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롬쇠에 도착하다
가깝지만, 오히려 가까워서 가기 힘들다는 모순
린셰핑은 지리적으로 스웨덴에 중앙에 위치한다고 말하곤 한다. 사실 전체 지도를 보면 상당히 남쪽에 위치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스톡홀름 기준 남쪽에 살고 있는 스웨덴의 특성상 린셰핑은 우리나라의 대전 정도의 위치하고 있다고 종종 설명을 한다. 서쪽으론 예테보리, 동쪽으론 스톡홀름, 남쪽으론 말뫼가 위치한 도시라서 어디든 비슷하게 갈 수 있지만, 그 얘기는 어디든 가기 어렵다. 오히려 멀리 위치하면 그냥 비행기를 타고 가겠지만 어중간하게 가까우니 가까워서 가기 힘들다는 모순이 생겨버린다.
이번 글에서는 트롬쇠를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도착해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노르웨이는 바로 스웨덴 바로 옆에 위치한 나라이지만, 사실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가정을 한다면 스톡홀름에서 가나, 프랑스에서 가나, 독일에서 가나 매한가지라서 바로 옆나라를 간다는 메리트가 없다.
그래도 옆나라라는 이점을 살리고자 한다면, 버스나 기차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라 나는 오슬로까지 기차와 버스로 이동하고,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트롬쇠로 가는 계획을 세워보았다.
상당히 고생길이었던 트롬쇠까지 가는 길
린셰핑 -> 예테보리
일단 린셰핑에서 오슬로를 가려면 예테보리를 들려서 가야 한다. 린셰핑에서 예테보리를 가는 법은 버스, 기차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버스를 추천한다. 딱히 다른 이유보다도 기차는 한번 갈아타야 하고, 버스는 직행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렴하다. 개인적으로 버스 자체를 싫어하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난 버스 타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시간은 약 4시간이 걸리고, 비용은 시즌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여기에 적는 게 별로 의미가 없는 거 같다.
물론, 스톡홀름에서 오슬로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일단 린셰핑 -> 스톡홀름 까지 가는 거 자체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건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가끔은 역시 수도에서 사는 게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하
참고로, 나는 맞는 시간을 찾다가 결국 기차를 선택하였는데 돌이켜보면 그것은 매우 잘못된 선택이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개인적으로 소주 들고 찾아오세요)
예테보리 -> 오슬로
예테보리에서는 오슬로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미리 예약해야 한다). 나는 당시 밤에 예테보리에 도착해서 새벽 4시 버스를 예약해 놨는데, 특이한 것이 예테보리 역은 새벽에 출입이 금지된다. 범죄 때문인지, 청소 때문인지 보통 기차역이나 버스역은 24시간 개방인 곳이 많기도 하고 내 버스가 새벽 4시 출발이니 대충 역 안에서 기다리면 되겠지라 생각한 게 좀 오산이었다.
한겨울에 새벽에 나 홀로 길거리를 헤매는 것은 아무리 내가 안전불감증 맥스인 성인 남성이어도 좀 많이 무서웠다. 일단 너무나도 춥기도 했고, 주변에 좀 무섭게 생긴 아이들도 많았고 ㅠㅠ
당시 나의 선택은 24시간 여는 맥도널드였는데, 거기 가니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 왜 여기 있냐, 나도 한국 좋아한다 등등의 MBTI I인 나로선 감당하기 어려운(무서운) 스몰 토크로 시간을 때우다가 버스시간에 맞춰 도망치듯 맥도널드를 떠났다.
오슬로 -> 트롬쇠
우여곡절 끝에 오슬로 공항에 도착했고, 그 이후론 많이 안심이 되었다. 역시 버스 정류장 같은 것보단 공항이 최고인 것 같다. 그렇게 공항에서 아침을 맞이했고, 체크인을 하고 간단한 식사를 한 뒤, 트롬쇠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혹시 나만 해외서 버스 처음탈 때 긴장하나?
트롬쇠에 도착하면, 일단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야 한다. 시내로 가는 버스는 두 가지가 있는데, 시내와 공항만을 왕복하는 공항버스와 일반 버스가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가격 그리고 버스 루트일 거 같은데 당시 나는 숙소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일반 버스를 타는 것이 더 유리했다.
