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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도 배려가 된다.

by 장유연

진심으로 건넨 배려가

때로는 누군가에게 짐이 될 때가 있다.

그 마음이 진심 일수록,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화가 오가던 중,

함께 친하게 지내던 다른 친구 이야기가 나왔다.

그 친구는 결혼 후

우리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


"내가 혹시 OO가 외로울까 봐 가끔 전화해.

그럴 때마다 활기차게 웃으며 받더라."


"그 앤 원래 밝잖아."


그러자 친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동안 느껴왔던 서운함을 조심스레 꺼냈다.


"요즘은 내가 전화해도 안 받아.

부재중 전화도 봤을 텐데 연락이 없네.

자기 생각해서 전화를 해주는 건데,

전화 온 거 알고도

안 해주니까 좀 서운하더라."


"뭔가 이유가 있겠지..조금 기다려보자."


그 말을 하면서도

마음 한켠이 묘하게 흔들렸다.

그의 서운함 속에 담긴 진심이 느껴지면서도,

그 배려가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친구의 말에 맞장구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혹시 이건, 혼자 하는 배려가 아닐까?'




배려는 누구를 위한 걸까.

그 마음의 방향이

'상대'가 아닌 '나'를 향하고 있다면,

그건 이미 배려가 아니라

내 방식으로

상대를 움직이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진짜 배려는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존중'이다.


존중이 깃든 마음은

상대의 반응을 기대하지 않는다.

보답을 바라지 않기에, 서운함도 생기지 않는다.


존중은

상대가 가진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일이다.


그날의 대화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혹시 나도 그런 방식으로

누군가를 힘들게 한 적이 있지 않았을까.'


진심이었지만,

그 진심이 상대에겐 부담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누군가의 마음을 대신 채우려 하기보다,

그가 스스로 채워갈 시간을 믿고

묵묵히 기다려주려 한다.


때로는

그저 조용히 기다려주는 일이

가장 큰 배려가 될 때도 있으니까.



* 사진출처(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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