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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시행한 ‘기후보험’이 출범 반년 만에 2만 건이 넘는 보험금을 지급했다. 폭염과 감염병, 기후재해 등 기후 위기의 현장이 이미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숫자다.
지난 4월 11일 문을 연 경기도 기후보험은 ‘가입 절차 없는 보험’으로 시작됐다. 주민등록상 경기도민이면 자동 가입되고, 폭염이나 한파로 인한 온열·한랭질환, 감염병, 재해 사고로 피해를 보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폭염으로 열사병 진단을 받으면 10만 원, 기상특보 속 부상으로 4주 이상 치료를 받으면 30만 원, 취약계층이 병원에 가면 교통비로 하루 2만 원이 지급된다.
출범 이후 6개월간 지급된 보험금은 총 5억4천만 원을 넘는다. 이 중 95% 이상이 취약계층 의료기관 교통비로, 노약자나 저소득층이 병원에 다녀올 때 지원받았다.
출처 : 연합뉴스
폭염이 극심했던 8~9월에는 신청이 폭증했다. 5월 8건에 불과하던 지급 건수가 8월 7천 건, 9월 1만3천 건으로 치솟았다. 여름철 폭염 속에서 제도의 실질적 효과가 드러난 셈이다.
보상 범위도 넓다. 말라리아, 댕기열, 일본뇌염, 쯔쯔가무시증 등 기후 변화로 확산하는 감염병이 포함됐다. 이는 폭염·한파 대응을 넘어 ‘기후로 인한 건강 피해 전반’을 제도권 보장으로 끌어들인 시도다.
이 제도는 행정 실험을 넘어선다. 기후위기가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사람들의 몸과 일상에 닿고 있음을 보여준다.
폭염 속 냉방을 포기한 집, 농사 중 쓰러진 노인, 감염병 위험에 노출된 주민 등, 개인의 고통이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경기도의 시도가 전국 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기후로 인한 질병과 재해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피해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다만 재원 확보와 행정 협력 등은 과제로 남는다.
기후위기는 이제 환경 문제를 넘어 인간의 안전과 사회적 연대를 재정의하고 있다. 경기도의 기후보험은 그 변화의 첫 단면이다.
여름과 겨울의 기후가 점점 더 위험해지는 시대, 이 보험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새로운 ‘기후 적응의 언어’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