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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Feb 29. 2024

5년 차 스웨덴 박사의 정리

이제 졸업을 앞두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써본다.


평소에도 계속 글을 쓰고 싶긴 했지만, 여러 가지 핑계로 인해서 점점 미루다 보니 더욱더 글을 쓰기 어려워진 것 같다. 그래도, 새로운 2024, 청룡의 해가 밝았고, 나는 천천히 졸업 준비를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내 이력서도 한번 정리해 보고, linkedin 프로필도 업데이트를 해보니 이쯤에서 내 박사생활에 대한 정리 글을 작성해보고 싶어졌다.


1. 나는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을 평가할 때, 그렇게 열심히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늘 주어진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생 때 수능 준비를 할 때도 나는 쉴 만큼 충분히 쉬고, 놀만큼 놀고, 잘만큼 잤다. 어쩌면, 누가 들으면, 자기 자랑을 하는 건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난 그렇게 살았고 중요한 건 해야 할 공부는 꼭 했다는 거뿐이다.


내 인생을 생각할 때, 가장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 시기는 아마 대학생 복학 직후였던 거 같다. 1학년 2학년 때 정말 공부에 손을 놓고, 술만 마시면서 놀았었다. 당시 학점은 바닥을 기었고, 이대로 졸업하면 인생이 크게 어긋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복학 이후엔 진짜 공부만 했던 것 같다. 그 결과, 그 학기 학점은 4.2를 찍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졸업 평점은 간신히 3.5 인걸 보면 얼마나 내가 이전에 놀았는지 짐작이 가능할 것 같다.


사실 그때의 경험은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소에 놀기 좋아하고, 게임 좋아하고, 술 마시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집중해서 할 때 노력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인 걸 나 스스로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설렁설렁 사는 사람이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


2. 11+@ 편의 논문

내가 지금 있는 그룹의 새로오는 박사생들이 나에게 몇 번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아무래도 졸업이 가까운 노장의 박사생이기에 물어보는 것인데 논문을 여태까지 몇 편을 썼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다지 열심히 살지 않기에, 많은 논문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숫자를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그 부끄러움 때문에 실제로 내가 몇 편을 썼는지 그냥 생각자체를 안 하고 있었다. 그냥 써야 할 때 논문을 썼고, 해야 할 때 일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레퍼런스를 검색하다가 google scholar에 내 이름을 검색해 보았는데, 나는 총 11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그중 7개의 논문에서 내가 제1 저자로 등록이 되어있다. 사실 기준에 따라 이게 적은 숫자일 수도 있고, 논문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나 자신이 느끼기에 그래도 열심히 했구나를 돌이켜보게 되었다. 솔직히 이렇게 표현하긴 하지만, 난 많이 썼다고 생각하고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자랑하고 싶다고...)


나는 평소에 설렁설렁 살았지만, 논문 제출 시기가 오면 2주 정도는 잠을 2일에 한 번씩 자는 삶을 살곤 했다. 그래서 지금도 밤새는 건 익숙하고, 가끔 밤새서 공부를 하거나 논문 작성을 하거나 한다. 마치 내가 학점을 위해 공부했던 그 시기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금 1편의 논문이 심사 중이고, 2편의 논문이 조만간 제출될 예정이고, 교수님과 면담할 때 1~2편의 논문을 더 작성하고 졸업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모든 게 예상대로 흘러가진 않겠지만, 그래도 일단 숫자만 세어보면 15편의 논문으로 내 박사생활은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3. 약 8천만 원의 자산

가끔 블로그에 정보를 얻기 위해 돌아다니다 보면, 개인정보를 이유로 연봉이나 자산에 대해 정확히 명시하지 않은 곳이 많다. 그런 걸 보면 좀 답답한데, 나는 그 답답함을 풀기 위해 그냥 적으려고 한다. 설마 이거 보고 찾아와서 돈 달라고 하는 사람도 없을 테고, 그렇게 부자도 아니기에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공개하는 게 불법도 아니고)


내 월급은 여기에 한번 적은 것 같긴 한데, 이제 마지막 연차이므로 총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처음 내가 박사를 시작한 건 2019년이고, 물가 반영과 연차 반영으로 해마다 조금씩 증가했다. 그 금액은 다음과 같다.

