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하면 떠오르는 술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와인 WINE 을 떠올리지 않을까.
호주여행을 떠나면서도 다른 것보다 와인이 참 기대됐다. 우리가 여행하는 퀸즈랜드 지역에는 와이너리가 많지 않고,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매일매일 맛있는 와인을 싼 가격에 마실 생각에 들떠서, 도착하는 지역마다 그 곳의 리쿼샵을 찾는 것이 이번 여행의 루틴이었다.
아버지 환갑여행으로 떠난 호주. 그곳에서 아버지와 내가 제일 좋아했던 공간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도, 선샤인코스트의 넓은 모래사장도 아닌 대형리쿼샵 Dan Murphy's 였다. 대형 마트 규모의 그 리쿼셥에는 이 세상 모든 와인이랑 와인은 모두 모아 놓은 듯한 위용을 자랑했다. 기나긴 운전을 마치고 맥카이 시내에서 그 가게를 발견한 우리는 장난감 가게에 들어간 어린 아이들처럼 한참을 정신없이 구경하며 행복해했다.
전세계의 와인을 다 모아놓은 듯한 와인 코너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진 GIN 섹션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칸이 진을 위해 할애되어있었는데, 더 놀라운 점은 호주에서 생산된 진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점이다. 호주에서는 여러곳의 증류소에서 진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었고, 몇몇 곳은 이미 세계적으로 그 맛을 인정 받고 있었다. Dan Murphy's에서는 고객들을 위해 술과 칵테일에 대한 가이드북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었는데, 진 섹션에서도 그 곳에서 판매하는 진에 대한 정보를 모아놓은 소책자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가 여행했던 New South Wales 지역의 대표적인 진. ARCHIE ROSE 같은 경우는 한번 한국에서 마셔본 적이 있는 진이어서 반가웠다. 다른 진들에서 느낄 수 있는 허브의 풀냄새와 향신료의 스파이시함 보다는 향긋한 꽃향기가 지배적이다.
아델라이드 힐 Adelaide Hills 과 마가렛 리버 Margaret River 는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지역들이다. 이 지역 사람들의 술과 맛있는 음식에 대한 열망은 와인에 그치지 않고 로컬 재료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스몰배치 진들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Four Pillars를 보고 무척 반가웠다. 이제 한국에도 수입되고 있어 몇번 마신 적이 있는 진이었기 때문이다. 이 증류소에서는 일반 진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통해 여러가지 특성을 가진 진을 생산한다. 호주의 시라즈 와인과 진을 결합시킨 Bloody Shiraz Gin과 네그로니의 캄파리와 버무스와 한층 더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재료를 배합한 Spiced Negroni Gin까지. 이외의 다른 많은 버젼들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한 나라에, 이렇게나 많은 종류의, 다양한 진이 있을 수가 있다니.
정말 놀라우면서도 부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진이라는 범주 안에서도 이렇게 많은 선택지가 주어진다는 것이,
이 나라 사람들의 맛과 취향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 소주가 몇 종류나 있는지, 각기 어떤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최근 크래프트 맥주가 떠오르면서 우리나라에도 하나둘씩 다양한 맥주들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아직 거대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너무나 크고, 특히 증류주 쪽에서는 새싹조차 보이지 않는다.
시드니의 레스토랑에서는 와인 뿐 아니라 호주의 진도 팔았다. 그 덕에 FOUR PILLARS 와 ARCHIE ROSE로 진토닉을 마실수 있었는데 둘다 그 특색있는 향이 일품이었다.
맛에 있어서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딱 그만큼 인생이 더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점에서 메뉴판을 요청했을 때 내가 고를 수 있는 조합이 많아진다는 것,
내가 선호하는 향과 맛을 안다는 것은 분명히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방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주에서의 여행과,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음식과 다양한 술과 함께 즐긴 경험은
딱 그만큼 더 영혼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갖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