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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 Aug 12. 2021

스타트업 이직, 어떤가요? 자문자답 인터뷰

중견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 6개월 차의 기쁨과 슬픔

사실 이 글은 작년 12월 이직 6개월 차에 쓴 글입니다. (이제야 올리는 나.. 반성하라..) ‘빌라선샤인' 커뮤니티의 ‘내 일 스스로 인터뷰'라는 소모임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였어요. 지금은 현재 직장에서 일한 지 1년이 넘었고, 제 일과 커리어를 한 번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이 글을 다시 봤는데요. 엇? 재밌는 거예요. 당시의 제가 느꼈던 즐거움, 흥분, 고민, 걱정 이런 것들이 너무 잘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꺼내보기로 했습니다. 좀 길긴 한데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지 궁금하신 분들, 특히 일반적인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는데 내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해도 될까? 뭐가 좋고 뭐가 힘들까? 등등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그런 궁금증이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평범한 중견 기업을 오래 다니다 전혀 새로운 환경으로 이직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의 경험담이 절실하게 궁금했거든요. 물론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이 모든 스타트업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약간의 힌트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1년을 넘긴 지금 시점의 생각들은 또 새롭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는 할 수 있겠죠...)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스타트업에서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일하고 있는 정다운이라고 합니다. 주로 직장인이나 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텍스트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면, 타겟 고객이 관심 있을 만한 소재를 찾고, 그 소재로 글을 써주실 저자를 섭외하고, 저자분이 작성해주신 원고를 발전시키기 위해 적절한 피드백을 드리는 일입니다. 콘텐츠를 더 돋보이게 해 줄 이미지 제작이나 마케팅 소재 관련해서도 여러 유관팀과 논의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콘텐츠가 발행된 이후에는 각종 데이터를 보며 고객의 반응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기도 해요. 정리하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실제로 고객들에게 닿기까지 전 과정을 이끌어가는 역할입니다. 저희 회사에서 콘텐츠는 단순 홍보용, 마케팅용이 아니고 ‘핵심 상품'이기 때문에 저는 상품 기획자기도 해요.


스타트업인 만큼 회사 전체의 목표나 방향에 따라 저의 일을 유동적으로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하면서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요? 비슷한 일이었나요?


이전에는 스타트업이 아닌 일반 중견 기업을 다녔어요. 정규직 공채로 입사한 회사였고, 5년 가까이 일했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상품 기획, 프로젝트 매니징이라는 측면에서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제품 판매 전략을 짜고, 출시하고, 이후 성과를 관리하는 일이었거든요. 조직 이동이 많은 회사여서 여러 팀을 옮겨 다녔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해왔던 일은 기본적으로 PM이었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온라인사업팀에서 일했을 때예요. TF부터 합류해서 회사의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론칭했거든요. 영업 조직 위주의 전략을 짰던 전과는 달리 온라인 쇼핑몰에서의 판매 전략을 고민하게 되면서 관점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그 전에는 고객의 후기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어요. 각 지점의 영업 직원분들에게 판매 전략을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후기가 거의 모든 것이잖아요. 그 점을 캐치하고는 주력 상품 프로모션 때 후기를 쌓는 작업부터 시작하는 식이었죠. 시장의 상황과 고객에 따라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을 하셨네요. 그런데 퇴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입사원 시절을 지나니, 점차 이 회사가 제가 원하는 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가장 큰 문제는 안정적이고 규모가 있는 회사라 새로운 시도에 보수적이라는 점이었어요.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거죠. 그런 구조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도 한정적이었고요. 저는 아직 앞날이 창창하고 더 많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인데, 그곳에서 더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회사가 점점 더 재미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런데 회사는 원래 재미가 없는 거 아닌가요? 재미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다들 회사를 때려치워서는 안 될 텐데.