글 작성시점 네이버 환율 기준

    1년 차 월급 : 세전 32,000 sek = 414만 원, 세후 23,500 sek = 304만 원

    5년 차 월급 : 세전 37,600 sek = 486만 원, 세후 29,400 sek = 380만 원


나는 아까 논문 개수를 따질 때와 마찬가지로, 이 금액을 당당하게 적는 건 나름 자랑하고 싶어서이다. 당연히 기업에서 일한다고 하면 이보다 많이 받을 것이고, 내 나이를 고려했을 때 더 많이 받는 사람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을 것 같다. 그래도 박사 학위를 따면서 이 정도를 받는 건 내 기준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기에 당당하게 적어본다.


그리고 나는 다른 부업이나 투자 없이 4년 동안 약 8천만 원을 모았다. 내가 딱히 검소하게 사는 편이 아니라서, 돈만 생각했다면 더욱더 많이 벌 수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난 그냥 현실적으로 사고 싶은 거 사면서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지낸 것 같다. 아마 남은 기간 동안 더 모은다고 가정하면 박사 졸업할 때 9천만 원 정도는 찍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좀 노력을 하면 1억 도... 아마..?)


여담으로, 좀 슬프지만 연애를 한 번도 안 해서 이렇게 모은 게 아닐까란 생각도 한다.


4. 1년의 강의 경험과 54학점 (90 ECTS)

우리 그룹은 모든 박사생이 학기 중 20%의 teaching 이 의무이다. 그래서 학기 중에 수업을 꼭 하게 되는데 5년 중의 20% 이므로 1년의 기간을 수업에 투자했다고 봐도 된다. 당연히, 이 강의 경험은 정말 강단에 서서 강의를 하는 것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고, 각종 조교 역할을 포함한다. 실험 강의나 석사 논문 첨삭 등등


그리고 박사 졸업을 위해 90 credits의 코스웍이 또 필수이다. 사실 학점체계 자체가 우리나라랑 근본적으로 좀 차이가 있어서 절대적인 비교는 할 수 없지만, 내가 졸업한 중앙대 기준으로 따지면 1 ECTS 가 0.6학점으로 변환되므로 한국식으로 따졌을 때, 54학점을 들은 것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박사생의 수업이므로 일반교양과목을 듣는다고 학점을 충족시킬 수는 없고 대부분 난이도가 높은 수업으로 이루어진다.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지만, 나는 이 학점을 채우는 일로 꽤나 고생을 했다.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아직도 학점을 다 못 채워서 졸업 논문과 수업을 병행해야 할 듯싶다. 정말 마지막 해는 고생길이 펼쳐져 있다 어휴 ㅠ


5. 추후 진로

이제 슬슬 추후 진로에 대해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고, 나 자신도 많이 고민 중이다. 일단 박사 생활을 끝내고, 스웨덴 어딘가에 취업을 한다면 나는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이 된다. 원래는 박사 도중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었지만, 법이 바뀌어 더 이상 불가능 하다고 하고, 아마 취업을 못해도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자세히 알아보지 않아 여기에 기술을 하진 않겠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나의 진로는 크게 스웨덴, 다른 유럽국가, 아니면 한국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아마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다. 물론, 다방면으로 알아볼 계획이고, 아직은 확정 지을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확답은 하기엔 이르지만, 내가 거의 8년간 스웨덴에서 경험한 바를 따르면 여기에 남아있을 이유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웨덴은 좋은 나라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 못지않게 단점이 존재하는 나라이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느낀 바가 있기에 같은 조건이면 한국행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기술하자면 너무 스웨덴의 단점을 부각하는 것 같아 이 글에선 쓰지 않으려고 한다.


6. 끝으로

아직 박사가 끝난 것이 아니므로 총정리를 하기엔 좀 이르다. 아마 내가 졸업을 하고 나서 새로운 글을 또 작성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쯤에서 정리를 하고 넘어가고 싶었고, 스웨덴 박사에 관심이 있고, 정보를 찾아보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평소에 글을 쓸 때는 항상 각 잡고 자료 정리하고 사진 첨부해서 쓰던 편이었는데, 이번엔 그냥 일기 쓰듯 담백하게 글을 썼다. 내 성격이 완벽하지 않으면 아예 시도를 안 하는 게으름뱅이라 글을 쓸 주제는 모아두고, 완벽하게 쓰는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두려워서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잘 봐주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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