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골프를 처음으로 시작하면서 그 재미에 푹 빠져 지난 4년간 꽤 많이 필드에 나갔다. 조금 더 솔직히는 과하다 할 정도로 하루도 쉬지 않고, Driving Range로, Short Game 연습으로, Putting 연습으로 골프에 미쳐있었다. 그리고 올해 1월, 여러 가지 이유로 항상 차에 있었던 골프 가방을 내려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제 고작 2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한동안 이별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저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었더라고.
몇 주 전 골프 가방을 열었을 때, 너희는 마치 시간 좀 걸렸네?라고 눈짓하는 것 같았어. 아이언들은 약간 삐친 듯 반짝였고, 드라이버는 또 나 탓할 거지? 라며 비웃었고. 퍼터는... 글쎄, 여전히 나를 믿지 않는 눈치였어. 여보세요, 다른 취미 만나고 왔어요? 재미가 없었나 봐 라며 골프공들이 깔깔 거리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네. 손가락으로 그립을 쓸자, 마치 첫사랑의 손을 다시 잡은 느낌. 근데 이게 웬걸, 내 심장은 첫 티샷 앞에선 초보자처럼 쿵쾅거리네. 결국 2달 만에 다시 그린 위에 서게 되었다.
이번엔 달랐다. 과거처럼 무자비하게 누군가와 경쟁하듯 싱글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필드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2달의 공백이 가져온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한때 싱글이었던 실력은 온데간데없고, 보기와 더블보기를 왔다 갔다 하는 아주 평범한 플레이어로 돌아가 있었다. 하지만 전혀 마음에 긁힘이 없었다. 과거에는 한 타 한 타 진지함과 심각함 사이를 넘나 들며, 실수라도 하면 애꿎은 클럽과 나 자신을 탓하기가 바빴지만, 이번에는 이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인생을 배우고 있다.
1. 인내 – 조급함은 미스샷을 부른다
복귀 후 첫 라운드, 예전의 감을 빨리 되찾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니 미스샷만 연발했다. 골프는 성급한 사람을 가차 없이 응징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스코어 카드에 적힌 숫자들은 내 조급함의 흔적이었다.
골프에서 인내란?
완벽한 샷을 원할수록 실수가 나온다.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조급하면 리듬이 깨지고, 결국 흐름을 잃는다.
한 홀의 실수를 다음 홀로 가져가면 연쇄적으로 무너진다.
이건 골프뿐 아니라 삶과 투자에도,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조급한 변화는 실패를 부르고, 꾸준한 원칙이 결국 승리를 만든다.
2. 전략 – 무조건 멀리 보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예전의 감을 잃어버린 지금, 드라이버만 잡으면 부담감이 커졌고, 힘을 뺀다고 속으로 수도 없이 다짐을 했지만, 그런 다짐을 할 때마다 몸에 힘이 더 들어갔다. 그러다 깨달았다. 스코어를 줄이는 건 비거리가 아니라 코스 매니지먼트라는 사실을. 오히려 안전하게 페어웨이를 지키는 전략이 더 좋은 스코어로 이어졌다.
골프에서 전략이란?
때로는 멀리 치는 전략 보다 레이업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공격적인 플레이보다 지키는 골프가 더 유리할 때가 있다. 바람, 경사, 핀 위치까지 계산해야 한다.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공격적으로 나가기보다, 위험을 관리하고 계산된 선택을 해야 한다.
3. 겸손 – 골프는 교만한 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2달 만에 실력이 이렇게 떨어지다니! 처음엔 인정하기 싫었다. 또다시 마음에 다시 한번 각 잡고 연습을 해봐. 하지만 문제는 연습을 해서 다시 싱글을 친다고 해도, 더 중요한 건 싱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많은 연습량을 가지고 가야 한다. 또다시 투자해야 하는 시간들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마치 시간만 투자하면 또다시 싱글 플레이어가 당연히 될 수 있다는 내 교만함을 골프는 바로 응징했다. 겸손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골프에서 겸손이란?
실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바람, 날씨, 그린 상태, 그리고 블랭크 기간)에 겸손하게 대응하는 것.
과거의 나가 아니라 오늘의 나와 정직하게 마주하는 것.
이건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골프처럼, 삶도 겸손한 자에게 기회를 주고, 교만한 자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4. 성장 – 한 샷, 한 라운드가 쌓여 나를 만든다
다시 시작하니 처음 골프를 배울 때의 감각이 떠올랐다. 그때도 100타를 깨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한 번의 라운드, 한 번의 스윙, 한 번의 실수가 쌓이며 성장했었다. 지금도 그 과정을 다시 밟고 있다.
골프에서 성장하는 법?
완벽을 기대하지 않고, 작은 개선에 집중하기.
실수할 때마다 배움을 얻고, 다음 라운드에 적용하기.
좋은 동반자와 함께하며 배우고, 나누고, 성장하기.
골프는 인생과 똑같다. 빠른 길은 없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발전할 수 있다. 이번엔 무자비한 경쟁이 아닌, 즐거움을 위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
2달의 공백 후 다시 필드에 서며, 나는 골프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훈련하는 과정임을 더욱 깊이 깨달았다.
인내하면 무너지지 않는다.
전략을 세우면 길이 보인다.
겸손하면 배울 수 있다.
배움을 멈추지 않으면 반드시 성장한다.
이제 골프는 내게 스코어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플레이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자연 속에서 느끼는 행복, 그리고 매 샷마다 배우는 교훈들. 예상 대로 샷이 갔을 경우의 통쾌함. 이 모든 것이 내가 골프를 사랑하는 이유다. 제2의 인생을 고민하던 나에게, 골프는 다시 한번 소중한 선물을 주고 있다.
오늘도 좋은 샷!