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지난주 목요일, 족발을 먹고 나서부터인가..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어느 시점부터 위쪽 어금니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충지인가 싶어 토요일로 치과를 예약했는데 목요일 밤에 통증때문에 거의 잠을 자지 못해 다음날 아침에 바로 당일 예약으로 변경했다. 들어보니 신경치료 했던 어금니였는데 신경 안쪽에 염증이 생겼다고 한다. 원인은 어금니 혼자서 충격을 많이 받아서라고 하는데..
내 인생에서 치과는 지겨운 존재인데 '이번에도 또 말썽이라니..' 라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평생가야하는구나 라는 절망감도 같이 올라온다.
저번 주말은 남편과 내가 약속이 많아 아기를 보기가 애매했다. 겸사겸사 친정에도 놀러간지 한달정도 되어서, 이참에 차라리 주말에 친정에 아기를 맡기고, 각자 일정을 보내기로 했다.
금요일 밤에 짐을 챙겼다. 기본적인 물품들 (젖병, 기저귀, 가재손수건, 엉덩이 비누, 여분의 옷...), 장난감, 침구류, ... 짐한가득 패킹할때마다 딜레마에 빠진다. 이렇게 짐을 챙기는 수고로움을 들이는 것 ㅁ보다 약속취소하고 집에 있을까 vs 수고롭더라도 가자. 그래도 전에 몇전 가봐서 그런지 필요없는 것이 구분이 되어 이전보다는 짐이 조금은 수월해졌다.
다음날 남편이 짐을 차에 싣고 아기와 함께 출발했다.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차가 막히진 않았다.
친정집에 도착하니 친정부모님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특히나 아빠는 아기를 본지 한달만이라 더더욱 많이 반가워해주셨다. 은비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 그런지 낯도 안가리고 방긋방긋 미소를 보여주었다. 부랴부랴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장난감을 셋팅하고, 패딩옷을 벗겨놓으니 보채지 않고 놀면서 서서히 장소에 적응해갔다. 낯을 가릴때의 고생을 생각하며.. 지금은 천국이라고 생각이 든다. ^_^
짐을 풀면서 생각해보니 처음 계획했던 1박2일로 지낼 경우 오고가는 체력, 짐 패킹하고 언패킹하는 체력때문에 더 피로할 것으로 예상되어서 2박을 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나도 남편도 주말에 개인적으로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임신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제일 먼저 물어보시는 것이 친정과 시댁은 집에서 가깝냐였다.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내가 엄마인데 내가 더 잘 돌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감사함은 못 느꼈었는데, 육아를 시작하니 처절하게 느끼게 되었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급한 치과치료처럼 아기 주보호자인 내가 아플경우 아기를 맡길 곳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복직 후에 맞벌이 상태가 되면 감사함을 더 많이 느낄 것 같다.
fyi;
은비는 이제 은비기준 왼쪽으로 뒤집기를 잘 한다. 하지만 왼쪽 10번할 때 오른쪽 2번정도밖에 하지 않으니, 오른쪽을 유도하려고 장난감 위치를 이리저리 바꿔보기도 하고, 왼쪽을 아예 막아보기로 했다. 그치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럼에도 한쪽으로만 뒤집으면 균형이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심에 조금씩이라도 오른쪽으로 뒤집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뒤집기의 문제는 계속 뒤집는다는 것과 그것이 수유 후 소화시키는 시점에서도 그런다는 것이다. 개워내기가 이전보다 빈도가 높아져서 가재 손수건을 자주 빨고 있는 요즘이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처럼 잘 크고 있다는 생각에 개워내도 열심히 응원한다.
'잘하고 있어. 은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