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행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 Sep 06. 2017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혼자 제주 여행

부록. 게스트 하우스 – 별을 담다


이번 여행 기간 동안 지냈던 숙소는 ‘별을 담다’라고 하는 게스트 하우스였다. 서귀포시 온평리에 위치한 이 곳은 제주공항에서는 차로 약 1시간, 버스로는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버스시간은 환승 시간에 따라 조금 더 길어질 수는 있다. 하차 역은 ‘혼인지 입구’. 정류장에서 게스트 하우스까지는 도보로 3분(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5분) 정도 걸린다. 역에서 내린 후 내린 방향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몇 발자국 가면 오션 스토리라고 하는 횟집(여기서 먹을 수 있는 건 아니고 포장을 할 수 있다. 난 회를 엄청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이용해 보진 않았지만 늘 사람이 붐비는 걸로 봐선 인기가 좋은 것 같았다)이 있고 그곳을 지나 코너를 돌아 들어가면, ‘별을 담다’가 보인다.



그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아늑한 영화관이 있는 게스트 하우스

‘별의 담다’(줄여서 별담이라고도 부른다)에는 작지만 아늑한 영화관이 있다. 이런 게스트 하우스가 또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화관은 아늑하면서도 편안하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기 좋은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일명 마약 의자라 불린다는 그 의자가 좌석 역할을 하는데 그 의자 덕분에 마치 퍼스트 클래스를 탄 듯이 거의 누워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퍼스트 클래스에서 보는 화면과는 비교도 안되는 큰 화면이 내 눈 앞에서 영화를 보여준다.


최대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작고 아늑한 이 영화관은 별담에서 숙박하는 이들에게는 늘 열려있다 (다만 이용 시간을 정해서 사장님께 먼저 알려드리는 걸로.) 별다른 이용료도 없다, 별담에 있는 DVD를 봐도 되고 보고 싶은 영화의 DVD를 가져가도 된다. 빔프로젝트와 연결하면 되니까, 영상 파일로 가져가도 상영은 가능하다.


제주까지 여행 와서 무슨 영화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여행의 스케줄이 빡빡한 사람에게는 이 영화관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행의 형태에도 다양한 것들이 있으니까. 혼자 혹은 몇 명이서 휴식을 하러 힐링 여행을 가는 것이라면 또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별담에서의 시간을 추천하고 싶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혹은 먹먹해지는 혹은 크게 웃게 되는, 그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영화가 끝나고 난 뒤 깜깜한 하늘에 빛나는 별 아래에 모여 모닥불을 지피고 그 앞에 앉아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캔맥주를 따서 혼자 영화 속 장면들을 곱씹어 볼 수도 있고 같이 본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감상을 공유할 수도 있다.


반듯한 영화관에서 정해진 의자에 앉아 있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보통의 영화관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제주의 작은 영화관. 그곳에선 영화가 끝난 뒤, 반짝이는 별 또한 마음에 담을 수 있다.



혼인지라는 정원이 있는 게스트 하우스


아침밥을 먹고 멍하게 있던 어느 날, 사장님이 우리 집 정원을 소개해주겠다며 데리고 간 곳이 있다. 혼인지라는 이름의 그곳은 정말 별담의 정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데 도보로 3분 정도 밖이 걸리지 않는다.


혼인지는 탐라(제주)의 시조인 고, 양, 부 3신이벽랑국에서 온 3 공주와 합동 혼례를 올렸다고 하는 연못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굴도 있는데 그 굴 안에는 3개의 굴이 있다고 하고 각각 그 안에서 신방을 차렸다고 한다. 그 혼례 이후 제주에 사람들이 늘어나고 농사도 시작되고 그렇게 제주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제주 탄생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또한 혼인지는 올레길 2코스이기도 하다. 수국이 피는 여름에 특히 예쁘다고 하니 참고.


푸른 잔디와 나무, 꽃들이 잘 다듬어져 자리 잡혀 있는 정원을 매일 아침마다 산책할 수 있는 특별한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건 별담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다.



소개합니다, 별담에서 멀지 않은 다양한 명소들


올레길 2코스, 섭지코지, 성산일출봉, 광치기 해변, 비자림, 제주해녀박물관, 세화 해변, 평대리 해수욕장, 김영갑 갤러리, 신천목장 등



나의 여행을 반짝이는 추억으로 만들어 준 곳. 

그네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낙서를 끄적거리고 이런 저런 생각을 했던 그 시간들이, 쉴 틈 없이 일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불안했던 나에게 정말 짜릿한 휴식과 행복을 줬다. 다시 난 헬조선의 현실 속으로 돌아가고 그래서 또 괴로울지 모르지만 나를 위로하고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었던 이 시간을 안고 돌아가니까 조금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예약 문의는 여기서 할 수 있어요 http://www.starinjeju.com/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혼자 제주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