓고 또 이해하는 과정안에 내가 서 있으면서 세월을 많이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새해에는 시원한 욕 한마디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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