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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Feb 07. 2018

#7. Rome, Italy

로마에서의 하룻밤.


  기억 속 로마는 아름다웠다. 그래서 더욱 고대했다. 다시 오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감만 안고 있었는데 정말로 다시 오니 설레고 들떴다. 물론 실패한 첫사랑처럼, 기억 속 로마만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맛집. 파니니 샌드위치 전문점.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맞춰 로마에 도착했다. 피렌체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왔기 때문에 간단히 요깃거리만 하기로 했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도보로 트레비 분수로 가는 도중에 발견한 파니니 샌드위치 전문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걸 보고 냉큼 들어갔다. 한국인도 꽤 있었다. 숙성된 하몽과 신선한 야채를 즉석에서 조리해 만들어주는 샌드위치. 

  아마도 나는 기본을 주문했던 것 같다. 그는 하몽과 치즈가 들어간 베스트 메뉴를 선택. (그는 현지 식당에선 항상 베스트 메뉴를 주문한다.) 빵이 매우 딱딱해 보이지만 의외로 안은 촉촉하고 맛있었다. 다솜이랑 왔을 때 바티칸 앞에서 먹었던 -벌레 나온-파니니 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맛이었다. 

1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맥주 '메나브레아'

  이탈리아 와인은 상점에 가서 아무거나 집어도 맛있다. 그런데 왜. 왜 맥주는 이리도 맛이 없는 걸까. 물보다 맥주가 저렴한 유럽에서 우리는 물 대신 맥주를 마셨지만, 와 정말 맛있구나! 하는 맥주를 발견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독일과 체코 등을 돌고 온 그는 맛있는 맥주를 많이 마셨다고 무용담처럼 얘기했지만. 이탈리아 맥주는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판테온 신전

  다솜이랑 왔을 때는 판테온이 웅장하고 거대했다. 작가들이 글을 쓰기도 했던 공간이라 경건하게 둘러봤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날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때의 감흥이 경감되어 아쉬웠다. 

다시 찾은 트레비 분수

  동전을 던졌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다시 돌아왔다. 트레비 분수는 연인과 함께 와야지 하고 다짐했던 곳이다. 다시 찾은 트레비 분수는, 포켓몬 성지가 되어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분수 앞에서 포켓몬을 잡았다. 그도 그랬다. 트레비 분수의 낭만은 포켓몬이 빼앗아갔다. 









 2016. 7. 24. SUN

 '로마에서의 휴일'. 맛있는 젤라또를 손에 들고 스페인 계단에 앉아 연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날씨는 우중충했고 협소한 숙소에 실망을 한 상태였다. 내게 길안내를 맡긴 그는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렸고 나는 헤매고 지쳤다. 예민해진 상태로 둘러본 로마는 엉망이었다. 스페인 계단은 공사 중이었다. 어딜 가나 사람이 많아 산만했다. 여행 초기가 왜 이렇게 신나지 않는 걸까. 답답했다. 두 번째로 찾은 이탈리아는 혹독했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 추억이 왜곡되는 것처럼 오히려 실망만 늘어갔다. 낡고 허름한 도시가 매력이었는데 이날은 매력 없이 낡고 허름한 로마를 경험했다. 숙소에서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먹고 조금 씁쓸하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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