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난 심화 / 출처: 연합뉴스
화려한 고용 성적표 뒤에 감춰진 씁쓸한 현실이 드러났다.
정부의 소비진작 정책으로 전체 일자리 수는 크게 증가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핵심 산업 분야의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하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단기 알바와 임시 서비스직은 증가한 반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세를 보이며 청년층이 가장 큰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17일 발표한 ‘2025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915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1만 2000명 증가했다.
청년 고용난 심화 / 출처: 연합뉴스
이는 2024년 2월 이후 1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고용률(63.7%)과 경제활동참가율(65.0%) 모두 9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고용지표 개선은 정부가 7월부터 집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도소매업은 2만 8000명(0.7%), 숙박·음식점업은 2만 6000명(1.1%) 증가하며 각각 7년 8개월, 7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30만 4000명·10.1%↑), 예술·스포츠·여가업(7만 5000명·14.5%↑) 등 소비 진작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 산업에서도 고용이 크게 늘었다.
청년 고용난 심화 /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서비스업 고용이 증가세를 보이는 이면에는, 경제의 근간이 되는 핵심 산업들의 심각한 고용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6만 1000명 감소해 1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건설업도 8만 4000명 줄었다.
특히 농림어업 취업자는 14만 6000명이나 감소했는데, 이는 2015년 11월 이후 거의 10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으로 기록됐다.
이러한 산업 구조의 불균형 속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청년층(15~29세)이다. 청년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 6000명이나 감소했고, 청년 고용률은 45.1%로 0.7%포인트 하락했다.
청년 고용난 심화 / 출처: 연합뉴스
경제활동참가율도 47.3%로 1.0%포인트 낮아졌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소비쿠폰으로 늘어난 일자리는 대부분 단기·저임금 서비스직에 집중되어 있어 근본적인 청년 고용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소비쿠폰 효과가 사라지면 ‘기저효과’로 인해 고용 지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통계상 고용지표는 개선됐지만 청년 고용 위기와 일자리 질 악화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어, 단기적인 소비 진작책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년 고용난 심화 / 출처: 연합뉴스
성균관대 조준모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쿠폰의 약발이 떨어지면 기저효과로 고용 악화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어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라며 “잠재성장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단기 처방보다 구조적 대응을 강조하며 “관세 협상 조속 타결로 제조업 감소 폭을 줄이고, 건설 경기 부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청년 고용 여건 개선을 위해 인공지능(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단기 소비 진작책만으로는 산업 구조 불균형과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 등 근본적인 고용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