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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한복판의 박물관에서 영화 같은 절도극이 벌어졌다. 금덩이 네 개, 총 6kg이 사라졌다.
주인공은 무장 강도도, 국제 범죄 조직도 아닌 24세 중국인 여성 한 명이었다.
프랑스 언론은 “완벽한 범죄 시나리오 같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말은 예상 밖이었다. 범인은 결국 국경을 넘지 못했다.
사건은 지난달 새벽,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일어났다. 범인은 절단기와 용접기, 드라이버, 톱, 가스통 세 개를 들고 나타났다.
출처 : 연합뉴스
박물관 문 두 개를 자르고, 전시실 유리를 녹여 금덩이를 꺼냈다. 감시 카메라에는 새벽 1시쯤 들어와 4시께 빠져나가는 모습이 찍혔다. 전문가 수준의 침입이었다.
범인이 노린 금덩이는 단순한 귀금속이 아니었다.
18세기 프랑스 과학아카데미 기증품, 1833년 러시아 차르 니콜라이 1세의 선물, 19세기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금, 그리고 1990년 호주산 5kg짜리 금덩이까지.
세기를 넘는 희귀 유물들의 가치는 약 150만 유로, 우리 돈으로 24억 원에 달했다. 일반 금괴보다 훨씬 높은 ‘역사적 가치’가 붙은 셈이었다.
출처 : 연합뉴스
범행은 완벽해 보였지만 허점은 가까웠다. 다음날 아침, 청소 직원이 깨진 유리를 발견하며 사건이 드러났다. 경찰은 통신기록을 추적했고, 범인이 이미 프랑스를 떠나려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프랑스 검찰은 유럽 내 공조망을 가동했고, 2주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숙소에서 여성을 체포했다. 당시 범인은 약 1kg의 금을 녹여 버리려는 중이었다.
현재 프랑스 검찰은 단독 범행인지, 조직적 범죄인지 조사 중이다. 도난당한 나머지 금덩이의 행방도 오리무중이다. 게다가 직전엔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보석 절도가 발생했다.
연이은 사건은 프랑스 문화재 보안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국립기관조차 ‘박물관형 도둑’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절도를 넘어, 문화유산 보안 체계의 허점을 드러냈다. 세밀한 계획, 국경 도피, 그리고 역사적 유산을 노린 범죄는 이제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문화재를 지키는 시스템’ 자체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금덩이를 노린 젊은 여자의 대담한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이 사건은 문화재 보안이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음을 보여준다.
눈부신 예술품의 이면에서 지켜야 할 것은 작품이 아니라 그것을 보호하는 신뢰의 체계일지 모른다. 지금의 느슨한 대비가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촘촘한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