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이 닿아 다시 숨 쉬는 하루

감사일기

by 여울


2025년 10월 11일 감사일기


시들어버린 화분을 보면서

긴 연휴를 마치고,
마치 긴 방학이 끝난 학생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문을 여는 순간, 자은 언니와 윤 실장, 추 실장이
“오랜만이에요!” 하며 반갑게 웃어주었다.
이제는 ‘직장 동료’라기보다 ‘가족’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오래전 읽었던 책 제목이 문득 떠올랐다.
‘나는 집으로 출근한다.’
일터를 집처럼 만들라는 그 책의 문장이
오늘 아침의 풍경과 묘하게 겹쳐졌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 오랜만에 화분들을 둘러보았다.
볼 때마다 미소를 짓게 했던 느티나무 같은 큰 화분이
검게 변한 잎을 늘어뜨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물을 너무 준 걸까 싶었지만, 이유는 달랐다.
열흘 동안 문 닫힌 사무실에서
공기청정기 전원조차 빠져 있어
숨을 쉬지 못한 탓이었다.


내 방의 식물들은 창문 덕분에 그나마 괜찮았지만,
사무실 안쪽에 있던 식물 몇은 이미 기운을 잃고 있었다.
속상한 마음에 급히 물을 주고,
가지를 다듬고, 손으로 흙을 눌러 응급처치를 했다.
다시 살아나길, 꼭 다시 숨을 쉬어주길 바라면서.


식물을 키우다 보면 알게 된다.
살아 있다는 건 늘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추워서 얼어붙기도 하고,
물 한 번 늦게 줬다고 금세 시들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성을 다해 보듬으면
다시 살아난다.
그때의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다르지 않다.
정성이 닿으면,
그 생명은 다시 피어난다.
사랑이란 그렇게 서로의 숨을 이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마음을 쓴 이 아이들이
다시 뿌리를 내리고,
내 일터의 공기를 다시 푸르게 채워주기를 바라본다.

“사랑은 물처럼, 정성은 햇살처럼.
오늘의 나는 다시 자라나는 누군가의 흙이 된다.”


오랜만에 만난 이 박사님

최고경영자 과정으로 두 번째 도전했던 곳,
2013년의 카이스트 S+ 컨버전스 과정.
그때의 나는 여전히 서툴렀고,
사람을 대하는 법도 잘 몰랐다.
어색했고, ‘잘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모든 관계 앞에서 애쓰던 시절이었다.


오늘, 그때의 지도교수였던 이 박사님을
아주 오랜만에 뵈었다.
13년이 흘렀지만 박사님은 여전히
따뜻한 미소를 지닌 분이셨다.
그때와 다르지 않은 온도로.


박사님은 2013년의 나를 꺼내어 말씀해주셨다.
“그때의 혜민 씨는 참 열심히 살았어요.
도전적이고, 밝고, 따뜻한 사람이었지요.”

그렇게 기억해주셔서 다행이었고,
그 말이 참 고마웠다.
나는 요즘의 변화를 솔직히 말씀드렸다.
그때의 ‘열심’을 이제는
‘비움’과 ‘관조’로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고.
박사님은 내 말에 이렇게 답해주셨다.
“그 열심이 있었기에
지금의 변화를 더 감사히 맞을 수 있는 거예요.”

삶의 어떤 시기도 헛된 계절은 없다는 걸,
다시 생각한다.
모든 열심은 결국
나를 다음 단계로 데려다준다.

살아가다 보면
이 박사님 같은 사람을 종종 만난다.
어떤 날엔 햇살이 되어주고,
어떤 날엔 그늘이 되어주는 사람.
그런 분들이 있기에
밖으로는 ‘완전적응자’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여전히 ‘부적응자’로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도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인연.
그런 사람들이 내 삶에 있다는 건
참으로 고맙고, 복된 일이다.


“열심이 나를 키웠고,
그 열심이 쉬는 법을 배우게 했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조금 더 성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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