트롬쇠 공항은 자체가 매우 작은 공항이고, 버스 정류장 또한 공항을 나와서 살짝만 걸어가면 된다. 구글맵을 참고하여 잘 찾아가도록 하자.
해외에 도착하면, 항상 사소하지만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버스 티켓인데 다행히도 정류장 바로 옆에 티켓을 판매하는 기계가 있어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사실 저 기계도 필요 없는 게, 스마트폰 어플을 다운로드하면 어플로 버스 티켓 구매도 가능하다. 나는 여행하는 동안 계속 어플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깜깜한 낮에 하는 간단한 시내 여행
참고로, 위에 사진이 찍힌 시간은 오후 3시경이다. 결코 한밤중에 도착해서 찍은 사진이 아니다. 트롬쇠는 북쪽 끝에 위치한 나라이고, 겨울엔 그야말로 해가 전혀 뜨지 않는 나라이기에 항상 밤이다. 그래서 저녁에 시간이 남은 우리는 도착하고 나서 간단히 숙소에 짐을 맡기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목표로 향한 곳은 Fjellheisen으로 트롬쇠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산을 올라가는 케이블 카가 위치한 곳이다. 이곳에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처음 도착한 우리는 시내 구경도 할 겸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약 3.5 km 정도 되는 거리를 걸었고, 한 시간이 좀 안 되는 시간을 소모해서 도착하였다. 걷는 게 싫고, 시간이 소중한 사람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다만, 찾아가는 길이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사진으로 보면 알겠지만, 건물이 되게 작기도 하고, 그냥 주택가에 위치한 '느낌'이라서 구글맵을 보고 찾아가는 내내 이 길이 맞나?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이 계속 들어서 불안 불안했다. 그래도 뭐, 구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가보니 제대로 된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었다.
건물 안에 위치한 기계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티켓에 표시된 QR 코드를 이용하여 출입구를 통과해 알아서 탑승하면 된다. 도착하면, 트롬쇠 전경을 볼 수 있는 산 중턱에 도착한다.
그리고 하늘에서 오로라를 촬영하기 위한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오로라 어플을 켜고 언제 오나... 계속 안에서 대기하는 많은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무시무시한 카메라를 든 사람들도 상당히 많고, 나도 한번 찍어볼까? 하는 생각에 장시간 대기했었다.
트롬쇠에서 처음으로 본 오로라
트롬쇠에서 여행하는 내내 오로라는 계속 볼 수 있었는데, 막상 보면 구름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그리고 오로라를 촬영하기 위해선 카메라 세팅이 정말 중요했다. 사실 오로라라는 게 맨눈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자연현상이 아니다. 물론, 아주 진한 오로라의 경우 맨눈으로도 확연히 보이지만 보통은 그냥 아지렁이 처럼 하늘에서 울렁거리는 게 보이는데 사진으로 찍어야 오로라라는 게 보이는 정도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수치를 바꿔가며 최적의 오로라 사진 세팅을 찾는 과정이 필요했다. 시간을 아끼고 싶다면, 미리미리 검색해서 세팅값을 조절해 놓고 저장해 두는 게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오로라 사진은 여행기 내내 등장할 것 같은데, 하이라이트는 나중에 나오니 기대해도 좋다. 하하
끝으로
오로라가 실제로 어떻게 보이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끼려면 위의 영상을 한번 참고해 보자. 당시에 생각 없이 한번 촬영해 본 것인데 아마 실제로 보는 것과 가장 유사한 영상인 거 같다.
이번 글에서는 트롬쇠까지 가는 방법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아무래도 만약 린셰핑에서 트롬쇠 여행을 계획한다면, 트롬쇠를 바로 가는 것보다는 예테보리, 오슬로 여행을 같이 계획해서 동선을 짜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아무래도 바로바로 트롬쇠까지 한 번에 갈 생각을 하다 보니 좀 손해를 많이 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럴 거면 차라리 스웨덴 키루나 쪽을 생각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다음 글에선 본격적인 여행얘기를 써볼 예정이다. 스포일러 사진 몇 장을 투척하면서 다음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