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30살, 결혼 1년만에 CRPS 환자가 되었다

제1화 발병기1

by 다정한계절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CRPS 투병 3년 차 환자입니다.

제 투병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렸었는데 팔로워분들이 브런치라는 곳을 알려주셔서 여기에도 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꽃다운 나이 30살에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가 되었어요


CRPS라는 병에 대해 들어보신 분들도 있으실 것 같아요.

배우 신동욱 씨가 투병했던 병으로 알려진 병으로 예전에 비하면 아는 분이 많아진 희귀병입니다.


CRPS에 대해 나무위키를 빌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CRPS 환자는 단지 통증부위에 바람을 후 불거나, 가는 실이 살짝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일어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크게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증 환자들은 통증이 온몸에 퍼져 가만히 있어도 극심하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매우 심각하면 물방울에 닿아도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그 고통이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아픈 건지도, 그리고 어떻게 해야 멈출 수 있는 건지도 아무도 모른다. 때문에 육체적 고통의 시작과 끝이 전혀 통제가 안 되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우며, 이러한 통증으로 인해 우울장애가 저절로 동반되어•••.’


이렇게 TV에 나오는 배우가 걸린 병이라고만 생각했던 희귀병이, 그리고 평생 몰랐을 수도 있었을 이 희귀 난치병이 어떻게 저에게 오게 되었을까요?


시간을 거슬러 202312월로 가볼게요



그날은 평범한 날이었어요.

결혼한 지 6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는데요

저 밖에 모르는, 저에게는 정말 분에 넘치는 사랑꾼 남편과 결혼해서 행복한 신혼을 즐기다가 알콩달콩 아이도 낳아 키우려는 생각을 하며 결혼식을 올렸던 게 엊그제 같은 그런 때에요.


그날은 제가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정말 친한 고등학교 동창 친구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어요.


주말 아침에 일어나느라 피곤하지만 예쁘게 차려입고 친구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간 그런 평범하고도 행복한 날이요.


그날 남편이 평소 직장 때문에 너무 피곤하다고 한 게 생각나서 친구 결혼식을 마치고 함께 마사지샵에 마사지를 받았어요.

마사지를 받으려면 엎드려 누워있어야 하잖아요 엎드려 누워있으면 발등이랑 발목은 일자로 쭉 펴진 채로 있어야 하고요

그런데 그날따라 엎드려 누워있는데 일자로 쭉 펴진 발목이 시큰거리더라고요

그래도 못 견딜 정도는 아니고 받는 내내 좀 불편해서 발목을 다시 90 º로 만들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려가며 스트레칭하면서 마사지를 끝까지 받고 집에 돌아왔어요




집에 돌아온 지 한두 시간쯤 지났을까, 남편이랑 티브이를 보며 쉬고 있다가 소파에 발등이 스쳤어요

그때 갑자기 발목이 무수히 많은 유리가루로 문질러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꼈어요
순간적으로 너무나 충격적인 고통에 손도 댈 수 없었어요


남편이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열심히 발목에 박힌 유리조각을 찾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어요

발목은 겉보기에 정말 멀쩡해 보였어요

혹시나 알레르기 같은 건 아닐까 발목이 삐끗 한 건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붉어짐도 붓기도 전혀 없었고 스치기만 하면 날카로운 유리조각들이 박혀있는 것만 같은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어요


밤이 늦었기도 하고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수도 있으니 일단 자자 하고 누웠는데 이불조차 스칠 수가 없더라고요 침대에 발목이 스치는 것도, 이불을 끌어당겨 덮는 것도 너무 아파 겨우 잠에 들었어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응급실을 가보면 뭐라도 박힌 게 보이지 않을까 싶어 씻고 응급실을 가려고 했는데 샤워기 물도 닿을 수 없더라고요

샤워기 물이 닿으면 칼로 베는 것만 같았어요


그날은 일요일이라 큰 정형외과 응급실을 찾아갔고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어요
약간 부기가 있어 보이는 것도 같다고 일단 깁스를 해주긴 할 텐데 월요일에 피부과를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선생님이 깁스를 해주시는데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비명을 질렀어요
깁스를 하려면 닿아야 하는데 스치기만 해도 정말 칼로 난도질하는 것 같았거든요 결국 깁스도 못하고 별 소득 없이 돌아왔어요


근데 좀 걸리는 부분이 있었어요

깁스 대기하면서 제 증상에 대해 설명한 걸 듣고 병원직원분들이 쑥덕거리더랴구요 ‘칼로 베는 것 같다고..? crps 아니야?’라고요


제 남편이 의료인이라 그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걱정하긴 했지만 CRPS라는 병, 저도 배우 신동욱 씨가 투병했다고 알고 있는 아주 악마 같은 희귀병인지라 설마 저에게 그런 병이? 그냥 마사지받고 발목이 갑자기 좀 아파진 것뿐인데? 하는 생각에 정말 CRPS는 말도 안 되는 최악의 상상일 뿐이지 하며 둘 다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어요.


아무튼 집에 돌아와서 계속 스치기만 해도 아파 신경이 쓰였지만 갑자기 생긴 통증이니 그리고 발목 엑스레이에 문제도 없다 하니 자고 일어나면 말끔히 좋아져있겠지 싶어 일찍 잠에 들었어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제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어요

아침에 눈을 떠 몸을 일으키는데 이불에 스치자마자 칼에 베이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또 소리를 질렀거든요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었을 때도, 바지를 입으려고 할 때도 도무지 너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금방 사라질 통증일 줄 알았건만..

저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