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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노인들의 안타까운 현실

by 위드카 뉴스

한적한 쉼터 사라지고
번화가로 향하는 노인들
부족한 여가시설에 발걸음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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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여가시설 부족 / 출처: 연합뉴스


한때 노인들의 사랑방이었던 종로 탑골공원과 제기동은 이제 옛말이 됐다. 장기판이 사라진 종로, 인파가 줄어든 청량리를 떠난 노인들이 고속터미널, 사당역, 심지어 인천국제공항까지 새로운 쉼터를 찾아 흩어지고 있다.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여가시설은 제자리걸음인 현실이 만들어낸 씁쓸한 풍경이다.


종로에서 번화가로, 새 지도를 그리는 노인들


서울시가 탑골공원의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장기와 바둑과 같은 오락 행위를 제한하면서 노인들의 대표적인 모임터가 사라졌다.



서울시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한때 노인 무임하차 상위권을 차지하던 종로3가, 제기동, 청량리역의 비중이 최근 급격히 감소했다. 대신 고속터미널과 사당, 잠실 같은 번화가가 새로운 ‘노인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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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여가시설 부족 / 출처: 연합뉴스


특히 고속터미널의 경우 2015년 1.34%였던 무임하차 비중이 지난해 1.53%까지 증가하며 종로3가 다음으로 많은 노인들이 찾는 장소가 됐다. 사당역도 3위에 올라 약속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2010년대 ‘노인의 강남’으로 불리며 성황을 이루었던 제기동과 청량리 지역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쇠락했다. 이 지역에서 한때 인기를 끌었던 콜라텍들도 불황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한 노인은 “이제는 종로보다 사당이나 선릉처럼 젊은 사람도 많은 곳이 더 좋다”며 깨끗한 환경과 편리한 교통이 번화가로 향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공항까지 찾아가는 ‘쉼터 난민’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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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여가시설 부족 / 출처: 연합뉴스


전통적인 노인 모임 장소가 사라지면서, 인천국제공항이 또 다른 피난처로 자리 잡았다. 실내는 쾌적한 온도로 유지되고, 푹신한 소파와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하루를 보내기에 적합한 공간이 됐다. 65세 이상 무임승차 혜택으로 교통비 부담도 없다.



인천공항 터미널에서 만난 한 80대 노인은 “심심해서 사람 구경을 하러 온다”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보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팬데믹 이전과 이후 상황이 똑같다”며 여전히 많은 노인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터미널 1층부터 3층까지 운동 삼아 오르내리는 어르신도 자주 계신다”고 덧붙였다.


부족한 노인 여가시설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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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여가시설 부족 /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노인 인구 증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여가시설에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49만 명이던 노인 인구는 지난해 1025만 명을 넘어 2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노인여가복지시설은 6만 9000여 곳에서 7만여 곳으로 고작 2.8% 증가에 그쳤다. 특히 서울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노인이 살고 있지만, 노인복지시설 수는 전국 17개 시도 중 8위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노인복지관 예산 증액과 스마트 프로그램 도입을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시립 노인복지관 건립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지자체와 각 기관들과 협력해 고령화 사회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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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여가시설 부족 / 출처: 연합뉴스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사업자 진입을 통해 시니어 레지던스를 활성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노인들이 공공장소를 전전하고 있는 현실이다.



노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화려한 시설이 아니라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급격히 증가하는 노인 인구에 비해 여가 공간은 정체되어 있어 이들을 더욱 내몰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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