그쵸. 그래서 저도 고민이 길었던 거예요. 재미없고 답답하다는 점을 빼면 객관적으로 나쁜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마음만 먹으면 영원히 다닐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저는 그게 더 무서웠어요. 이렇게 계속… 다닌다고? 이러다 정말 영원히 다닐 것 같아...


결국 잔잔한 불만과 우울이 쌓이고 쌓이던 어느 날, 저는 돌연 퇴사를 하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납니다. 특별할 것 없었던 제 인생에서 가장 대담한 선택이었죠. 그렇게 떠난 호주는 생각과는 많이 달랐지만 (암전) 어쨌든 바라던 대로 제 커리어의 방향을 트는 계기가 되어주었어요. 자세한 것은 제 독립출판 책을 보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웃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려봅니다... 그렇게 호주에서 한국으로 돌아와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 거네요. 어떻게 지금의 회사에 다니게 되었나요?


한국으로 돌아와 오랜 기간 백수로 지낼 것을 각오하고 천천히 이직을 준비했어요. 워낙 취업이 힘들기도 하고, 당시에는 힘들었던 타지 생활로 인해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어요. 지원한 곳이 많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합격 전화받았을 때, 좋기보다는 뭐랄까, 당황했습니다. 이 회사는 나를 왜 뽑지? 나는 스타트업도 다녀본 적이 없고, 더군다나 콘텐츠를 기획해 본 경력이 없는데? 면접 때 딱히 내가 마음에 든 것 같지도 않았는데? 대체 뭐지? (혼란의 동공)



그럼 이전에 콘텐츠 관련 경력이 없는데 콘텐츠 기획 PM이 되신 거예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저도 그게 의문이었는데요. 저는 (상품으로써의) 콘텐츠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었고, 책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건 지원하는 모든 분들이 다 그랬을 거예요.


채용은 타이밍과 운이 많이 개입하는 영역이잖아요. 저도 시기가 조금만 어긋났으면 입사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돌이켜보니, 회사가 ‘당시’ 원하던 부분과 제가 가지고 있던 경험과 능력 중 마침 딱 맞아떨어진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고객 중심으로 일해본 경험, 그리고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이었어요.


사실 지원하면서도 스타트업이 뭔지 잘 몰랐었는데, 입사하고 보니 스타트업은 아직 시장에 먹히는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한, 즉 그걸 찾기 위해 뭐든지 다 해야 하는 (절실한) 조직이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사업의 방향성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요. 당시 저희 회사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조가 강해지고 있었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경력과 경험들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운이라고는 했지만, ‘고객 중심’이라는 키워드가 이어졌던 거네요. 그렇게 다소 얼떨결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적응하기는 어렵지 않았나요? 직무도 다르고, 중견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온 것도 큰 차이였을 텐데요.


스타트업의 일주일은 일반 기업의 한 달이라더니... 6개월이 거의 3년처럼 느껴지네요. 스타트업이라서 그런지, 이곳이라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신기한 점들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제가 무슨 타임슬립 했는 줄 알았다니까요. 저는 종이로 된 스케쥴러에 손으로 투두 리스트 쓰면서 살았는데, 여기 오니까 다들 노션, 구글 태스크 같은 툴을 자유자재로 쓰더라고요. 맥북 조작법도 몰라서 회의 때 식은땀 흘린 적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불안정성인데요. 스타트업 = 불안정성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당연한 거긴 한데, 당연하다고 쉬운 건 아니니까요. 당장 몇 개월 뒤에 내 자리가, 심지어 이 회사가 그대로 남아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다는 게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요. 회사가 망할 걱정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했던 영역이에요. (참고로 이전 회사는 업력이 무려 40년 가까이 되는 곳이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뭔가요?


