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무수민 감독

<플라타너스 창문>의 무수민 감독님과의 인터뷰입니다.

by 로터리 시네마
tempImageH2Tgc4.heic <플라타너스 창문>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무수민 감독 : 안녕하세요, 영화를 만들고 있는 무수민 입니다 사랑이라는 말을 꺼내기 이전의 감정, 서툴지만 포기하지 않는 마음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플라타너스 창문>은 사랑하고 싶지만 방법을 잘 모르는 우리 모두에게, 또 그래서 상처받은 모든 자녀들에게 전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Q2. <플라타너스 창문>은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작품의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무수민 감독 : 부모와 자식으로 만난 서로 다른 두 인격체가 가족으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느낀 답답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문득. ‘다른 자녀들도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살다보면 엄마를 원망하다가도, 사실 그녀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온전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기에, ‘그렇다면 내가 받은 상처들은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출구 없는 질문이. 떠올랐고, 더 이상 그런 상처를 묻어두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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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희수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보며 엄마를 떠올립니다. 감독님께서 플라타너스 나무의 진액을, 희수가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소재로 삼으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무수민 감독 : 하루는 지친 채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무나 붙잡고 안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마침 눈앞에 있던 플라타너스 나무를 팔에 가득 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던 기억이 있어요. 우리말로 양버즘 나무라고도 하는 이 나무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껍질이 벗겨지고 그 뒤로 황색, 초록색, 회갈색 속살이 얼룩덜룩하게 드러나며 독특한 무늬를 형성해요. 그 무늬가 오랜 세월동안 쌓이고 겹친 상처를 닮았다고 느꼈어요.


껍질이 돋고 벗겨지며 여러 겹의 불규칙한 무늬를 그려내는 그 과정이 상처가 생기고 아물고 다시 벗겨지는 순환 같았어요. 마치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고, 이해하고 눈물 흘리면서도 여전히 그 과정을 반복되는 것처럼요.


또 마침 시나리오를 쓰던 시기에 친구의 전시를 보러 갔는데, 소재가 우연히 나무였어요. 그 작품을 보고 괜히 더 엄마를 떠올리게 되었고, 이를 소재로 삼아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Q4. 희수가 자신의 모습 속에서 엄마를 떠올리는 것을 보며 많은 관객 분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할머니, 엄마, 그리고 희수까지 이어지는 세대 간 상처의 대물림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이를 어떤 마음으로 그리셨는지 궁금합니다.


무수민 감독 : 단절된 사랑의 선순환, 혹은 단절이 필요한 사랑의 악순환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어요. 무엇이든 악한 순환이라면 단절되는 것이 좋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큰 용기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죠. 저에게 이 영화는 그런 용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대사 중 그런 게 있어요. “그럼 내가 엄마의 유일한 사랑이네?” “그렇지, 그런데 왜곡된 게 많지 … “ 이 말은 “미안해”와도 동일한 의미로도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전 여기서 엄마의 진심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느꼈고, 희수 또한 마음 속에서 어렴풋이 이해했을 것 같습니다.



tempImageoERCDO.heic <플라타너스 창문>

Q5. 영화 속에서 나무와 창문, 그리고 방이라는 소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요. 각각의 소재가 지닌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무수민 감독 : 나무는 상처이자 엄마이자, 결국 희수 자신이기도 합니다. 둘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방은 희수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이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의 공간입니다. 엄마에게 들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인형놀이로 재현되는 장면처럼, 방은 동화적이면서도 마음의 진심을 비추는 곳이에요. 화나거나 속상할 때면 문을 쾅 닫고 숨어버릴 수 있는 비밀 기지처럼 안전하게 웅크릴 수 있는 상상 속 피난처라고 생각했습니다.

창문은 그 방안에서 바깥 세상과 이어지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창 밖에는 나무가 있고, 희수는 그 나무를 마지막에 결국 바라보죠. 하지만 창문을 열고 나무를 바라보는 일, 그리고 그 나무를 직접 안아주기 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Q6. 희수의 남자친구는 화를 내고 방으로 들어간 희수에게 국을 조심히 먹으라며 다정히 건네고, 희수의 아빠는 엄마가 사라져버릴까 봐 불안해하는 어린 희수를 안심시켜줍니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남자친구와 아빠는 희수에게 이상적인 사랑을 주는 인물로 보입니다. 희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관계와는 대조적인데요. 희수의 남자친구와 아빠, 두 인물을 설정하실 때 어떤 점을 고려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무수민 감독 : 적어도 희수의 기억 속에서 만큼은 아빠가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남길 바랐어요. 그래서 어린 희수의 시선으로 본 아빠의 모습을 부드럽게 그려냈습니다. 또 그런 아빠를 닮은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는 현재의 희수도 잠시나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두 인물의 결을 닮게 설정했습니다. 사실 아빠와 남자친구 모두 인물 안에 더 많은 서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단편의 길이 안에서는 다 담을 수 없어 그 여백은 관객의 영역으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tempImageOsqKyV.heic <플라타너스 창문>

Q7. 감독님께서는 희수와 희수의 엄마에게 어떤 말을 건네주고 싶으신가요?


무수민 감독 : 무슨 말을 건네기보다는 그저 꼭 안아주고 싶습니다.



Q8. <플라타너스 창문>을 만들며 즐겨 들으신 음악이나 참고하신 영화, 책 등 제작 과정에 영향을 준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수민 감독 : 셀린 시아마 감독의 <쁘띠 마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제가 이야기하고 싶던 지점과 닿아있었고, 판타지적인 요소나 타임워프라는 소재도 비슷했죠. 처음부터 의식한 건 아니었는데, 각본을 쓰던 중 조연출이 “우리 영화랑 닮은 것 같다”고 추천해줘서 보게 됐고, 이후로 여러 번 반복해서 봤던 것 같아요.


그 영화에선 엄마와 딸이 시간을 초월해 같은 또래의 친구가 돼요. <플라타너스 창문>의 인형 놀이 장면에서도 희수는 같은 나이의 소녀가 된 엄마에게 친구의 시선으로 말을 걸듯이 다가가고,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게 되거든요. 그런 점이 두 영화가 겹쳐지는 요소 같습니다.


tempImagez1BtHJ.heic <플라타너스 창문>

Q9. 감독님께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무수민 감독 : ‘이야기 하고 싶은 욕구’인 것 같아요. 평소에도 질문이나 말이 많은 편이라, 그걸 정리하려고 하루에 한번은 일기를 꼭 쓰기도 해요. 영화는 그런 제 욕구를 삶의 원동력으로 바꿔주는 매개 같아요. 세상을 더 관찰하고, 감각하고 이를 영화적 언어로 소통하고 싶거든요. 세상은 정말 흥미로운 곳이잖아요. 떠오르는 무수한 질문을 수집하고, 그것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때까지 계속 표현하고 싶어요. 결국 저를 움직이게 하는 건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인 것 같아요.



Q10. 마지막으로 <플라타너스 창문>에 대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무수민 감독 : 단순히 엄마와 딸을 다루는 슬픈 영화로 기억되기보다는, 서툴러도 사랑은 존재하며, 때가 되면 나무의 껍질이 벗겨지듯, 우리도 한번쯤 마음 속 플라타너스 나무를 꼭 안아볼 용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어설프고, 그 서툼은 애석하게도 가장 가까운 이들을 아프게 하지만, 그 속에는 진심 어린 마음이 자리하고 있음을 모두가 기억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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