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대기중인 BYD 차량들 / 출처 : 연합뉴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산 전기차의 한국 진출은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10월 5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이제 중국의 6대 전기차 수출국으로 떠오르며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순수 전기차 수출 동향 / 출처 :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중국의 대한국 순수 전기차 수출량은 5만 1천 대로, 중국 전체 전기차 수출량(108만 2천 대)의 4.7%를 차지했다. 이는 벨기에(13.1%), 영국(7.9%), 태국(6.6%), 호주(5.9%), 멕시코(4.8%)에 이어 여섯 번째로 큰 수출 비중이다.
수출 비중은 2023년 1.4%에서 2024년 2.3%, 올해 4.7%로 빠르게 증가했으며, 수량도 3년 전 2만 1천 대에서 3만 8천 대, 올해 5만 1천 대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변화의 핵심은 상용차 중심에서 승용차 중심으로의 구조 전환이다.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중국산 테슬라가 한국 시장 진입의 물꼬를 트면서 승용 전기차 수출이 본격화됐다.
씰, 아토 3, 씨라이언 7 / 출처 : BYD
중국 최대 완성차 업체 BYD의 공세도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YD는 전기 SUV ‘아토3’를 시작으로 중형 SUV ‘씨라이언7’, 세단형 ‘씰’을 연달아 출시하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BYD가 한국을 단순한 수출 대상이 아니라 전략적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기술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신뢰도 강화를 위한 실험 시장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BYD에 이어 니오(NIO), 샤오펑(Xpeng), 지커(Zeekr) 등도 한국 진출을 검토 중이어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물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5% 증가한 15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 전기차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단연 가격이다. 공급 과잉과 치열한 내수 경쟁 속에서 중국 제조사들은 유럽, 동남아, 한국 등 해외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BYD 태국 전기차 공장 / 출처 : BYD
다만 한국에서는 품질 신뢰도와 사후 서비스가 여전히 관건이다.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고 서비스망이 안정화되면 중국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6~10%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국내 완성차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배터리 기술 고도화와 보급형 라인업 강화를 통해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차가 주로 사용하는 저가형 LFP 배터리 대신, 성능이 우수한 NCM 배터리를 채택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업계는 중국 전기차의 한국 진출을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가격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와 서비스 품질을 포함한 종합 경쟁력이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