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주 만에 3kg가 빠졌다.회사에서 신규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일부 업무를 먼저 받아온 지난달에 1kg가 빠졌고 나머지 업무까지 받아와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2주 만에 추가 3kg가 빠졌으니 2달 만에 4kg가 빠진 셈이다.다이어트에는 역시 마음고생이 즉효인겐가.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만 하고 싶은 건 사원이나 임원이나 매한가지다. 처음 하는 일, 어려워 보이는 일, 특히 내가 잘못하는 일은 하기 징글징글 싫다.
그런데 회사에서 누구나 알고 기피하는, 심지어 맡은 사람은 죄다 학을 떼고 궁극에는 집에 가게 되는'늪', '똥'같은 일이라면 정말 진심으로 격하게맡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 일이 임원들의 "고통분담"이라는 명목하에 어느 날 내게 툭 던져졌고 한다만다 고민할 새 없이 새로운 조직도까지 발표되면서 그 일을 맡게 됨이 "공식화" 되었다.
나는 다를 줄 알았다.그까짓 거 직장 생활 내내 에이스(라고 셀프믿음)였던 나를 믿고 남들과는 다르게, 나답게, 나 정말 잘할 수 있는 줄 알았다.이래서 이 일을 똥이라고 했군... 이래서 딴 팀에서 욕 뒤질나게 했군... 일을 들춰볼 때다 그런 것들이 그득한 것을 밝혀내면서 그래도 크게 힘 빠지지 않았다. "이 회사 놈들아 내가 질 테냐 이겨내고야 만다!"
... 그럴 줄 알았는데 2주간 유독 회사에서 힘이 없고 심지어 어지럼증이란 것도 처음 겪어보고 옷이 유독 헐렁하게 느껴지길래 밤 11시쯤 늦은 퇴근하고 체중계에 설마 하고 올라가 보니...허걱 7년 전 출산하고 죽어도 빠지지 않던 그 3kg가 단 2주 만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며칠 고민을 빡시기 했더랬다. 나갈까? 아님 못하겠으니 나한테 이 똥 던진 늬들이 다시 가져가라고 할까? 울까? 회사에서 쓰러져버릴까? 회사 나오지 말고 며칠 잠수 탈까?
얼마나 하기 싫었으면 이런 극단적인 생각의 전개로 이어질까 싶어져 대표에게 커피챗을 신청했다. 힘들다고. 못 이겨낼 것 같다고. 생각보다 더 구리고 무시무시한 big shit이었다고. 이거슨 고통분담이 아니고 희생이라고. 너네들이 나 뒤통수치고 똥 주고 나 내보내려고 하는 개수작이냐고. 나 뒤지겠다고 피똥 싸고 있다고 징징징징 고해성사를 했더랬다.
한번 감정을 드러냈더니 심장이 폭주를 뛴 탓일까. 임원회의에서도 나 능력부족으로 뺑이치고 있다고, 이 일을 잘해나갈지 자신이 없어서 불안하다고, 끙끙 앓았더니 살이 빠진다고, 어지러워서 회사에서 쓰러질까 봐 점심에 혼자 소고기집 가서 육사시미에 선지해장국 때려먹었다고, 어제는 퇴근길에 퇴사를 고민했다고, 나 요즘 각종 퇴사짤 모으고 있다고. 둑이 무너진 듯 감정을 그냥 쏟아내 버렸다.
더 이상 새로운 똥 마구잡이로 던지지 말아 달라 그리고 나 튕기기 전에 적극적으로 나 좀 도와달라고 말하고 훈훈하게 마무리했는데 어쨌든 이렇게 힘들다 그러니 도와달라 라고 말하게 된 것이 사실 직장인으로 약20년 인생에 처음이다.
이 역시 명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바뀌기 시작한 삶의 태도 때문인가 그런 생각도 문득 들었다.끙끙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절대 주변에겐 말하지 않고 나 혼자 어느 날 뻥 터트리고 떠나버리는 과거의 문제 탈피 방식에서 벗어나 어려움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주변 에너지를 잘 활용해서 헤쳐 나아가고자 하는 새로운 문제해결형 마음가짐 덕분이 아닌가도 싶으면서 일단 좋게 좋게 생각을 해보고자 한다.
어케든 되겠지! 철분제 때려먹으면서 연말은 잘 버텨보는 걸로! 열심히 하루하루 멋없는 것들을 해나가다 보면 언젠간 내 작가명처럼 멋있는 것들만 하는 날이 오겠지 하는 믿음으로! 12월을 버티고 있는 직장인 1인의 생존신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