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힐링은 지금의 나를 만나는 데서 시작된다.

마음 챙김, 아로마테라피 2

by 아인아로마테라피

진정한 힐링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더 잘해내는 것도, 과거를 고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의 나를 알아차리는 것, 그곳에서 모든 회복은 시작된다.


향기는 내게 망치처럼 선명한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 놓으면, 나는 늘 무기력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의 몸을 돌보는 일을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쉽게 소진되었다. 아이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운전은 늘 피곤했고, 그 시간은 하루 중 가장 흐릿한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 학원에서 건네받은 페퍼민트 한 방울이 눈과 코를 시원하게 열어주었다. 페퍼민트 향기를 호흡한 날은 달랐다. 운전하는 내내 정신이 또렷해졌고, 묘하게 깨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처음으로 에센셜 오일을 구입했다. 아주 사소한 계기였지만, 돌이켜보면 그날이 나의 방향을 바꾸는 출발점이었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오전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의 한두 시간은 늘 집안일을 하거나, 너무 지치면 잠들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유독 미리 사두었던 에센셜 오일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끌리는 향기를 하나 골라 디퓨징 해볼까.’
나는 열 개의 오일을 하나씩 맡아보았고, 그중 라벤더 향기가 마음에 닿았다. 디퓨저에 몇 방울을 떨어뜨리고 침대에 몸을 맡겼다. 그 순간이었다. 라벤더 향기가 얼굴과 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향기에 잠기듯 누워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그동안 진짜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하며 살아왔을까?’

대학 진학도 성적에 맞춰 선택했고, 아이를 낳은 뒤에는 외식을 하더라도 늘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곳을 기준으로 움직였다. 나는 늘 누군가에게 맞춰 살아왔고, 내 마음을 진지하게 들여다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날 이후, 내가 끌리는 향기를 고르는 행위는 나를 찾는 여행의 시작이 되었다. 향기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게 해주는 도구가 되었고, 하루하루 향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삶에 여유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매트 위에 서서, 늘 함께였던 내 몸을 내가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충격처럼 다가왔다.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몸을 움직이며, 흔들리면서도 작은 근육 하나하나를 깨워 나갔다.

최근 다시 요가지도자 과정을 들으며 또 하나의 중요한 경험을 했다. 엎드린 자세에서 나는 엄지발가락을 누르는 것이 정렬의 핵심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새끼발가락을 매트에 눌러보라고 하셨다. 분명히 누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옆에 있던 도반이 내 새끼발가락을 직접 눌러주었을 때 깨달았다.

‘내 몸 안에 있음에도, 쓰지 않는 감각은 신경과 연결되어 있지 않구나.’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새끼발가락은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손으로 새끼발가락을 어루만지며 감각을 깨웠다.
‘그동안 너를 놓치고 살았구나.’

우리는 흔히 몸과 마음이 늘 내 뜻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쓰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새끼발가락처럼, 마음도 돌보지 않으면 아무리 명령해도 반응하지 않는다.
‘이제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아무리 다짐해도 마음이 쉽게 따라오지 않는 이유는, 지금까지 살아온 태도와 습관이 고스란히 몸과 마음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향기는 그런 마음을 깨우는 가장 정직한 도구였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향기를 맡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향기는 나를 계속해서 깨웠다. 지금의 나를 정직하게 마주하도록 도와주었다. 과거에 요가 동작을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지금의 새끼발가락을 움직여주지 않는다. 과거의 내가 순수했더라도, 지금의 내 마음이 굳어 있다면 그것이 현재의 진실이다. 향기를 통해 나는 내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저 ‘그랬었구나’ 하고 알아차릴 뿐이다.


진정한 힐링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나는 데서 시작된다.
“예전엔 이랬는데요.”
내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는 오직 현재일 뿐이다. 지금, 여기에 깨어 있어야 한다.

현재에 충실하게 산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일이다. 지금의 말과 행동은 곧 과거가 되고, 우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삶을 살아간다. 삶의 비영속성을 이해할 때, 비로소 현재에 머무를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날 때 3킬로 남짓한 몸으로 시작해 끊임없이 변해왔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몸은 매일 달라진다. 우리는 한 번도 같은 틀 안에 머문 적이 없다. 내 몸과 마음 안에 나를 가둘 필요도 없다. 지금의 나를 인지하며 살아가면 된다. 그러면 매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어제의 두려움을 오늘까지 끌고 올 필요는 없다. 오래된 감정과 생각을 고집하지 않고,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재의 나로 사는 법이다.


이것은 향기를 통해서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어제는 로즈메리 향기가 좋았지만, 오늘의 나는 끌리지 않을 수 있다. 아까는 부드럽게 느껴지던 향기가, 지금은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향기와 함께하는 삶은 변화와 비영속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식물의 향기는 살아 있는 에너지다. 같은 식물이라도 자란 환경에 따라, 다뤄진 방식에 따라 향기는 달라진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늘 같지 않다.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마찬가지다. 살아 있는 식물의 향기와 교감하는 일은 지금의 나를 만나는 일이다. 그것은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만든다.

삶의 비영속성을 인정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지금의 고통 또한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된다. 그 순간의 아픔마저도 삶이 주는 배움의 과정임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서 식물의 향기가 필요하다. 향기는 우리가 움켜쥔 마음을 내려놓게 한다. 붙잡고 있는 것은 나를 제한하지만, 나는 원래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다.


향기는 그것을 상기시킨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현재의 나로부터, 진정 내가 원하는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한다.

나를 앎으로써 힐링은 시작된다.
식물의 향기와 함께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진정한 힐링의 시간이 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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