처음에 제일 힘들었던 건, 세상에 똑똑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거였어요. 배울 동료가 많으면 좋은 건데 힘들었다니 이상하죠? 근데 정말 충격이었어요. 그 자괴감을 이겨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전 회사에서는 이렇게 일해도 회사가 굴러가는구나, 라는 반쯤 포기한 상태로 일한 적도 많았거든요. 신뢰하는 동료들보다 그렇지 않은 동료들이 훨씬 더 많았고요. 그랬던 제가 이 회사에 오고 나서 한두 달은 주눅이 들어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심지어 ‘자신감을 좀 더 가졌으면 좋겠다’는 피드백도 받았어요. 예전 회사라면 상상도 못 할 피드백이죠. (웃음) 하지만 제가 하는 일에 어느 정도 저만의 데이터가 쌓여 가고, 의견이 다르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꼭 말해달라고 하는 좋은 동료들이 많으니 차차 나아졌어요.


하는 일에 있어서 디폴트가 없고, 항상 기민해야 한다는 점도 힘든 점이에요. 끊임없이 하던 일을 개선해 나가고,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일을 벌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저만 봐도 처음 입사할 때와 지금은 콘텐츠 기획에 고려하는 요소나 제작 과정이 많이 달라요. 계속 더 효율적인 방법,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왔기 때문이에요. 그 외에도 계속해서 우리 사업이 더 잘 되기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일까? 지금 하는 것 말고 뭘 더 해볼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하고, 분기마다 적어도 1개 이상의 큰 실험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기도 하고, 제품 개선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요. 그만큼 고민해야 하는 범위도 넓고 일도 빡세죠.


아직 6개월 차라 그런지, 너무 일 스위치가 항상 on 되어 있는 것 같아 그 점이 좀 고민이에요. 그래서 휴가 때는 가급적 슬랙을 삭제합니다...



일하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제 경우엔 일하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추려봤어요.


1) 정해진 일은 없다. 내 업무는 내가 스스로 정한다.

예전에는 해야 할 일과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비교적 명확했던 것 같아요. 매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매출 얼마를 달성한다, 새로운 자사몰을 언제까지 론칭한다 등. 그 안에서 작은 액션들을 제가 정할 수 있었지만, 좀 더 큰 범위의 질문은 허락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매월 프로모션을 왜 해야 하지? 같은 질문.)

지금은 역할만 있고,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저는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이 회사의 핵심 상품을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상품이 텍스트 콘텐츠이지만, 필요하면 다른 형태를 제안할 수 있고 실제로 만들 수도 있어요. (그리고 나서 성과를 보는 거죠.) 물론 이렇게 일하려면 회사의 방향성과 사업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여야 해요. 아직 그런 이해가 부족했던 초반에는 뭘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고 부담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2) 일을 수시로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날계란부터 공유하라, 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일의 시작 과정부터 수시로 팀에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잘 마련되어 있어요. 제가 확신이 없을 때는 확신을 더해갈 수 있고, 너무 확신하고 있을 때도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체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일을 더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 모든 기획이나 진행 과정을 항상 문서로 남기는 편인데요. 언제나 히스토리를 찾아볼 수 있고,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아니어도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3) 끝난 게 끝이 아니다. 개선점과 Next step을 찾기 전까지는.

예전에는 제가 담당하는 상품이 출시되거나 뭔가가 론칭하면, 곧바로 다른 새로운 일에 돌입했었던 것 같아요. 결과 보고 같은 것은 말 그대로 '보고'를 위한 형식적인 일일 때가 많았고,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해서 축하하거나 질책하는 정도였죠.

이 회사에 와서 처음으로 '회고'라는 개념을 알았어요. 단순히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왜 좋은/나쁜 성과가 나왔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더 잘해볼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고민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면 또 해야 할 일이 나와요. 그게 Next step인 거죠. 뭔가를 했으면 '고생하셨습니다!' 하고 끝나야 하는데, 도무지 끝나질 않더라고요. (웃음) 어떤 일을 볼 때 '했다, 안 했다', '성공했다, 실패했다'가 아니라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관점 하나를 새롭게 탑재한 느낌이에요.



와, 일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네요. 그럼,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뭔가요?


