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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Apr 01. 2024

거인이 날 거꾸로 들어
탈탈 털어대니.

지담단상 21

거인이 날 거꾸로 들어 탈탈 털어댄다.

먼지가 우수수 떨어진다.

차라리 먼지 속이 좋다.


열정, 의지, 자신감 아무리 털어도 안 나온다.

난 이렇게 '세상이 원하는' 가치가 없는

내가 좋다.


과거에, 경험에, 인식에 갇혀 자신을 주저앉히는 난쟁이들,

돈으로 치장한 채 자신의 부를 자랑삼는 졸부들,

곧 쓰레기로 전락할 이론으로 강단에서만 힘주는 떠벌이 교수들,

자신의 가치를 장사치로 전락시키는 얼치기들,

이들이 털어내는 먼지속엔 

내 영혼을 혼탁하게 전염시키는 바이러스가 있다.


나는 바이러스없는 먼지속이 오히려 맑아서 좋다.

먼지가 없으면 노을도 없으니까.

먼지없는 우주는 없으니까.


열정과 의지와 투지와 자신감과 

이와 비슷한 무리를 이루는 덕목들에서 나는 해방되었다.

이들을 가지려, 찾으려, 채우려 애썼던 의지를

비우고 덜어내고 깎아내는 의지로 전환시켰더니

나를 비워내 주고자 애쓰는 

더 큰 의지를 나는 만났다.

나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위대한 의지와....


그 곳에선 새로운 싹이 자랐다.

가능성, 잠재력의 싹

순응과 순종, 수용의 싹

버림, 포기, 외면의 싹

이 싹은 곧 줄기를 뻗고 이파리를 팔랑거리며

창조의 열매를 맺을 것이다.

그간 긴 시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묵묵히....

영혼을 맑게 정화할 샘물을 흡수해준 뿌리의 힘으로...


거인이 날 거꾸로 들어 탈탈 털어내니

나에게선 먼지만 나왔다...

 

'먼지라는 우주'란 말이 단지 먼지라는 개체의 독립성을 상징하는 것만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하나의 '우주'와 같은 구실을 한다는 의미가 되죠.

먼지 안에 먼지보다 작은 우주가 있고,

그 안에 또 더 작은 것들이 서식하는 우주가 있고, 그 안에 또...

양쪽에 거울을 갖다 놓으면 작은 거울들이 마치 터널처럼 계속 생겨나는 것과 같이, 

작은 우주들이 무한히 계속 존재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게 되는 사실은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크다'는 것입니다(주).


주> 먼지에서 우주까지, 이외수, 2016,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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