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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Oct 07. 2019

#12-13. Rome, Italy

로마는 거대한 추억을 남기고. (바르셀로나로)

  여행의 묘미를 더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하나는 예상치 못한 해프닝이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결국 여행을 더 기억에 남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은 틀림없다. 우리의 여행도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다투거나 아프거나 하는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들을 겪으며 여행의 묘미를 더할 수 있었다.

  출발은 평범했다.'진실의 입' 앞에서 기념사진도 촬영하고 옆에 있는 성당에 들어가 구경도 하고. 그냥 평범한 로마의 관광객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우리는 시련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루종일 휴대전화만 찾다 저녁이 되어서야 둘러 보게 된 트레비 분수.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한 앵글에 담기도 힘들고 번잡스러워서 특유의 낭만도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웠다. 혹은 이날의 고단함이 감흥을 줄였을 수도 있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찍은 골목.

  고요한 골목 사이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자그마한 가게에 몇몇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풍경은 풍요로웠다. 물리적인 거리감만큼 심적으로도 멀게 느껴진 장면이었다. 우리는 너무 고단했고 그들은 너무 여유로웠다.





  다음 날, 날이 밝았다. 우리 사이에는 조금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결국 다시 찾게 된 휴대전화 때문에 너무 많은 감정과 시간을 소모해버려서 마음이 무거웠다. 눅진한 마음을 고이 접어 다시 짐을 챙겼다. 또 떠나야 하기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에 '나머지 로마'를 눈에 담고자 일찍 숙소를 나섰다. 포폴로 광장, 스페인 광장, 아벤티노 언덕을 차례로 돌고 점심으로 '베토 피자'까지 섭렵했다.


로마 3대 젤라또 마지막 가게, GIOLITTI.


da Baffetto 의 시그니처 피자. 기대를 많이 한 탓에 맛은 조금 실망.
낮에 다시 찾은 아벤티노 언덕. Aventino hill.

  그의 무릎에 누워 잠깐 잠이 들었는데 2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늘 한 점 없는 땡볕 아래서 아무 소리 하지 않고 가만히 나의 낮잠을 지켜준 그에게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했네.

바르셀로나 숙소의 마스코트 '콜리'와 함께.

  그리고 우리는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밤 12시가 다되어 도착했는데 민박집 사장님은 흔쾌히 마중 나와 주셨다. 이곳이 (여러 의미에서) 한인민박 중에 가장 좋았다. 바르셀로나에서는 5일 정도 머물렀는데 좋았던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 모든 것이 좋았던 그날들로 다시 여행을 떠나야겠다.  






  2016. 7. 29-30. FRI-SAT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 이 날 그는 '진실의 입'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예민과 의기소침이 함께 와서 감히 말도 못 붙일 아우라를 뿜던 그. 하지만 휴대전화 찾기 알람으로 계속 연락을 했고 천만다행으로 홍콩 여행객이 휴대전화를 주워서 다시 찾을 수 있었다. 19살 소년이었는데 숙소도 우리 숙소랑 가까웠고 한국을 좋아한다고 해서 어떤 보상도 받으려 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사진 한 장 찍고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서로 하는 정도로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고마운 일. 내가 합류하기 전, 그가 혼자 여행을 하고 있을 때 이미 휴대전화를 한 번 잃어버려 새로 구매한 휴대전화였는데 그것마저 돌려받지 못했다면 뒤의 나날들을 결코 웃으며 여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지에서 휴대전화를 다시 찾는 일은 정말로 드문 일이라서 그날의 기억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예상치 못한 해프닝으로 하루를 다 보내고 저녁에 스페인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낭만이 가득한 이탈리아는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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