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던 출근길 카 체이스
7:15.
이건 악몽이야.
그럴 리가 없었으므로,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깊이 심호흡한 뒤 다시 눈을 떴다.
7:17.
이번에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셀폰을 집어 들었다.
7:18.
늦었다.
나일즈가 휴가를 가서 내가 처음으로 나일즈 대신 CFO 라이언과 리로이, 이렇게 셋이서 만나는 미팅이 9:00에 잡혀 있었다. 교통체증이 없어도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 그런데 지금은 출근길 정체가 가장 심한 시간대. 당연히 샤워따위 할 시간은 없었다. 이를 닦고, 세수하고, 옷만 대충 걸치고 차에 시동을 걸었을 때가 7:30.
나는 동네를 빠져나와 지름길인 다음 동네를 가로지르고 있는데 앞에 커다란 트럭이 세월아, 네월아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었다. 커머셜 트럭이 아닌, 명색은 트럭이지만 딜러 쉽 주차장에서 나온 이후 궂은일이라고는 평생 안 해본 듯 한 눈부시게 희고 크롬 트림 광택이 번쩍번쩍한 다지 램이다. 한눈에 봐도, 트럭이 필요한 육체적 노동은 전혀 할 필요 없는 돈 많은 백인 중년 남자가 떨어져 가는 정력을 보상하느라 산 차가 분명했다.
나는 별생각 없이 왼쪽으로 돌아 그를 추월하며 속력을 냈다.
그러자 그가 갑자기 속력을 내며 내 뒤로 바짝 붙었다.
이게 미쳤나…
나는 욕을 내뱉으며 동네를 빠져나와 하이웨이로 진입했다.
그런데 그 차도 나를 따라 하이웨이로 들어서더니, 헤드라이트를 깜빡거리며 차를 옆으로 대라는 듯 위협적으로 따라붙었다. 그리고는 급기야 차창을 내리고 뭐라고 소리쳤다.
나는 반응하지 않고 속력을 더 올렸다.
그러자 그는 내 옆, 앞, 뒤를 가로막으며 경적을 울리고, 라이트를 껐다 켰다 하며 광기를 부렸다.
다른 차들은 아무 반응이 없는 걸 보니 내 차에 무슨 이상이 있는 게 아니었다. 이건 단순히 내가 그를 추월했다는 이유만으로 분노한 운전자가 내게 얼굴을 맞대고 욕을 퍼붓고 싶어 곡예를 부리는 거였다.
나는 하이웨이를 벗어나 국도로 빠졌다. 웬일인지 교통체증이 없어서 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미팅에 늦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이 미친놈을 달고 직장에 갈 수는 없고 게다가 그가 내 직장을 알게 되면 이 바쁜 출근 시간 45분씩이나 따라오는 그 집념이 미래에 어떤 불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결국 방향을 틀어 이 거대한 트럭을 따돌리기 위해 추월을 할 수 없는 일 차선으로 들어섰다. 이제 미팅에 시간 맞춰 가기는 틀렸고 대신 티브이 뉴스에서나 보던 카 체이스가 시작됐다. 30분이나 이 길, 저 길을 달렸지만 이 하얀 악마는 용케도 날 놓치지 않고 따라다녔고 설상가상 개스 탱크가 비어 가고 있었다. 젠장... 나는 턱밑에 고인 땀방울을 닦아내고 페달을 더 힘껏 밟았다.
하지만 결국 탱크가 비었다고 오렌지색 워닝 싸인이 떴고 나는 텅 빈 공원 입구에 차를 세웠다. 이 정도라면 저 차주인이 어떤 개지랄을 떨어도 보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내가 폭행을 당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트럭이 마침내 옆에서더니 차에서 눈부시게 은색으로 반짝거리고 웨이브진 머리카락에 분노로 얼굴이 자줏빛이 되다시피 한 60 초반의 백인남자가 얼음보다 찬 파란 눈을 이글거리며 뛰어 내렸다.
나는 차문을 잠그고 그를 노려보았다. 공포와 분노로 나도 내정신이 아니어서 그가 차문을 열고 나를 끌어내리려하면 어쩌지? 내가 이성을 잃고 그대로 차로 받아버리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그랬어도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교차하면서 머리칼이 곤두섰다. 삼지창을 들고 토가만 걸쳤어도 꼭 포세이돈 같았을 그는 내가 처음 들어보는 온갖 원색적인 욕을 고래고래 내질렀지만 차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내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그는 “영어도 못 알아듣는 건가?” 하는 표정을 잠시 짓더니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고 트럭에 올라타 빠르게 멀어져 갔다.
10:00. 미팅은 끝났을 것이었기에 나는 천천히 주유소로 가서 차에 기름을 채우고 오피스로 갔다. 긴장이 풀리자 7월 땡볕에도 몸이 떨렸다. 나는 카페테리아로 가 커피를 뽑았다. 커피 컵에 차디찬 손가락을 덮으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데, 주차장 쪽 문으로 리로이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