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참 사랑스럽지만 올해 우리 반 아이들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예쁘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진다. 선생님이 하는 말은 무엇이든 귀담아들으려고 하고, 무슨 활동을 하든 "역시 선생님과 함께 하니 너무 재밌어요!" 하고 말해준다.
오늘 아침에는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우리 반 농구왕 준이(가명)가 나에게 와서 "선생님, 이거 선생님 가지세요." 하고 말하며 리본 모양 종이접기 작품 두 개를 나에게 내밀었다. 5학년 남자아이에게 받기 힘든 귀한 선물이라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와, 이거 진짜 네가 만든 거야? 너무 예쁘다. 선생님 주려고 만든 거 맞아?"
"네. 선생님 드리려고 만들었어요."
"이야~ 너무 잘 만들었다. 고마워! 사진 찍어놔야겠다."
아이가 선물해준 예쁜 리본:)
나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사랑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다. 1학기 때부터 나는 꿋꿋이 아이들에게 플러팅을 해왔다.
"선생님은 너희가 너~무 좋아. 어쩜 이렇게 예쁜 아이들만 모였을까?"
"우리 반이 너무 예뻐서 내년에는 선생님이 6학년 담임을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선생님은 학교에서만큼은 너희들의 엄마야. 선생님의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너희들을 사랑해."
처음에는 수줍어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들은 일기로 우리 선생님이 최고라고, 꽃을 보면 선생님이 생각난다고 예쁜 마음을 적어주고,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 사랑해요!" 하고 큰 소리로 매일 마음을 말해준다.
4교시 후에는 우리 반 축구왕 유진이가 "선생님, 어제 얼굴에 붙인 스티커를 지우려고 빡빡 문지르다가 볼이 빨개졌어요! 아직도 아파요." 하고 말하며 나에게 볼을 보여주었다. 아이의 볼은 피부가 살짝 벗겨져 따가울 정도로 상처가 나 있었다.
나는 전담시간이라 과학실로 향하는 유진이의 팔을 붙잡고 "잠깐만 이리 와 볼래? 선생님이 약 발라줄게." 하고 말하며 아이를 교탁 앞으로 데려 왔다.
"아아 싫어요. 약 안 바를래요. 너무 따갑단 말이에요~!"
유진이가 질색을 하며 말했다.
"선생님이 면봉을 사용해서 안 아프게 살살 발라줄게. 걱정하지 마. 이거 그냥 두면 더 아파."
나는 교실에 가지고 있던 구급함에서 면봉과 연고를 꺼내어 아이의 볼에 조심스럽게 연고를 발라주었다.
잔뜩 긴장하며 촉각을 곤두세우던 유진이는 이내 차분해지더니,
"어? 진짜 안 아프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고 말하며 꾸벅 인사를 하곤 과학실로 갔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도 나에게 와서
"선생님! 약 바르고 나니까 진짜 쫌, 안 아픈 것 같아요!"
하고 해맑게 말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내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5교시에 이어 6교시도 연차시로 과학 전담시간이라 아이들을 인솔해서 과학실에 데려다주었는데, 내가
"얘들아, 너희 왜 점심시간에도 과학실에서 놀아? 요즘 과학 선생님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선생님이야, 과학 선생님이야? 응? 누가 더 좋아!"
하고 눈을 흘기는 듯 장난을 치니 아이들이 우물쭈물하면서 곤란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아이들의 눈빛에서
'아, 아이들이 과학선생님 앞에서 내가 더 좋다고 말하기가 미안해서 망설이는구나.'
하는 마음이 읽혔다. 그리고 그렇게 과학선생님까지 배려하는 마음이 더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나는 짐짓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칫, 너희 과학선생님이 더 좋구나? 흥! 선생님 간다~"
하고 웃으며 과학실을 나왔다.
6교시 수업을 모두 마치고,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고 난 뒤 과학 선생님인 친한 후배가 나에게 와서 웃으며 말했다.
"부장님, 아까 아이들에게 왜 바로 대답하지 않았냐고 물어봤더니 제가 속상할까 봐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맞아요. 아이들 보는데 그 마음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진짜로, 우리 반 아이들이 과학선생님도 엄청 좋아해요."
아이들이 과학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선생님을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걸 아는 나는 과학선생님께 아이들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