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태영이(가명)는 예민하고 섬세한 남자아이다. 뭐든지 다른 친구들보다 잘하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승부욕이 굉장히 강하다. 그런 태영이가 지난주 월요일 아침에 일기를 제출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제 일기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 우울증이 온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나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우울증이라니 무슨 일 있었니? 태영이가 속상한 일이 있었구나."
"네.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아요. 제 일기 읽어보세요."
태영이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짜식, 우울증이라고 말하면서 그 마음을 선생님이 알아주길 바라는 걸 보니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장을 펼쳐보니 태영이는 지난 한 달간 열심히 연습하여 나간 피아노 콩쿠르 대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뽐내지 못해서 '완전히 망쳐버렸다'라고 적어놓았다. 그리고 너무 실망스럽고 우울해서 이제 다시는 피아노를 치고 싶지 않으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고 했다.
나는 상처받아 깨질듯 연약해진 유리구슬 같은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위로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태영이의 일기 아래에 긴 코멘트를 남겼다.
아이의 일기 아래 심사숙고해서 써준 코멘트
태영이가 대회에서 실력을 맘껏 발휘하지 못해 아쉬웠구나.
그런데 그거 아니?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뼈아픈 고통과 실패의 경험을 자기 발전의 밑거름 삼아 성장해 온 사람들이란다.
태영이에게도 이번 대회가 성장의 기회가 되길...!
나는 아이의 일기만큼이나 긴 코멘트를 정성껏 써서 하교하기 전에 일기장을 다시 돌려주었다. 태영이는 일기장을 받자마자 조심스레 펼쳐서 내가 써준 코멘트를 골똘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번 주 월요일, 아이들이 제출한 일기를 검사하다가 태영이의 일기장을 펼친 나는 안도의 미소와 함께 따뜻한 감동을 받았다.
일기장 맨 위에는 태영이가 가족과 함께 다녀온 여행에 대한 소감이 쓰여있었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띄우고 내가 써준 코멘트에 대한 감사인사가 쓰여 있었다.
-친절하시고 현명하신 선생님께
선생님 저번에 써주신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글을 읽고 위로가 많이 됐고 선생님이 현명하시고 참 좋으신 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았어요.(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 학교생활 더 열심히 할게요.
선생님 사랑해요♡
아이의 따뜻한 편지에 나도 하트 세 개와 함께 답글을 남겼다.
이야~ 이렇게 따뜻한 답장을 받으니 선생님이 더 행복하고 감동이다^_^
태영이가 선생님의 조언을 잘 받아들여줘서 선생님도 고마워!
사랑해~♡
매주 월요일, 일기를 통해 아이들과 감정을 교류하는 시간은 참 의미 있고 행복하다.
즐거운 일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픈 일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옛 속담처럼 나는 아이들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고 슬픔을 위로하며 아이들과 더 가까이 마음을 나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도 성장하고 나 또한 성장해 간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해 줄수록 아이들은 더 큰 사랑을 나에게 돌려준다.
내가 불안하고 힘들 때마다 나의 자존감이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아이들의 사랑이 있어 나는 매일 웃는 얼굴로 학교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