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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천만 명이 쓰는 중고거래 앱의 성장 속도가 심상치 않다. 4년 전 24억 회에 불과하던 앱 실행 횟수가 올해 8월 기준 46억 회를 넘어섰다.
거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물가 상승으로 지갑이 얇아진 탓도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절약’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숨어 있다.
당근, 번개장터, 중고나라. 세 앱의 실행 횟수는 매년 가파르게 늘었다. 2022년 30억 회, 2023년 39억 회, 지난해 41억 회를 거쳐 올해 45억 회를 돌파했다.
단순히 이용자 수가 늘어난 게 아니다. 4년 전보다 사용자 수는 30%가량 늘었지만 실행 횟수는 9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사람이 훨씬 자주 앱을 열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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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몰림 현상’의 배경에는 고물가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생활비는 줄이기 어렵고, 새 물건은 부담스럽다. 그 틈을 중고거래가 메웠다.
하지만 그뿐이라면 일시적 반짝 현상에 그쳤을 것이다. 요즘 중고 거래는 ‘싼 게 비지떡’이 아니다. 플랫폼이 안전결제, 검수, 배송을 정교하게 지원하면서 거래의 신뢰도를 끌어올렸다.
시장 규모도 커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21년 24조 원에서 올해 4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15% 이상 성장한 셈이다. 거래의 절반 가까이는 여전히 현금이나 계좌이체로 이뤄져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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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들은 이미 새로운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 당근은 지역 광고와 생활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며 지난해 매출 1,800억 원을 넘겼다.
번개장터는 명품과 K-팝 굿즈 거래로 해외 이용자를 끌어들이며 글로벌 거래액을 60% 이상 늘렸다.
중고나라 역시 리퍼브(재생품) 판매를 강화하며 ‘B2C 리커머스’ 모델로 변신 중이다. 중고거래가 단순한 개인 간 직거래를 넘어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인식도 달라졌다. 누군가의 ‘헌 것’이 아닌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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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소비, 물가에 맞서는 실용 소비, 새로운 제품 유통의 순환 구조가 한데 맞물리며 중고 시장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중고 거래를 ‘당연한 습관’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물가는 언젠가 안정되겠지만, 한번 자리 잡은 소비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미 ‘현명한 소비의 재미’를 배웠다.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세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지, 그 흐름을 지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