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스즈키 신차라고요? 그냥 토요타 RAV4 아닙니까?”
최근 유럽 자동차 시장을 중심으로 화제를 모은 스즈키의 신형 SUV '어크로스(Across)'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거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생김새부터 내장, 심지어 주행 성능까지 토요타 RAV4와 완전히 똑같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소비자 사이에서는 “로고만 바꿨을 뿐”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즈키가 유럽에 선보인 어크로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SUV로, 외관부터 실내까지 토요타 RAV4와 거의 동일한 구성입니다.
차이점이라고는 전면 범퍼 일부와 핸들 중앙의 스즈키 로고뿐입니다.
실제로 실내 인포테인먼트 그래픽도 토요타 그대로이며, 바디 키트도 RAV4 우드랜드 트림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량의 유럽 출시 예정가는 약 6만 유로(한화 9,500만 원대)에 이릅니다.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가진 원조 모델인 토요타 RAV4 PHEV보다 약 1만 유로가량 비싼 셈입니다.
이처럼 기술적 차별점이 전무한 차량을 비싼 가격에 출시한 이유는 스즈키의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스즈키는 자체적인 친환경차 기술이 없어 유럽 시장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환경 규제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친환경차 비중이 낮은 브랜드는 유럽에서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게 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지분 관계가 있는 토요타의 친환경 모델을 빌려와 자사 라인업으로 포장해 내놓은 것입니다.
실질적 판매 증가보다는 규제 대응이 주목적이다 보니 차량 완성도나 브랜드 차별성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크로스 사태는 단지 스즈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일본 자동차 업계는 '토요타 1강' 체제로 재편되고 있으며, 마즈다, 스바루, 미쓰비시 등 대부분의 브랜드가 토요타의 기술을 빌려 쓰는 구조입니다.
마즈다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스바루는 전기차를, 닛산과 미쓰비시는 공동 플랫폼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과거 ‘기술의 닛산’, ‘로터리의 마즈다’로 각기 개성을 자랑하던 브랜드들이 이제는 기술 독립성을 거의 상실했습니다.
뱃지 엔지니어링의 남용은 브랜드 가치 하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현대차 투싼 PHEV와 기아 스포티지 PHEV는 플랫폼부터 파워트레인까지 독자 기술로 개발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가격은 5,000만 원대에서 6,000만 원대 수준으로, 어크로스보다 최대 3,000만 원이나 저렴합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글로벌 선도기술로 꼽히는 E-GMP 플랫폼을 이미 시장에 안착시킨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토요타의 그늘 아래에 있는 일본 브랜드들과 대비해, 현대차그룹의 독립성과 기술 혁신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