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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보물창고 “이러다 일본에 다 뺏긴다”

by 위드카 뉴스

‘7광구 공동개발’ 50년 협정, 일본 파기 가능성
중간선 논리 내세운 일본, 협상 판 다시 짠다
공백 생기면 중국 개입…정부 선제 대응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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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제주도 남쪽 바다 밑에 숨어 있는 거대한 보물창고가 위기에 처했다.


한국과 일본이 45년간 함께 지켜온 ‘7광구 공동개발 협정’이 오는 6월 22일부터 언제든 끝날 수 있는 상황에 돌입한다.


7광구는 제주 남방 약 150km 지점에 위치한 8만 2천㎢ 규모의 해저 지역이다.


한반도 남한 면적의 82%에 달하는 이 광활한 바다 밑에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78년 한일 양국은 이곳에서 나오는 모든 자원을 반반씩 나누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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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지금 일본이 이 약속을 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바다에서 영토를 나누는 국제 룰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국까지 노린다…공백 생기면 7광구는 삼국 전장 될 수도

협정을 맺던 1970년대만 해도 ‘대륙붕 연장론’이라는 원칙이 통했다.


대륙붕이란 육지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얕은 바닥 부분을 말한다. 당시에는 자국 땅에서 바다 밑으로 연결된 대륙붕이 있으면 그 위 바다에서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다.


덕분에 7광구가 일본 오키나와와 더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한반도에서 뻗어나간 대륙붕을 근거로 이곳에서의 권리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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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1985년 리비아와 몰타 간 바다 경계 분쟁에서 국제재판소가 새로운 판결을 내렸다.


“해안선에서 200해리(약 370km) 이내 바다는 그 나라 것”이라는 거리 중심의 원칙이 확립된 것이다. 이후 전 세계 바다 경계 분쟁에서 이 기준이 표준이 됐다.


문제는 이 새로운 룰을 적용하면 7광구 대부분이 일본 관할 구역으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중국과의 바다 경계 문제에서도 양국 해안선의 정중앙에 선을 긋는 ‘중간선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작년 일본 외무상은 국회에서 “중간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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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중국의 존재다. 중국은 이미 7광구 서쪽 인근 해역에서 대규모 가스전 개발에 나서고 있다.


만약 한일 협정이 깨지면서 이 지역에 공백이 생긴다면, 중국이 재빨리 영향력을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동중국해가 한·중·일 3국의 새로운 각축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왜 기다리나…‘정권 교체 타이밍’ 노리는 계산

그렇다면 일본은 왜 당장 협정 종료를 선언하지 않을까. 한일 관계 전면 악화가 가져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핵 위협에 맞서 미국·한국·일본 3국 공조체제를 구축하려는 미국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한국의 차기 정권 출범 이후 협상에 더 유리한 시점을 기다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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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한국이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7광구 문제는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 에너지 안보와 동북아 세력 판도를 좌우할 핵심 사안이다.


협정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공백을 메우는 것은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실제 국력의 크기가 될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대비책이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 전략 수립과 함께, 대통령실 직속 전담 조직 구성도 시급하다. 45년간 지켜온 바다 밑 보물창고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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