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

손바닥 위에서 벌어지는 소음의 수용소

by 아까그놈

스마트폰 속 단톡방은 누구나 들어오지만 아무나 나갈 수 없는 ‘무료 입장, 유료 퇴장의 감옥’이다. 실시간 소통이라는 가면을 썼지만, 실상은 알림 소리로 일상을 난도질하는 ‘데이터 하이에나’들의 서식지다.


이곳의 발칙한 이중성은 ‘함께 있지만 혼자이고 싶은 역설’에 있다. 의미 없는 대화에 지쳐 "제발 조용히 해!"라고 비명을 지르다가도, 대화에서 나만 빠지면 묘한 소외감을 느낀다.

퇴장이 곧 ‘절교 선언’으로 통하는 탓에, 우리는 무음 모드 뒤에 숨어 쌓여가는 숫자 ‘300’을 방치하는 ‘유령 거주자’를 자처한다.


또한, 이곳은 ‘세련된 눈치싸움의 전시장’이다. 누가 먼저 숫자 ‘1’을 지우고 누가 대화를 매듭짓느냐를 두고 벌이는 심리전은 첩보 영화보다 긴박하다. 상사의 말에 영혼 없는 ‘넵!’을 복사하고 친구의 자랑에 가식적인 이모티콘을 던지는 모습은, 대화자가 아니라 사회적 생존을 위해 ‘매크로를 돌리는 로봇’과 다를 바 없다.


결국 단톡방은 ‘연결’이라는 환상을 팔고 ‘집중력과 사생활’을 압수한다. 쏟아지는 말잔치 속에 정작 내 마음을 알아주는 한 마디가 없음을 깨닫는 순간, 화려한 광장은 비좁고 시끄러운 ‘독방’으로 변모한다.


[오늘의 의미]
단톡방의 숫자 ‘1’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음이 당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음악 소리도 아닙니다.

잊지 마세요, 진짜 중요한 대화는 손가락 끝이 아니라 서로의 눈을 맞출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사실을요.

작가의 이전글백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