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보스의 최후

딱딱하지만 친절한 팀장

by Ralph

똑게부터 멍게까지 이어지는 4가지 유형의 직장 상사 중에서 우리는 누구나 똑게가 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멍게나 안 되면 다행이다. 누구나 쿨하게 일하고 싶고 시원시원하게 결정하고 싶다. 그것은 일종의 직장 판타지가 아닐까 싶다. 전체 모습을 잘 편집한다면 그런 장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모든 일들을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처리하며 훌륭한 성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 생각된다. 내가 회사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들은 지루하고 건조한 업무의 반복 그리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슈들을 가까스로 대응하는 일들이다.

(사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기적이라고 생각할 때가 너무 많다.)

그 와중에 쿨한 업무 진행이라. 무리다.




얼마 전 사업부장이 "길을 떠났다."(말 그대로 그의 고별 메일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그는 매번 회의 들어와서 쿨하게 인사하며 두리뭉실한 의사 결정과 듣기 좋은 말들로 사람들을 격려하며 잘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그는 길을 떠났다. 훌륭한 사람이었겠지, 어쩔 수 없었겠지라고 하기에는 아쉽다. 말랑말랑한 보스는 조직을 망가트리고 본인은 길을 떠나게 된다.(혼자서..)


내가 할 수 있는 첫 번째는 인정이다.

"나는 멍게다." 따라서 그나마 생존하기 위해서는 '멍부'라도 되어야 한다. 운이 좋다면 '똑부'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잘 아는 분야이고 나의 생각이 맞았다면, 혹은 내 지시를 받는 팀원이 내 의견에 동의한다면 다행히도 '똑부'까지는 가능하다. '똑게'까지는 바라지 말자. 다친다. 아니 길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만~약에 마음에 여유가 조금 더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친절함까지는 가능하다. 당연히 그러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겠지만 가능은하다. 그렇게 딱딱하지만 친절한 팀장이 된다면 나는 최선을 다한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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