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기
8월 5일 눈이 내리는 곳이 있다.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10분쯤 떨어져 있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이 그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한여름에 눈이 내리는 곳에 성당을 지으라는 계시가 있었고, 358년 8월 5일 로마 귀족 조반니 부부 꿈에 성모 마리아께서 나타나, 눈을 내려 성당 지을 곳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은 성모 마리아를 예수님의 어머니로 공인하고, 최초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대성당이다. 교황청이 직접 관리하는 로마 4대 교회 중 하나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랜 시간을 거쳐 증축되면서 로마네스크와 바로크 양식이 혼재하고, 최고 높이의 첨탑이 덛불여지고, 광장에는 이집트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도 서있다. 교회 내부에는 5세기 원형의 모자이크와 13세기 모자이크 그림이 남아있고 천장은 금박으로 덮여있다. 이곳에는 예수가 탄생한 구유조각이 모셔져 있어서 많은 신자들이 기도를 올린다. 짐 검사를 마치면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성당 입구 양쪽에는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청동상이 손을 내밀어 환영해 준다. 고해소에서는 신부님들이 신자를 맞이하고 있다. 긴 역사와 중요한 보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신자와 여행자들에게 모두 다 개방하고 있다. 바닥에 모자이크 되어있는 알파와 오메가 글씨가 이곳의 의미를 강조하는 듯하다.
해마다 8월 5일에는 성당의 천장에서 눈꽃을 뿌리는 눈꽃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은 생동감이 넘친다. 4월 21일 선종하신 프란체스코 교황도 한여름에 내리는 눈꽃을 보고 싶어 이곳에 묻히신 건 아닐까? 그의 고향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눈이 오지 않으니, 이곳이 그에게는 동화나라가 아닐까!
나는 이 모든 것을 전설로만 여길지, 역사로 인식할지, 종교로 믿을지 애매한 지점에 와있다. 90일간의 여행 중에 만난 많은 유적들은 그 배경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나는 그 이야기가 궁금해 쫓아가는데, 결국은 성경책에 닿게 된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서로 다른 다비드 조각상 이야기로 시작하는 '베르니니와 보로미니' 글을 마무리하고 동네 성당을 찾아간다. 공교롭게도 그날 읽게 되는 성경구절에 다비드 이야기가 나왔다. 다비드는 솔로몬의 아버지며, 수많은 싸움에서 승리하고도 피를 많이 보았다는 이유로 성전을 지을 수 없어, 그 자식 대까지 기다려야 했다는 이야기가 성경책에 고스란히 실려있다. 다비드가 무릿매 끈과 돌멩이 하나로 골리앗의 이마를 맞혀 죽게 했다고 정확히 적혀있으니, 나는 신기했고, 스스로의 무지에 각성하게 된다. 여러 번 성경을 읽은 내 친구는 새롭게 놀라는 나를 아기 돌보듯 살뜰히 챙긴다. 내가 앉는 자리는 초심자 자리다.
나는 나의 퇴임사에서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고 하였으니 나는 새롭게 열린 문으로 나아가겠다"라고 말했다. 초심자로서 우선 성경을 읽어보리라. 그것이 나에게 역사책이 될지 성전이 될지는 모르겠다. 내가 살아가는 데는 우선 동화라도 필요하다.
2025. 6.7. 남산을 걷고 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