새로운 시도에 열려 있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규칙이 아예 없다는 넷플릭스만큼은 아니겠지만 개인에게 꽤 많은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가 바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저는 본업(?)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 내역을 모아 2020 연말 정산 느낌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HTML이나 코딩을 몰라도 랜딩 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언바운스’라는 툴을 익혀서 직접 이벤트 페이지를 만들고 있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제가 재밌을 것 같아서 하겠다고 했고, 실제로도 꽤 재미있습니다. (물론 처음이라 어렵고 시간도 많이 듭니다만…)


내가 타겟인, 내가 생각해도 만족스러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스스로 공감할 수 없는 상품을 기획하거나 팔아야 할 때 특히 힘들었던 것 같은데요. 지금은 제가 보고 싶은 콘텐츠, 실제로 도움받을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고요.



힘든 만큼 좋은 점도 많아서 다행입니다. 그럼, 지금 회사에서 일하는 6개월 동안 가장 크게 배운 건 무엇인가요?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 제가 처음 회사에 왔을 때 다들 너무 똑똑해서 충격적이었다고 했잖아요. 근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똑똑한 건 맞는데 그렇다고 다 옳지는 않더라고요. 모두가 새로운 일, 챌린징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려요. 그 점을 이해하고, 틀렸을 때 서로 지적하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런 잘못을 했는지 돌아보고 함께 개선해 나가기 위해 팀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그래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요.


반면에, 그래도 일할 때는 “내 일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확신을 가지려고 해요.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말과 반대된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요. 제 말이 무조건 옳다는 뜻이 아니라, 이 일에 이만큼 열정을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한 사람은 저인데, 정작 제가 확신이 없으면 아무도 제가 하는 일을 믿어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서예요. 제가 힘들어할 때 한 동료가 해줬던 말인데, 지금은 회사 생활의 신조로 삼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스타트업에서 즐겁고 일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변화가 많은 곳인 만큼 앞으로도 즐거우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 같은데요.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일하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놓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사실 제가 한 질문이지만…) 앞으로의 생각은 바뀔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 일에 있어서,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재미'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 일의 재미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것과 효능감을 느끼는 것, 그 사이 어딘가에 있어요. 효능감은 심리학에서 ‘어떠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을 말하는데요. 효능감을 느끼려면 계속 어렵기만 하면 안 돼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고 힘들어하면서도, 분명히 뭔가 배우고 나아지고 뿌듯함을 느껴야 하죠. 그렇다고 일이 다 쉬워지고 할 수 있겠다 싶으면 또 금세 흥미를 잃게 되겠죠?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게 평생의 과제인 것 같아요.


최근 카카오페이지에서 <멋있으면 다 언니> 이수정 교수님 인터뷰를 읽었는데요. “자기 능력치보다 약간 높은 걸 요구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될 때 급속도로 성장한다”는 문장을 보고 뭔가 고민의 해답을 찾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6개월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렵고 막막한 것들이 많은데요. 그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그런 긴장이 유지될 때 저는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 그런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제가 진짜 고인물이 된 거겠죠. 그때는 또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겠죠? 누구나 언젠가는 고인물이 되겠지만, 적어도 내가 고인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 그리고 언제든 새로운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저의 목표입니다.






tmi 대잔치가 난무한 글,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혹시라도 제가 일하는 회사가 어딘지 궁금해지신 분들이 계실까 봐 몇 자 더 적습니다.


저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커리어 정보/지식 서비스, ‘퍼블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쓸 당시는 갓 수습을 뗀 일개 팀원이었지만, 지금은 입사 1년이 넘은 어엿한... 일개 팀원입니다. ㅎ

저와 함께 즐겁게, 가끔은 괴롭게(?), 언제나 성장하는 기분을 느끼며 열심히 일할… 그런 팀원들을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모집하고 있어요. 다른 포지션은 잘 모르겠고 일단 저와 함께 일할 콘텐츠 매니저! 분들을 가장 열렬히 환영합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래 공고도 한 번 살펴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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